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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단원으로 들어가 함께 활동하는 '77밴드'가 상주시 낙동면 신오리 석거실 마을에서 첫 공연을 했답니다. 음악봉사로 한 공연이었지요. 아직은 서툴기도 하지만, 매우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자리였답니다.
▲ 77밴드 첫공연 우리 부부가 단원으로 들어가 함께 활동하는 '77밴드'가 상주시 낙동면 신오리 석거실 마을에서 첫 공연을 했답니다. 음악봉사로 한 공연이었지요. 아직은 서툴기도 하지만, 매우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자리였답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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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제까지나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있을 수는 없잖아? 아직 많이 서툴지만 밴드 실력을 키우려면, 남들 앞에서 공연도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덕분에 바짝 긴장도 하면서 말이야?"
"그럽시다. 그럼 어디에서 해볼까?"
"아, 영주네 고향집에서 하면 어떨까? 워낙 작은 마을이니까 이런 행사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 테고, 또 어르신들 모시고 하는 거니까 크게 부담도 없을 테니까 …."
"그게 좋겠네. 우린 어차피 봉사하기로 마음먹고 하는 거니까 이왕이면 어르신들 쓸 수 있는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해서 한 번 해보자고!"

우리 부부가 얼떨결에 나가서 함께 단원이 되었던 77밴드가 엊그제(16일) 어르신들을 모시고 첫 공연을 했답니다. 이름 하여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77밴드 연주회' 단원 가운데에 세컨 기타를 맡은 김영주(52세)씨의 고향마을에서 공연을 했지요. 바로 상주시 낙동면 신오리, 석거실 마을인데요. 이곳은 구미시와 상주시가 맞닿아 있는 산골마을이랍니다. 해발 400m 잿말랑에 있는 마을이지요.

저희 부부한테는 이 마을이 꽤 남다른 곳이기도 해요. 지난해 가을에 바로 곁에 있는 산촌리 마을에 취재를 갔다가 잠깐 들러서 이 마을 풍경도 기사로 소개하기도 했던 곳이지요. 그때 마당 안에서 손수 콩 타작을 하고 있던 어르신을 만나 이야기도 듣고 시원한 물도 얻어먹고 왔었던 터라 아주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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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날짜를 잡고 '77밴드' 이름을 넣은 멋진 펼침막까지 준비하고는 거의 날마다 모여서 밤늦도록 연습을 했답니다. 마음먹은 대로 딱딱 맞지 않고 서툴 때가 많아서 힘들기도 했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요. 무엇보다 연습하는 시간이 그렇게 짧을 수 없었답니다. 그만큼 어떤 목표를 두고 준비하는 일이기에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했기 때문이겠지요?

내 기사를 보고 찾아온 보배씨, 77밴드 싱어가 되다

얼마 앞서 우리 밴드에 아주 고마운 일이 있었답니다. 바로 지난번에 77밴드를 소개하는 기사가 나간 뒤에 자기도 노래하는 걸 무척 좋아한다면서 한번 초대해달라고 하는 쪽지를 받았지요. 구미에 사는 분인데다가 나이도 우리 단원들과 비슷한 또래라고 했어요. 또 노래를 하면서 봉사활동도 할 수 있다는 게 무척 좋다고 했지요. 그렇게 해서 제 발로 찾아온 박보배(50세)씨, 처음 와서 밴드 구경을 하고 노래도 몇 곡 함께 불렀답니다. 가창력도 감정처리도 매우 좋은 분이었어요. 대뜸 계속 나와 달라고 했지요. 덕분에 '싱어'도 하나 더 늘어서 어쩌면 우리 단원들한테도 더욱 잘해보자는 의지가 생겼는지도 모르겠어요. 그야말로 이름처럼 보배로운 분이었지요.

보배씨가 오기 앞서는 나 혼자만 노래를 불렀는데, 번갈아가면서 연습을 하니까 훨씬 더 좋더군요. 분위기도 한결 더 부드러워졌고요. 아무튼 매우 남다른 인연이 되어 기사 쓴 보람도 있고 무척 뿌듯했답니다.

