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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2일자 "2009년 6·10 2만 명·2008년 6·10 8만 명"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기사는 "6월의 분수령인 '6·10'이 조용히 끝났다"는 것이 핵심이다. 조용히 끝난 이유를 <중앙일보>는 청와대 이원종 전 정무수석 입을 빌어 "조문 열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도, 이를 알아챌 만큼 국민은 영리하다"고 했다. 그리고 "민주노총의 집회 동원력이 약화된 것도 한 요인이다. 내부 성폭력 파문과 소속 노조들의 탈퇴 도미노로 세 집결이 여의치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왜 <중앙일보>는 <민중의 소리>에 촬영된 기자를 쇠파이프 같은 흉기로 내려치고, 방패로 시민을 내리찍는 동영상은 몰랐을까? 쇠몽둥이와 방패 사건은 어제(11일) 오후부터 <오마이뉴스>와 각 언론사 홈페이지와 포털을 통하여 퍼져나갔다.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시민이 쇠파이프 따위로 경찰을 위협했다면 방어 차원으로 방패를 사용할 수 있다. 그 때는 방패는 방어용이지 공격용이 아니다. 하지만 동영상 화면은 시민은 어떤 흉기도 들지 않았고, 쫓기는 중이었다. 경찰은 도망가는 시민 목을 내리찍었다. 이 정도면 살인미수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외면했다. 외면할 뿐 아니라 "6월의 분수령인 '6·10'이 조용히 끝났다"고 했다. 기자라면 이럴 수 없다. 아무리 <중앙일보> 논조에 맞지 않는 6.10 범국민대회일지라도 죄 없는 시민이 경찰에 의하여 방패로 내리찍히는 동영상 화면을 보고서도 조용히 넘어간다면 기자가 아니요, 제대로 된 언론이 아니다. 동영상 화면과 함께 '조용히 끝났다'는 기사를 동시에 배치하면 독자들은 <중앙일보>를 어떻게 판단했을까? 궁금하다.

 

방패와 쇠파이프만 문제가 아니다. <중앙일보>는 조용히 끝났다고 했는데 맞다. 하지만 원인 진단이 틀렸다. <중앙일보>는 "조문 열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도, 이를 알아챌 만큼 국민은 영리하다"고 했다.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악용하려는 정치권의 선동과 선전에 넘어가지 않아 조용히 끝났다고 보도했지만 아니다.

 

조용히 끝난 이유는 시민들은 그 만큼 성숙했기 때문이다.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막지 않고, 집회를 허용하면 시민들은 조용하다. 집회가 끝나면 집으로 조용히 간다.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간다. 시민들이 선전 선동에 넘어가지 않아 성숙한 것이 아니라 차벽으로 막지 않았기 때문에 시민들이 조용히 집회를 끝낸 것이다.

 

그 동안 정치집회와 불법과 폭력 집회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막았다. 차벽으로 막으니까 충돌이 일어났다. 명박 산성 때문에 충돌이 일어났다. 경찰의 강제 진압 때문에 충돌이 일어났다. 그제(10일) 경찰이 강제진압을 시작하면서 기자를 쇠파이프 같은 흉기로 내려치고,, 방패로 시민들을 내리찍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이 불법과 폭력 집회라고 막지 않으면 시민들도 흥분하지 않고, 경찰들도 방패로 시민들을 내리찍는 일은 하지 않는다. 시민들은 성숙하다. 정치권 선전 선동에 넘어가 서울광장에 간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렸기 때문에 갔다. 시민은 성숙한데 이명박 정권은 성숙하지 못하다. 그런데도 시민을 탓하는가. 불법 운운하는가. 폭력집회라고 하는가. 정직하지 못하다 민주정권 답지 못하다.

 

막으면 막을수록 문제는 심각해진다. 방패로 시민을 내리찍는 경찰은 민주경찰이 아니다. 민주정권이라면 시민을 방패로 내리찍는 경찰을 처벌해야 한다. 막지 말고 열어라. 서울광장도 열고, 이명박 대통령 귀도 열어라. 그리고 들어라. 들었다면 고쳐라. 시민들도 조용히 살고 싶다.


태그:#6.10범국민대회, #방패,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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