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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박정희는 근대화, 자본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반면에 노무현은 그 반대의 상징으로 남고 있다. 그래서 박정희와 반대되는 노무현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 부산대 문헌정보학과 박범각

"노무현 정권이 보수 정권과 다르지 않다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역사적 의미 속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계점과 계승 발전 요소를 명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부산대 특수교육과 정유진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을 읽고 부산대학교 대학생사람연대 회원들과 토론을 하는 장면.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을 읽고 부산대학교 대학생사람연대 회원들과 토론을 하는 장면.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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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이 흔하게 나오는 요즘이다. 지난 3월부터 대학생들과 함께 주 1회씩 한국 정치에 대한 토론학습을 해온 우리 모임의 최근 관심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해 한국사회의 정치적 변화가 커진 듯하다. 노무현을 공부해보자는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때마침,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라는 책이 나와 그 책을 토론해 보기로 했다.

위 인용글은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를 읽고 토론하기에 앞서 회원들이 왜 다시 노무현을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보자고 했을 때 나온 말들이다.

노무현을 공부해볼까

노무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전 정권이 수행했던 현실 정치의 측면이다. 토론을 시작하자마자 대연정 이야기부터 나왔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표지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표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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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부산대 정외과) "한국정치에서 연정은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실제 노무현 아저씨가 이야기한 연정과 국민들이 이해한 연정이 달랐던 것 같다. 즉 노무현 아저씨는 좋은 측면에서 연정을 시도했을 수도 있지만 국민들에게는 보수 정치에 굴종하는 듯한 모습으로 오해 받기 쉬운 요소였다."

김성아(부산대 국문과)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보수-진보라는 이념적 지향을 과소평가 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연정이라는 정책 합의의 장에서 서로 다른 이념적 지향을 가진 보수와 진보가 정치적 토론이 가능할까? 연정과 합당의 차이점은 충분히 공유되었을까? 연정은 한국 사회의 정치 체제상 너무 이상적인 것이었다."

대연정에 대해서는 회원들 모두, 프랑스 사회와 같은 보수와 진보의 합리적 연정을 노 전 대통령이 생각했다고 봤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 체제상 조급한 정책이었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미 FTA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대연정, 파병, 한미FTA...뭔가 부족했던 정책들

범각 "책에서는 심사숙고하여 한미 FTA를 추진하였다고 하지만 노무현 아저씨가 살아온 인생을 보았을 때 자신의 생각과 조금 다른 정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반대 정치 세력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했던 정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성아 "자신의 고민을 현실화시킬 때 대통령이라는 입장에서 너무 많은 걸 타협한 것이 아닐까. 미국과의 관계에서 능동적 개방이 필요하기에 한미 FTA를 추진했다는 것을 책에서 알았다. 정책은 국민들의 삶에서 펼쳐진다. 지향을 가진 정책이 현실화될 때 발생하는 문제는? 타협은 함께 해야 한다. 반대하는 국민들이 꽤 있었음에도 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과정이 충분하지 못하였다. 책에서는 너무 호의적으로만 서술한 것 같다. 변명처럼 들리기도 했다."

정치외교학과 신입생 김민준씨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현실적 상황에서 최대한의 결과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다. 노무현이 아니더라도 누구도 그 당시 현실적 대안을 제출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치외교학과 신입생 김민준씨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현실적 상황에서 최대한의 결과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다. 노무현이 아니더라도 누구도 그 당시 현실적 대안을 제출 하지 못했을 것이다."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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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 "한미 FTA와 관련해서 고등학교 때 처음 추진을 찬성하는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당시는 돼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지금은 다르지만. 아무튼 김성아씨가 주장한 것처럼 노무현 아저씨가 자신의 신념을 꺾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미국의 영향력과 한국 사회의 현실적 문제를 고려한 최선의 타협이 아니었을까? 한미 FTA뿐만 아니라 이라크 파병 또한 미국의 압력에 타협해서 만 명을 삼천 명으로 줄이고 전투병을 비전투병으로 줄인 것 등 현실적인 타협을 했다고 생각한다."

성아 "여러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겠다는 것이 노무현 아저씨의 신념이었다. 한미 FTA, 이라크 파병 등의 정책을 추진할 때 국민과의 합의와 대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비판하고 싶은 것이다. 미국과의 어떤 현실적인 관계 때문에 한미 FTA가, 이라크 파병이 필요한가? 국민은 전문가가 아니다. 함께 알고 함께 나누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충분한 합의와 대화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추진했다면 임기 말에 노무현의 지지율이 급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준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현실적 상황에서 최대한의 결과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다. 노무현이 아니더라도 누구도 그 당시 현실적 대안을 제출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보세력과 언론의 비판은 적절했나

현실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 자연스럽게 진보세력과 노무현 정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 갔다.



