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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항을 떠나 나리타 공항으로

7월 29일(수) 오전 10시 비행기를 예약했기 때문에 새벽부터,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워서 차에 태우고 서둘러 인천공항으로 갔습니다. 부지런히 서두른 결과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30분이었습니다. 화물칸에 실어야 하는 짐은 23kg 두 개까지 허용되는데, 두 개 다 23kg가 넘는 바람에 현장에서 가방을 열고 꼭 필요한 짐이 아닌 것을 골라내느라 진땀을 흘렸습니다.

화물칸에 실어야 하는 짐을 먼저 부치고 나니 약 8시 30분이 되었습니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전화로 출국 인사를 하다 보니 9시가 넘어서 가족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이제 4살인 지호는 아빠가 캐나다 가는 것은 알고 있는데, 얼마나 먼 곳인지는 모르고 있습니다.

"아빠 잘 갔다와."

아침에 출근할 때 매번 들었던 딸 아이의 인사였는데, 이제는 전화로만 딸 아이의 음성을 듣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 딸 지윤이는 아빠가 멀리 캐나다로 간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엄마 품에만 꼭 안겨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지윤이의 머리 속에는 아빠는 항상 자기가 하려는 것을 못하게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핸드폰을 아내에게 맡기고 출국 수속을 하러 들어갔습니다. 너무 서둘러서 아침을 먹지 못했기에 비행기 타기 전에 먹을 것을 사먹으려고 했는데, 지갑에는 미화와 캐나다화만 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김밥과 물을 신용카드로 사 먹고 일본 나리타로 떠나는 아시아나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인천 공항을 출발해서 나리타 공항을 경유해서 토론토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약했음).

인천 공항에서 일본 나리타 공항으로 갈 때에는 승객의 대부분이 한국인이고, 승무원들도 한국인들이어서 낯설지 않았습니다.

2시간 정도 비행을 마치고 일본 나리타에 도착한 시간은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갈아탈 비행기는 오후 5시 10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다섯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나리타 공항에도 한국인들이 꽤 많았습니다. 여기 저기에서 한국말로 이야기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두 명 이상이 여행하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면서 낯선 곳에서 적응하지만, 혼자 배낭 하나 매고, 캐리어 가방 하나 끌고 다니는 나로서는 어딘지 모르게 수많은 주변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거닐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리타 공항을 떠나 토론토 공항으로

나리타 공항에서 혼자만의 다섯 시간을 보내고, 오후 5시 10분에 캐나다 토론토로 출발하는 에어 캐나다에 탑승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승객의 대부분이 일본 사람이거나 캐나다 사람이었습니다. 간혹 손에 '대한민국'이라고 써 있는 여권을 든 사람을 보았는데, 어딘지 모르게 표정이 밝지 않아 보였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자신들의 나라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라서 일본인 승무원도 있고, 안내도 일본어로 해주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어설픈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어쩌면 내가 본 한국 사람들은 전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데, 나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간혹 승객들 중에서 아기를 안고 있거나, 아이가 보채는 장면을 보았는데, 그럴 때마다 시끄럽다는 생각보다는 고국에 두고 온 두 딸의 모습이 머리 속에 떠올랐습니다. 비행시간 내내 지갑 속에 있는 두 딸과 아내의 사진을 꺼내보았습니다.

일본에서 캐나다까지는 상당한 비행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비행기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주는 대로 받아먹으면서 마치 사육당한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자다가 먹다가, 좌석 앞에 있는 모니터 화면으로 영화를 보면서 기나긴 시간을 견뎌냈습니다. 휴가철이라서 주변에는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캐나다 입국, 내게는 1년과도 같았던 1시간...

기나긴 항해 끝에 캐나다에 도착해서 입국 수속 절차를 밟았습니다. 공부하러 온 사람은 따로 분류해서 입국 심사를 했습니다. 캐나다 대사관에서 보내준 편지를 보여주었더니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여러 질문 중에 못 알아들어 당황한 순간도 있고, 알아들었지만 대답을 못해서 당황한 순간도 있었지만 대충 영어 공부를 하러 온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순간, 캐나다 대사관에서 받아온 편지를 눈 앞에서 찢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입국 심사를 하던 담당자는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자리를 비웠습니다. 순간 머리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혹시 내가 대답을 잘못해서 입국이 거절되고 추방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잠시 후, 한 봉투를 가져오더니 그 속에서 정식으로 캐나다에 공부하는 것을 허락하는 학생비자를 꺼내서 건네주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Thank you'라고 말하고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캐나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4시에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중나온 사람들을 만난 시간은 오후 6시였습니다. 비행기가 예상시간보다 약 40분 정도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도착해서 입국 수속 절차를 밟는 약 한 시간 동안은 그다지 자랑스럽지 못한 순간이었습니다.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었지만 너무 긴장해서 멍하니 서 있었던 순간, 세컨 룸으로 가라고 했는데 도중에 방을 잘못 찾아서 공항 직원들이 모여 있는 방으로 들어간 순간, 비자를 받는 순간 너무 긴장한 나머지 바닥에 떨어뜨리고 더듬거렸던 순간...

캐나다에 도착해보니, 이제야 돌이킬 수 없는 영어공부의 첫 발을 내디딘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영어를 못해도 돌아다니는 데 불편함이 없었기에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압박감이 크지 않았지만, 캐나다에서는 영어를 못하면 여러모로 불편하기 때문에 영어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된다는 압박감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Daum view, U포터뉴스,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영어연수, #캐나다, #나리타,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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