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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패는? 그것은 바로 대기이다. 대기는 태양에서 오는 온갖 유해한 X선과 자외선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한다. 자외선은 생명체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DNA를 파괴한다. 이런 무시무시한 자외선을 대기권에 있는 오존층이 흡수해서 인류를 비롯한 생명체가 땅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달에는 대기권이 없어 수많은 우주 먼지들이 표면에 부딪힌다. 그래서 달은 생명이 살 수 없는 가혹한 환경일 수밖에 없다.

 

인체에도 수많은 방패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다. 겨드랑이, 목 그리고 사타구니 근처에 존재하는 림프절은 해로운 세균이 몸체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한다. 섭취한 음식물 가운데 해로운 물질들은 간이 해독한다. 우리는 무심코 살아가지만 수많은 방패들이 우리를 지켜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자에 방패를 뜻하는 자들이 몇 있는 데 干(간)도 그 하나이다.

 

 

干은 갑골문에서 보듯 네모난 방패를 표현한 자이다. 금문은 끝이 갈라진 형태로 되어 있는데 이는 적을 공격하는데 쓰였을 것이다. 그래서 干(간)은 방패란 뜻과 함께 '범하다, 간여하다'는 뜻도 갖는다. 干城(간성), 干涉(간섭)

 

간은 인체에서 온갖 독소를 막아내는 방패 역할 즉 해독 작용을 담당하는 중요한 장기이다. 인체 기관에 붙는 月(≒肉 고기 육)을 붙여 肝(간 간)으로 쓴다.

 

파충류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가 다른 중요한 점은 체온이 항상 일정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데 있다. 항온동물이기 때문에 파충류처럼 체온을 식히거나 높이기 위해 번거로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땀은 수분의 배출을 통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체온을 지키는 방패이다. 체온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하는 물(氵)이 땀이다. 汗蒸幕(한증막)

 

방패를 두르듯이 지붕과 벽을 씌운 수레(車)를 軒(헌)이라 한다. 높은 벼슬아치가 탔던 수레로 앞이 높고 채가 굽었다. 나중에 비와 햇살을 막아주는 지붕에 있는 추녀를 가리는데 이 또한 높고 굽은 모습이다. 지금은 추녀와 거기서 파생된 뜻인 '높이 오르다', '난간'의 의미로 쓴다. 車(차)는 금문에서 보듯 수레의 바퀴를 표현한 자다. 烏竹軒(오죽헌)

 

전쟁에서 흔히 언덕 같은 지형을 방패막이로 활용한다. 산의 비탈진 언덕(厂 언덕 한)을 방패 삼는다는 의미에서 岸은 언덕을 뜻한다. 海岸(해안)

 

說文解字(설문해자. 후한 許愼이 지은 문자 해설서)에서 炭(숯 탄)이 岸(안)의 생략형과 火(화)의 조합이라 한다. 岸(안)이 방패의 의미가 있으므로 산(山) 아래 언덕(厂)에서 불(火)을 땐 나무인 숯(炭)은 해로운 기운(전자파)을 막아주는 방패의 기능이 있다. 炭素化되면 酸化(산화)를 막아 오래 보존된다. 木炭(목탄)

 

 

干(간)은 끝이 갈라진 방패 겸 창이다. 그래서 '범하다'는 뜻도 있는데 여기에 억울한 희생을 수없이 당한 女(녀)를 붙여 ''범하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姦(간사할 간)과 통하여 '간사하다'는 뜻도 있다. 혹은 방패를 들고 있는 여자를 '범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奸臣(간신)

 

방패를 보면 온갖 무늬나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무늬를 새긴 사각의 방패에 신주단지를 놓고 의례를 행하는 것을 표현한 자인 周(두루 주)에서 보듯이 부족이나 전승 기원의 상징 따위를 새겼다. 방패(干)에 칼(刀)로 새기다가 나중에 竹簡(죽간)이나 板木(판목)에 주로 글을 새겨 책을 펴내기 때문에 刊(간)은 '책을 펴내다'는 뜻을 갖는다. 創刊(창간)

 

干(간)의 음이 乾(마를 건)과 비슷하고 문자가 단순하므로 干에 해(日)를 붙여 旱(가물 한)으로 쓴다. 旱害(한해) 

 

지구의 방패인 오존층이 위험하다고 한다. 주범은 에어컨이나 냉장고에서 나오는 프레온 가스로 오존층에 구멍을 낸다고 한다. 급기야 오존층이 파괴되면 모든 생명들은 땅 위에서 살 수가 없다.

 

공멸하기 전에 우리의 생활 방식을 자연에 맞추어, 더우면 더운 대로 살고 음식은 바로 먹어 프레온 가스 없이 사는데 익숙해져야겠다.

덧붙이는 글 | 김점식 기자는 새사연 운영위원이자, 현재 白川(시라카와) 한자교육원 대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자 해석은 일본의 독보적 한자학자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의 문자학에 의지한 바 큽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干(간), #방패,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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