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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에서 수많은 남편들이 외도를 하고, 수많은 부인들은 시련을 겪는다. 지겹지만 그래도 볼 수밖에 없는 매력을 지닌 소재가 '불륜'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일까,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는 불륜 드라마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재생산 된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공통점은 시련을 맞는 아내는 시련의 대가를 주듯 멋진 백마 탄 왕자님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재투성이가 된 부인이 신데렐라가 되어 새로운 남자를 만나 행복한 생활을 꿈꾸게 된다.

 

지겨울 만큼 반복되던 불륜의 소재가 색다른 방식과 구도로 색다른 것처럼 포장되지만 이것만큼은 변하지 않는 불변의 법칙처럼 사용되고 있다. 가장 현실적이 못한 점이지만 주부들의 판타지를 위해서 언제나 '백마 탄 왕자'가 그녀 앞에 나타난다.

 

사실 현실 속에서 많은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이혼하는 과정에서 아내들은 쉽게 이혼을 선택하지 못한다.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되어서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즉, 경제적인 부재가 크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심한 배신감과 여자로서의 모욕감이 밀려오지만 섣불리 이혼을 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적인 부재로 인한 생활고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니는 여성들이 나날이 많아지고 있지만 전업주부 생활을 하는 이들도 역시 많다.

 

처녀시절 일을 하던 것을 멈추고 결혼한 뒤, 남편과 아이 뒷바라지에 전념했던 전업주부들은 이혼 후 닥칠 생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생계를 걱정하지 않더라도 막상 다시금 사회에 나아가 재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치사하고 더러워도 보통 아내들은 참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또 사회적으로도 남자의 바람을 한 번쯤은 용인하라는 묵언의 권유도 한몫을 한다. "세상에 남자들이 한 번도 바람을 안 피우는 사람이 어디 있는 줄 알어?"라는 이야기가 그렇다.

 

그리고 여자들은 그렇다. 아직도 사랑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해 정말 한 번 정도는 넘어가려 한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도. 이런저런 이유로 이혼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결혼이라는 것이 쉽게 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드라마 속 아내들도 이러한 부분을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혼을 할 수밖에 없을 만큼 남편과 그의 내연녀를 잔인하게 그려낸다. 상식이 전혀 없는, 무례하기 짝이 없다보니 이혼을 하지 않고는 배겨날 수 없는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그래도 여자들은 쉽게 이혼을 감행하지 못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이혼을 감행한다. 그리고 이쯤에서 혼자 자립해보겠다고 노력하는 아줌마 근성 넘치는 아내 앞에 멋진 남자가 나타난다. 그것도 젊고 유능하며, 게다가 나이까지 어린 총각이 말이다.

 

그야말로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다시금 그녀를 구원해주는 신데렐라의 이야기다. 이러한 판타지는 지극히 현실적이지 못하다. 사실상 나이도 많고 이혼한 여자에게 그것도 나이도 어린, 총각, 능력도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드라마 속에서는 이같은 일이 비일비재 한다. 막장드라마로 비판받고 있는 <밥줘>에서 선우(김성민)의 외도로 이혼 위기를 맞은 영란(하희라)은 모욕감과 배신감에 아파한다. 그런 가운데 느닷없이 사진작가 유준희(조연우)가 등장해 그녀를 새로운 인생으로 인도한다.

 

병원 원장 아들로 총각인 그는 한 눈에 영란에게 반하고, 그 뒤로 어려운 일을 함께 하며 그녀의 외로움과 고충을 덜어준다. 이뿐이 아니다. <두 아내>에서도 남편 철수(김호진)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된 영희(김지영)에게 송지호(강지섭)이 나타나 그녀를 보살펴주고, 한없이 아끼며 사랑해준다.

 

이러한 설정은 아주 오래된 법칙이다. 예전 불륜드라마에도 늘 이혼녀에게는 멋진 남성이 등장한다. 처음엔 자신의 신분이 아줌마이기에 자신을 좋아해주는 남자에게 매몰차지만 이내 마음의 문을 열고, 또 한 번 고난의 길을 걷는다.

 

연하남의 집안에서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고, 둘은 사랑으로 결실을 맺기 위해서 여러 고난을 겪으면서 견고한 사랑을 나눈다. 이러한 판타지에 시청자들은 호응을 보낸다. 현실이 그렇지 못한 시청자들로서는 당연히 동화같은 판타지에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판타지를 재반복하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물론 이러한 스토리는 드라마의 재미 유발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일종의 감초 역할을 한다. 그래서 '줌마델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비현적인 내용은 이제 그만해야 할 때가 아닐까.

 

현실에서는 이혼 후 생계를 책임지며 아이까지 키우는 싱글맘의 삶은 그야말로 고단하다. 그들을 보는 사회적인 시선뿐만 아니라 싱글맘으로 모든 것을 혼자 판단하고 책임져야 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드라마 자체가 허구라고 하지만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분명 어느 정도의 현실적인 모습들을 담아야 한다. 즉, 현실의 기인해 진솔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이혼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면 재미가 없겠지만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한 것은 너무한 일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러한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위해서 극중의 캐릭터들은 개연성이 떨어지면서 당위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또한 아내가 새로운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 극중 캐릭터들의 비현실적인 모습과 지나치게 극단적인 내용이 이어지면서 과연 이 드라마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하는 기획의도 자체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쯤에서 불륜이라는 소재를 다시 한 번 새롭게 그려내야 할 때가 아닐까 제작진들 스스로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태그:#밥줘 , #두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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