범각 "진보 세력과 언론은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정권의 정책에 적절히 견제를 하며 정권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한 측면은 문제가 없었다. 반면 보수언론은 맹목적으로 노무현을 공격했는데, 이들은 진보언론에 비해 독자층이 매우 넓고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무현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진보 세력이 문제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아 "소통은 노무현 정부의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정작 진보세력과 정부와의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 정권이 진보세력이 원하는 정책을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컸지만 진보세력 또한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을 보여 주지 못한 정권을 비난할 뿐 다른 정치적 대안을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노 정권과 진보세력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노 정부에서는 진보세력의 이상을, 진보세력에서는 노 정부의 현실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아감은 문제가 생기고 그것을 넘어서는 것에 있다. 두 세력 모두 소비적 싸움이 많았던 것 아닐까"

권위주의 타파, 언론개혁은 좋았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 5년 이외에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정치는 무엇이었을까.

국어국문학과 김성아씨 ""노무현 아저씨가 보여준 것은 정치는 우리와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권력이 얼마나 밀접하게 우리의 생활에 연관되어 있는가라는 두 가지 사실이다."
 국어국문학과 김성아씨 ""노무현 아저씨가 보여준 것은 정치는 우리와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권력이 얼마나 밀접하게 우리의 생활에 연관되어 있는가라는 두 가지 사실이다."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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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각 "권위주의를 약화시켜 대통령의 권한을 분리하려는 개혁을 시도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 부산 지역에 3번이나 낙선했던 사실이 인상 깊었다. 즉 노 정권이 하려고 했던 것은 냉전 보수 세력에 의해서 장악된 정치적 권력을 개혁하는 것이었다."



민준 "보수 언론의 비난에 맞서 정권 내내 힘겹게 싸워 바꾸려고 했던 언론 개혁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범각씨가 언급한 것에 추가해서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 시민의 힘을 강화시키려는 정치 체제를 기획하려고 했다. 또 검찰과 매번 티격태격 하면서 검찰과 정권의 독립을 추진하였다."

유진 "앞서 여러분이 말씀 해주신 것이 책에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까지도 고민했던 '권력은 위임하되 지배는 거부한다'라는 이야기로 정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무엇보다 국민 누구나 권력을 가지는 정치를 기획했던 것 같다."

성아 "권력을 부정하지 않고 나눌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보수 세력이 권력을 독점하여 위로부터의 정치 체제를 기획했다면, 노 전 대통령은 권력을 나눌 수 있는 정치를 기획 했던 것이다."

'바보'가 대접받는 세상

임기 5년 이외에 그의 신념과 정치적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참 신념이 변치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서거 이후 그를 '바보 노무현'이라고 칭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졌다.

유진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바보라는 뜻은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지만 사회에서 핍박받는 사람을 뜻하는 것 같다.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이 너무 핍박받는 사회인 것이 너무 슬프다."

성아 "권력에 대항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는 단어가, 당하고 핍박받는 바보이다. 바보가 바보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다. 2002년 노무현 대선 승리였다. 그런데 권력은 바보가 가지기에 버거웠다. 심지어 한 바보의 자살로 이어진 것은 너무 슬픈 현실이었다. 여전히 우리는 바보가 아닐까."

범각 "바보는 바보가 아니다. 바보가 이 세상에서 핍박받지 않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남은 사람의 역할이다."

책을 읽고 나니 할 일이 많아졌어요

토론의 마지막은 민주주의를 위해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는 부분이었다.



특수교육학과 정유진씨 "그가 추진했던 정치는 무엇보다 국민 누구나 권력을 가지는 정치를 기획했던 것 같다."
 특수교육학과 정유진씨 "그가 추진했던 정치는 무엇보다 국민 누구나 권력을 가지는 정치를 기획했던 것 같다."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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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누구나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시민사회를 재조직하기 위한 조건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적(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를 뛰어넘어 시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 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인 민주주의가 달성되어야 한다."(유진)

민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못한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임기 이후에도 봉하 마을에 내려가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고,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부분을 계승해야 한다. 이 부분을 발전시켜 현재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의 문제인 소통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성아 "노무현 아저씨가 보여준 것은 정치는 우리와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권력이 얼마나 밀접하게 우리의 생활에 연관되어 있는가라는 두 가지 사실이다. 이제 시민들이 소통을 나눌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즉 거대한 집단(정당)과 이념을 통해 시민의 삶을 통치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 장을 조직하여 시민 사회가 권력을 아래에서 이끌어 내야 한다. 노무현 아저씨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우리는 이것을 실현해야 한다."

토론을 마치고 함께 토론을 했던 후배가 오늘 마음이 너무 공허하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지금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별로 좋지 않게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토론을 한 후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죽지 않고 해야 할 일이 많은 사람이 일찍 생을 마감한 사실이 너무 슬프다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비문은 말한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태그:#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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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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