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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의 주인공 중에서 딘 쿤츠가 창조한 인물인 오드 토머스만큼 독특한 인물도 드물 것이다. 그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기이한 능력에서 비롯된다.

 

21살의 청년 오드 토머스는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다. 죽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 세상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유령을 볼 수 있다.

 

그중에는 잔인하게 살해당한 사람도 있고, 장수를 누리다가 노환으로 죽은 사람도 있다.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이승을 떠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오드 토머스의 또다른 능력은 그가 가지고 있는 예지력이다. 하지만 이 능력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드 토머스는 기쁘고 즐거운 일을 예지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참혹한 비극만을 미리 본다.

 

비극의 스케일도 크다. 정신나간 연쇄살인범이 몇몇 사람을 죽이고 돌아다니는 수준이 아니다. 대형쇼핑센터 전체 또는 작은 도시 하나를 날려버릴 만큼의 커다란 참사다. 이런 것을 예지하고 나면 오드 토머스는 막연하게나마 비극을 막기 위한 동분서주를 시작한다.

 

오드 토머스에게 나타난 파괴의 전조

 

오드 토머스 시리즈의 네번째 편인 <살인예언자 4>에서도 마찬가지다. 전편에서 오드 토머스는 시에라 산맥의 수도원에서 시작될 비극을 미리 막았다. 그리고 수도원을 떠나서 여행한 끝에 캘리포니아의 해변에 있는 도시 매직비치에 도착한다.

 

매직비치에서 오드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은퇴해서 풍족한 여생을 보내고 있는 할리우드의 노배우 집에서 요리사로 취직해 조용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안그래도 골칫거리가 많은 인생이라서 오드의 생활은 지극히 단순하다. 신용카드도 없고 휴대폰도 사용하지 않는다. 부모가 있지만 예전에 결별하다시피 했고, 하나뿐인 여자친구도 잃었다.

 

대신 오드의 곁에는 유령이 있다. 전편까지 오드를 따라다니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유령 대신에 프랭크 시나트라가 오드의 곁에 나타났고, 오드는 종종 그에게 말을 건다. 유령은 오드의 말을 들을 수는 있지만, 자신의 말을 오드에게 전하지는 못한다. 망자의 이야기를 오드가 들을 수 있다면, 죽음 저편의 세상에 무엇이 있는지 살아있는 사람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새로운 생활도 잠시, 오드의 능력은 그를 여기서도 그냥 두지 않는다. 어느날 오드는 바다에 핏빛의 파도가 일고 무시무시한 불빛이 번쩍이는 악몽을 꾼다. 오드는 직감으로 이것이 새로운 비극에 대한 예지몽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이런 꿈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비극이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면 속수무책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막연하지만 오드는 산책 삼아서 해변으로 나가고 그곳에서 흰옷을 입은 한 여인을 만난다. 그리고 자신과 여인에게 다가오는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들과 마주친다. 앞으로 닥쳐올 비극과 이들은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있을까?

 

저 세상으로 가기를 꺼려 하는 영혼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도 문제겠지만, 오드처럼 보기 싫은 것이 저절로 보이는 것도 고역일 것이다. 그것이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망령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오드는 자신의 주위에 나타나는 죽은 사람들을 설득한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죽은지 수십 년이 넘도록 저 세상으로 가지 못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엘비스는 먼저 떠난 어머니가 보고 싶지만, 자신이 살아있을 때 문란한 생활로 어머니를 실망시켰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혀 있다.

 

저 세상에서 어머니를 만나기가 망설여지는 것이다. 그래서 오드는 엘비스를 설득한다. 어머니는 이미 모든 것을 용서했다고,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저 세상으로 떠나라고. 다른 망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오드가 항상 설득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드는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자신의 곁에 있는 프랭크 시나트라를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살인예언자 4>의 마지막에서 오드는 다시 매직비치를 떠나 정처없이 떠돌기 시작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특이한 능력이 그로 하여금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 오드는 어느 장소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아니 오드는 언제쯤 방랑을 멈추고 일반인들처럼 정착하게 될까. 이 시리즈의 다음 편이 계속 기다려지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살인예전자 4> 딘 쿤츠 지음 / 김효설 옮김. 다산책방 펴냄.


살인예언자 4 - 오드 토머스와 흰 옷의 소녀

딘 R. 쿤츠 지음, 김효설 옮김, 다산책방(2009)


태그:#살인예언자, #딘 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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