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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10년 전에만 해도 외국인노동자들의 '의료인권'은 아주 열악한 상태였습니다. 한국사회는 그들을 싸구려 노동력으로만 취급할 뿐 더불어 사는 이웃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그들은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을 수 없었고, 아주 작은 질병인데도 제때 치료받지 못해 병을 키우다가 끝내 목숨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대표 김해성 목사)으로부터 '의료인권상'을 받게 되는 '평화사랑나눔의료봉사단' 공창배(48·서울평화센터 전 사무처장) 단장은 과거 외국인노동자 인권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상황이 너무 가슴 아팠다"면서 "그들에게 의료적인 도움과 위안을 주어 한국사람 중에는 나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고 봉사활동 계기를 밝혔다.

 

그는 서울평화센터 사무처장으로 재직하던 1998년 중국 연변으로 의료봉사를 다녀오면서 외국인노동자들의 심각한 의료상황에 관심 갖기 시작, 2000년 김해성 목사가 서울 가리봉에서 운영하는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에서 연세대 가정의학과 전문의 출신인 이승규(45)씨 등과 함께 무료진료 활동을 시작했다.

 

애초엔 3~4개월 혹은 1년 정도만이라도 봉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환자들이 크게 늘면서 월 1회로 시작된 의료봉사는 매주 진료로 확대됐고 효율적인 봉사를 위해선 조직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서울평화센터, 연세대 세브란스 가정의학과 전문의 모임,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경실련청년회, 서울여자간호대학 봉사동아리 등 단체 회원들이 모여 2001년 평화사랑나눔 의료봉사단(이하 의료봉사단)을 출범시켰다.

 

의료봉사단은 지난 9년 동안 250여 회의 진료를 통해 2만5000명의 이주노동자에게 무료진료 및 무료투약을 해주었다.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이 개원한 2004년부터 현재까지 5년 동안 휴일을 반납한 회원들이 매주 일요일 200~300명의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다. 환자들이 느는 만큼 약제비 부담도 덩달아 커졌지만 돈 없는 환자들이 무료 약을 받아들고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 주머니를 털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10년째 장기 의료봉사에 대해 "인권후진국에 사는 '부끄러움'과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출발했지만 차츰 우리 단체의 이름처럼 사랑과 나눔이 깊어지면서 봉사가 계속되는 것 같다"면서 "한 주간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휴일을 반납한 채 의료봉사에 나서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천사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경기도 오산에서 수영용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 중에는 베트남, 중국 등 외국인노동자 7명이 일하고 있는데 공장에선 사장의 전력 때문인지 몰라도 한국인 노동자들과의 차별 그리고, 노동자간의 반말이나 욕설은 없다. 이들이 건강한 몸으로 일하다가 '코리안드림'을 안고 돌아가도록 돕는 게 자신의 몫이라고 그는 말한다. 

 

공 단장에겐 꿈이 있다. 돈을 벌면 함께 봉사해온 좋은 의료진들과 함께 병원을 설립하여 국내외 어려운 사람들에게 의료적인 도움을 주고 나아가 정기적으로 의료시설이 부족한 나라를 찾아가 의료봉사를 하는 것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의 의료인권 향상을 위해 10년 세월을 보낸 그는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에 이렇게 호소했다.

 

"10년 전에 비해 인권이 많이 향상됐지만 그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사회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형성된 것인데, 그들을 계속 차별하거나 멸시한다면 세계 인권국가들도 우리를 존중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이웃으로 온 그들이 아프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살펴주는 따듯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은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개원 5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22일 '평화사랑나눔의료봉사단' 등의 단체 및 개인에게 '의료인권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은 지구촌사랑나눔 산하 의료기관이다.


태그:#외국인노동자, #다문화, #평화사랑나눔의료봉사단,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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