얼마 앞서 내가 쓴 77밴드 기사를 보고 쪽지를 건네와 우리 단원이 되신 박보배(50세)씨에요. 노래 솜씨도 좋지만, 어르신들께 봉사하는 일이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하였지요. 이날 공연에서도 어르신들과 한데 어울려 분위기를 띄우고 애를 많이 썼답니다. 우리 77밴드 단원들한테도 이름처럼 무척 보배로운 분이랍니다.
▲ 77밴드에 찾아와 준 박보배씨 얼마 앞서 내가 쓴 77밴드 기사를 보고 쪽지를 건네와 우리 단원이 되신 박보배(50세)씨에요. 노래 솜씨도 좋지만, 어르신들께 봉사하는 일이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하였지요. 이날 공연에서도 어르신들과 한데 어울려 분위기를 띄우고 애를 많이 썼답니다. 우리 77밴드 단원들한테도 이름처럼 무척 보배로운 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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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꿈을 이루다

77밴드 첫공연이 열릴 석거실 마을회관 앞이에요. 번듯한 무대도 따로 없고 마당에서 하는 공연이지만 우린 모두 즐겁고 뿌듯합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흥겨운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지요. 음악으로 봉사하는 이 공연이 얼마나 뜻 깊은 자리인지 모릅니다.
▲ 석거실 마을 77밴드 첫공연이 열릴 석거실 마을회관 앞이에요. 번듯한 무대도 따로 없고 마당에서 하는 공연이지만 우린 모두 즐겁고 뿌듯합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흥겨운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지요. 음악으로 봉사하는 이 공연이 얼마나 뜻 깊은 자리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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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모여서 리허설을 마친 다음, 공연이 펼쳐질 석거실 마을로 가는 길엔, 옮겨야 할 짐이 만만치 않네요. 악기 뿐 아니라, 앰프와 여러 가지 장비들을 싣고 준비하는 일도 꼼꼼하게 합니다. 이번 공연에는 특별히 지역에서 가수로 활동하는 김영철(53세)씨도 함께 합니다. 이분도 노래인생 30년이나 된 실력 있는 분인데, 선뜻 와서 노래를 해주시겠다고 해서 더욱 힘이 나더군요. 또, 사회를 맡은 성백두(52세)씨도 단원들과 같은 동기인데,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하는 분이라서 말솜씨가 참으로 좋더군요.

이윽고 석거실 마을에 닿으니, 마을회관 앞에 멋진 77밴드 연주회 펼침막이 걸려있고, 벌써부터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나와서 한바탕 잔치 분위기가 납니다. 이 마을에서도 이런 공연은 처음 열리는 행사라서 음악봉사를 하러 온 우리를 무척 반겨주시더군요. 아직 공연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설레고 뿌듯했답니다.

번듯한 무대도 없고 그저 회관 앞마당에 펼쳐진 자리였지만 나름대로 첫 공연이다 보니, 모두 즐겁고 설레는 낯빛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신나는 드럼 소리와 함께 저마다 악기를 맞추며 연습하는 소리를 들으니 어르신들도 흥겨워합니다. 음악이란 참 묘하더군요. 큰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으니 저절로 신이 나고 어깨가 들썩여지네요.

사회를 맡은 성백두(52세)씨도 단원들과 같은 동기인데,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하는 분이라서 말솜씨가 참으로 좋더군요.
▲ 사회를 맡은 성백두 씨 사회를 맡은 성백두(52세)씨도 단원들과 같은 동기인데,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하는 분이라서 말솜씨가 참으로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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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맡은 성백두씨의 거침없는 말솜씨와 함께 팡파르를 울리면서 공연을 시작했어요. 드디어 우리 77밴드의 첫 꿈이 이루어지는 찰나입니다. 한 마을에 스무 남짓 되는 집, 50명쯤 되는 마을 분들이 한데 어울려 우리 연주에 맞춰 손뼉을 치며 흥겨운 자리가 이어집니다. 공연 첫 곡으로 <장윤정 트위스트>를 부르며 내가 마이크를 잡았는데, 나한테도 이런 공연은 처음인지라 몹시 떨리면서도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흥이 나고 신이 납니다.

노래를 부르며 봉사할 수 있다는 게 좋아서 제 발로 찾아와 함께 단원이 된 박보배씨와 지역 가수 김영철씨, 나, 이렇게 세 사람이 번갈아가며 노래를 스무 곡 쯤 불렀습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틈틈이 마을 분들 노래자랑도 곁들였지요. 가끔 노래나 연주가 매끄럽지 못하고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준비한 모든 곡을 너끈하게 해냅니다. 그동안 날마다 밤늦도록 연습하며 애쓴 보람이 느껴지고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흥겨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니 어찌나 고맙고 즐겁든지

석거실 마을 분들 평균나이를 대충 따져보니, 67~70세쯤 되겠더군요. 젊은 사람이라야 50대가 두셋 보일 뿐이예요. 그런데도 공연하는 내내 얼마나 흥겨워하는지 그 열정은 젊은 사람 못지 않더군요. 노래솜씨도 놀랍고 요즘 최신곡도 거뜬히 부르십니다. 우리들도 어르신들과 한데 어울려 춤을 추고 그 분위기에 휩싸여 한바탕 신나게 놀았답니다.

