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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40세, 불혹의 나이에 영어연수를 결정하다

나이 40세를 불혹(不惑)이라고 합니다. 왕성하고 활발했던 2~30대를 지나보내고, 돌아보니 유행가의 한 구절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외면하려고 해도, 부정하려고 해도, 내 인생을 냉정하게 돌아보면 위의 유행가 가사는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직 50대, 60대를 접해보지 않았으면서 섣불리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40이 된 지금의 나를 바탕으로 50이나 60대의 나 자신이 형성된다고 생각해 본다면, '왜 내가 2~30대를 아무런 대책없이 살았을까?' 하는 후회만 떠오릅니다.

2009년, 결혼한 후 5년, 이제 두 딸의 아버지가 된 나로서,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고민과 결단, 그리고 가족의 지원이 없이는 힘든 일입니다. 그것도 40년간 담을 쌓아두었던 '영어'를 공부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어찌보면 정말로 대책이 없어 보이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1) 영어울렁증 해소
2) 영어공부

한 마리처럼 보이는 두 마리 토끼. 쉬워보여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결정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습니다.

1) 미쳤다
2) 부럽다

지난 5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위해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원을 다녔다고 하더라도 영어와 담을 쌓은 지 10년이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을 하고 분수에 넘게 외국 대학으로 직접 입학하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유학원을 통해서 '영어연수'를 하면서 영어의 기초를 쌓은 뒤에 대학에 입학할 자격이 되었다고 판단되었을 때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캐나다 영어연수 준비

어학연수 장소는 캐나다로 정했습니다. 마침 지난 5월에 가족이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서 캐나다에 가면 따로 숙소를 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캐나다로 영어연수를 가겠다고 결정한 후에, 주변에서 괜찮다고 추천한 유학원을 통해서 학생 비자 신청을 했습니다.

서류 제출 전에 미리 해야 할 것은 대사관에서 지정한 병원에서 캐나다에 장기 체류를 위하여 신체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나로서는 아주 어렸을 때, 나도 모르게 결핵을 앓은 흔적이 있었습니다. X레이 검사로 지금은 결핵이 비활동성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예전에 보건소에서 찍었던 X레이 필름을 출력해서 신체검사할 때 함께 제출했습니다(외국에서 활동하려면 적어도 세 가지 질병[결핵, 간염, 성병]에 대해서 흠이 없어야 합니다).

비자 신청을 위한 서류 준비는 상당히 복잡했습니다. 그 서류는 내가 캐나다에 공부를 하러 가겠다는 것과, 공부한 후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에는 학생 비자를 취득한 사람이 공부 이외의 일을 하는 것을 상당히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공부를 마친 후에는 돌아가야지, 계속 캐나다에 머물러 있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하는 동안 사용할 돈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은행 통장 잔고 증명), 공부를 마친 후에 다시 한국에 돌아오겠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공부하다가 캐나다에 정착하려고 마음을 먹었더라도, 일단 학생 비자를 신청할 때에는 반드시 한국으로 되돌아 오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나의 경우에는 나이 40에 공부를 하러 간다는 것이 약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아내와 두 딸이 한국에 체류하고 혼자만 캐나다로 가겠다고 했기 때문에 캐나다 대사관에서 특별히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유학원에서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8월 초에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학원에 다니기로 결정하고 수업료를 송금한 이후부터는 모든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제반 서류를 갖추어서 지난 6월 25일에 캐나다 대사관에 비자 신청을 하고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결과는 3주에서 4주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남은 기간 동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미리 영어 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막상 떠나고 보니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아서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리고 영어 공부는... 거의 못했습니다.

7월 20일에 캐나다 대사관에서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 장의 편지를 보내주었는데, 그 편지를 캐나다 입국할 때 제시하면 학생비자로 전환해 준다고 했습니다.

7월 29일(수), 일본 나리타를 경유하여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하는 비행기 표를 예약했습니다. 막연하게 7월 말에 출국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출국 날짜가 확정되니까, 마음만 급하고 모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집을 전세 내놓고 당분간 아내와 두 딸이 처가로 들어가 살기로 했기 때문에 출국 바로 전인 27일(월)에 이사를 했습니다.

많이 준비하고 완벽한 상태로 출국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출국 전날에 점검해 보니, 많은 것이 부족했습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모든 것이 염려스럽고, 불안하고, 부족해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캐나다로 떠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준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후원과 관심 때문이라도 망설이거나 당황하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도전

무엇보다도 이번에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 동의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가족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영어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어도 6개월 이상을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며 처가에서 '처가살이'를 할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들은 어느 정도 자신의 인생에 세워놓은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고 있을 나이에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자체가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때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면,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이 대단히 잘못된 길이었음을 시인하거나, 그동안의 시간에서 별다른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할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한 발을 내딛었습니다. 당분간 다른 사람에 비해서 제자리 걸음이나 후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와 준비의 기간이라는 생각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앞으로 경험할 미래의 일은 지금의 선택으로 인해서 더 많은 가능성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해야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Daum view, U포터뉴스,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영어연수,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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