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그런데 여기 맞아? 여기서 가는 거 맞는 거야?" "글쎄, 길을 잘못 들었나? 여기 화동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저수지가 나와야 하는데…." "암만해도 우리 잘못 온 거 같다. 이쯤이면 저수지 올라가는 길이 있어야 하잖아." "어! 그런데 여기 이 마을 진짜 남다르다. 자기야 저기 좀 봐봐! 저기도!" "우와! 아니 어떻게 저런 생각을 다 했을까? 참말로 아름답다." 길을 잃었더니, 멋진 얘깃거리를 만나다 암만해도 길을 잘못 든 거 같았어요. 이틀 동안 경북 상주 나들이 계획을 잡고 상주에서 보은군 마로면 갈전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을 찾고 있었어요. 며칠 앞서부터 그렇게나 지도를 꼼꼼하게 보고 왔는데도 그만 상주시 화동면까지 와서는 헷갈리고 말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화동에서 들어가는 길이 아니라 상주시 모서면에서 왼쪽으로 꺾어 올라가는 저수지를 따라 갔어야 하는 거였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이렇게 잘못 든 길목에서 아주 남다른 풍경을 만납니다. 그 풍경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갈 길은 멀고 길까지 잃어서 마음은 초조하였지만 어쩌면 우리가 길을 잃은 것마저도 잘된 일이다 싶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었겠어요?
상주시 화동면은 아주 작은 마을이었어요. 건물도 모두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게 훨씬 더 많았고요. 하지만, 매우 남다른 게 하나 있었어요. 마을에 가게들은 몇 군데 있진 않았지만 가게마다 간판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모두 한 폭의 동화를 보는 것처럼 예쁜 그림을 그려서 만든 간판이었어요. '화동시계방', '화동정류소', '화동개인택시'…….
모두가 나름대로 간판만 봐도 무슨 가게인지 알 수 있도록 아주 아름다운 그림으로 만들었어요. 가게마다 이렇게 비슷한 그림으로 간판을 만든 걸 봐서는 가게 주인이 따로 한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면사무소에서 한 일이다 싶었지요.
혹시나 이 마을에 간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해서 면사무소를 찾아갔는데, 문은 열려 있었지만 토요일인데다가 말을 붙일 사람이 없어서 나중에 전화로라도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을 하며 멋진 풍경을 사진으로만 담아왔답니다.
밋밋한 작은 시골마을이 색깔 있는 마을로 거듭 태어나다
돌아온 뒤, 화동면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알아보니 지난 2008년 끝 무렵에 아주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면사무소 일을 맡아하셨던 전임 면장님이 이 일을 시작하셨다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그분은 지금 상주시청 농정과 과장으로 계시는 최영숙씨였답니다.
되도록 이 일을 맡아서 하셨던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전화를 했더니 아주 자세하게 얘기해주셨답니다. 이분이 처음 화동면 면장으로 발령받고 이곳에 왔을 때, 뭔가 남다른 일을 하고 싶었대요. 마을은 여느 시골마을처럼 '촌동네'와 다름없었는데 누구라도 마을에 찾아왔을 때, 무언가 산뜻하고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걸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던 끝에 바로 마을 간판을 바꿔보자 하여 시청에서 예산을 조금 받고 지역 주민들과도 오랫동안 의논한 끝에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로 바꾸게 되었답니다.
처음엔 따로 돈을 들여서 간판을 바꾸어야 했기에, 그저 시큰둥하던 마을 사람들도 하나둘 간판이 바뀌면서부터 "간판을 바꾸고 나니까 마음이 푸근하고 행복하다"고 말한답니다. 지금 2차까지 이 사업이 진행되었고, 3차로 꾸준하게 이어간다고 합니다(면사무소에서 지원한 사업비가 대략 3천만 원 남짓 들었다고 합니다). 또 이 분한테 한 가지 더 남다른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마을학교'라고 합니다.
귀농인들이 중심이 된 마을학교 상주시 화동면에는 '포도농사'를 지어 수확을 거둬들이는 농사꾼들이 아주 많아요. 이 둘레에 있는 모동면, 모서면, 화서면 곳곳에도 포도가 주 수입원인 셈인데, 이곳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귀농인'들이 매우 많다고 하네요. 바로 이 마을학교가 이분들이 중심이 되어서 생겨난 곳이라고 합니다.
2009년 5월에 시작하여 귀농인 들의 자녀들과 지역주민들의 아이들이 모두 한데 모여서 방과 후 시간을 보내고 공부도 하면서 즐겁게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선생님도 다름 아닌, 귀농인들이었고요. 지역주민들이 십시일반 보태어서 꾸리고 있다고 합니다.
시골마을이다 보니, 따로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른들이 모두 농사일 때문에 바빠서 아이들을 돌볼 틈이 없었지만 이렇게 마을학교가 있어 서로 틈나는 대로 가서 도와주고 40~50명쯤 되는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하니 이 마을 아이들도 무척 행복하겠단 생각이 듭니다.
상주시 화동면, 참으로 멋지지 않나요? 마을 간판을 새로 바꾸어 달면서 지난날에는 그저 밋밋한 여느 시골마을과 다름없었지만, 지금은 매우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로 바뀐 모습이 보기에 퍽 좋았습니다. 또, 주민들이 함께 모여서 자라는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가르치는 모습도 다른 이웃마을에 좋은 본보기가 되는 듯하여 참 기쁘더군요.
"자기야, 우리 어쩌면 이렇게 좋은 얘깃거리를 만나려고 길을 잃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치?""그래그래. 맞다. 처음엔 갈 길은 멀고 길까지 잃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몹시 걱정했는데, 이런 좋은 일을 만나려고 그랬나 보다. 어쨌거나 우린 어디를 가든지 참 복이 많다. 하하하!" "그렇지? 맞아. 우린 참 복이 많은 게야. 어쨌거나 이것도 다 자전거 덕분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저 휙 지나쳐버렸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