어르신들 가운데 그나마 젊은 축에 드는 분들도 처음엔 쑥스러운 듯 저기 뒤에서 가볍게 몸을 흔들며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어요. 단원 가운데 어떤 분이 가서 일부러 모시고 와서 노래를 시키니 이내 분위기가 확 살아나곤 했지요. 마을 분들 노래가 끝나면 작은 선물을 하나씩 나눠드렸는데, 선물이라곤 치약, 비누, 고무장갑 따위 보잘 것 없는 것이지만 어르신들은 무척 고맙게 여기고 좋아하셨어요.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참으로 고맙더군요. 우리 77밴드 또한 아직은 서툴고 어설프지만 마을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니 매우 뿌듯했어요.

거의 4시간에 걸친 공연 막바지엔 이 마을에서 공연을 하게 해준 김영주씨 어머님을 모시고 <부모>라는 곡을 불렀어요. 어느새 어머님 눈가엔 촉촉하게 이슬이 맺힌 듯했고, 어르신들은 하나 같이 우리가 이렇게 와서 공연을 하며 한바탕 즐겁게 놀아준 게 참으로 고맙다면서 인사말씀도 아끼지 않으셨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단원과 마을 사람들이 한데 손을 잡고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합창하며 공연을 마쳤답니다.

한낮 뙤약볕을 피해 그늘진 평상에 따로 앉아서 손뼉을 치며 즐거워합니다. 또, 무대 앞, 회관 계단 앞에 따로 앉아있던 분들도 하나둘 무대 앞으로 나오셨지요.
▲ 흥겨워하는 어르신들 한낮 뙤약볕을 피해 그늘진 평상에 따로 앉아서 손뼉을 치며 즐거워합니다. 또, 무대 앞, 회관 계단 앞에 따로 앉아있던 분들도 하나둘 무대 앞으로 나오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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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한낮 뜨거운 뙤약볕에도 마다않고 한데 어울려 흥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두가 즐거운 자리였지요.
▲ 석거실 마을 어르신들 어르신들이 한낮 뜨거운 뙤약볕에도 마다않고 한데 어울려 흥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두가 즐거운 자리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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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인생 30년, 오랫동안 활동을 해온 분이라서 그런지 역시 노래가 남다르더군요. 이번에 선뜻 함께 오셔서 무료봉사를 해주셨답니다.
▲ 지역 가수 김영철씨 노래 인생 30년, 오랫동안 활동을 해온 분이라서 그런지 역시 노래가 남다르더군요. 이번에 선뜻 함께 오셔서 무료봉사를 해주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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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모두 흥겨워해요. 이날은 상주시 시의회 부의장인 신병희 시의원 부부도 오셨는데, 사모님도 함께 어울려 노래를 부르며 자리를 빛내주셨지요.
▲ 어얼씨구! 저절씨구! 모두모두 흥겨워해요. 이날은 상주시 시의회 부의장인 신병희 시의원 부부도 오셨는데, 사모님도 함께 어울려 노래를 부르며 자리를 빛내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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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과 헤어지기 아쉬워

어느 누구 하나 즐겁지 않은 이가 없었어요. 우리 77밴드 단원들이나 마을 분들 모두한테 매우 뿌듯하고 행복한 공연이었답니다. 뒤풀이로 어르신들이 준비해준 칼국수를 먹는 자리에서도 연신 고맙다고 하셨지요. 그 자리에서도 또다시 한바탕 즐거운 자리가 이어져서 연주 없이도 신나게 노래를 불렀는데, 그 흥이 쉽사리 깨지지 않아서 가까스로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야 했답니다. 이때는 어르신들한테 미안하기까지 했어요.

공연이 끝난 뒤, 다시 짐을 꾸리고 석거실 마을을 떠나올 때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답니다. 우리가 해냈다는 뿌듯함 때문이기도 했지만, 왠지 모를 허탈함마저 들었어요. 가끔 남편이 지난날 공연 끝나고 나면 허탈한 마음이 며칠 동안 이어진다고 했던 말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겠더라고요. 그동안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이 공연을 준비했는데, 아마도 나 뿐 아니라 모든 단원들이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짐작이 갑니다. 앞으로도 이런 음악봉사를 자주 하면서 우리 77밴드의 실력도 훨씬 더 나아지고 발전하겠지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느라고 애쓴 모든 단원들한테 힘껏 손뼉을 쳐드립니다. 아주 잘 하셨어요.

참, 어제(18일) 들은 얘기인데, 아주 기쁜 소식이 하나 더 있답니다. 바로 우리가 이번 석거실 마을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는 소식을 듣고 구미에 있는 노래교실에서 초대를 해주셨답니다. 공연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이 소식도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첫 시작은 매우 서툴고 어설펐지만 이런 공연이 우리한테는 참으로 값진 보약이 된 듯해서 매우 즐겁답니다.

ⓒ 손현희


태그:#77밴드, #음악봉사, #석거실마을, #밴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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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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