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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첫 상설시장은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어시장이었습니다. 1895년 인천 수산업계의 대부로 알려진 정흥택이 근해 어업자들의 어획물을 사들여 내리(내동)에서 팔아오다 1902년 상설 어시장을 개설했다 합니다.

 

이 같은 조선인의 움직임에 대해 지역 상권을 장악하려 했던 일본인들은 1905년 정흥택의 어시장 건너편에 시장을 개설해 한동안 판매 경쟁을 벌였다 합니다. 그러나 조선인 상대의 장사에 한계를 느껴 일본인들은 판매 전략을 바꿔 값비싼 선어만을 취급하며 일본인 고객을 상대하게 됩니다.

 

 

어시장보다 뒤늦게 등장한 것은 농산물 시장입니다. 신포동에 야채시장을 개설한 것은 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닌 청국인(중국인)이었습니다.1914년 조선총독부가 장시에 대한 관리-통제를 위해 '시장 규칙'을 공포한 10년 뒤인 1927년, 농산물 시장은 모두 인천부 직영으로 바뀌게 됩니다.

 

생선류를 파는 어시장인 제1시장은 1929년 12월에, 청과류를 파는 농산물 제2시장은 1933년 7월 각각 신포동에 건물을 신축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경영에 들어갔고, 뒤이어 1930년 공설 청과물 시장이 지금의 인현동에 문을 열었습니다. 인천청과물주식회사가 농산물 시장의 부영 대행권을 출원해 일본인이 주축이 된 인천물산주식회사와 경쟁 관계에 있다가 자본 합병에 따라 청과류는 인현동 시장에서, 채소류는 신포동 시장에서 각각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인현동 청과물 시장의 활기찬 옛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그러니까 90년 초중반만 해도 리어카에 온갖 과일을 가득 싣고 오가는 행상이나 동인천역 앞 숭인로를 따라 줄지어선 과일상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배다리 헌책방거리도 전통공예상가도 활기 잃었는데....

 

이후 시장 개설은 계속되어, 1935년 무렵 조선인 박영섭은 동인천역 부근에 벌집 모양의 시장을 개설하고 유창호가 송현동 개천가에 야시장을 운영해 오늘의 시장 터를 닦아 놓았다 합니다. 1936년에는 인천부가 송현동에 양철지붕을 얹은 '송현 일품시장'을 열었는데 6.25전쟁 직후 그 인근에 미제 물건을 파는 '양키시장'이 들어서서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양키시장에서는 탱크만 빼고 다 살 수 있다는 말까지 있었습니다.

 

1950년대 가장 큰 시장인 중앙시장은 동인천역에서 배다리까지 이어져 동인천역 뒷편의 송현자유시장과 송현삼거리에 자리한 송현시장과 함께 큰 상권을 자랑해왔습니다. 하지만 인천시의 동인천역 북광장 조성사업으로 중앙시장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명물이 되고 싶었던 중앙시장이 사라지는 가운데, 길 건너편 1960년대 초반 개설된 송현시장은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청이 국비를 들여 지역문화와 주변 관광자원을 연계한 전통시장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육성-지원하는 것에 선정돼 총 48억원을 지원받았습니다.

 

2008년 10월 인천시와 동구도 시-구비 32억원을 들여 2010년까지 송현시장을, 1960-70년대 인천의 서민 생활상을 보존-전시하고 있는 수도국산 박물관과 배다리 헌책방거리 및 전통공예상가와 연계한 워킹-투어 코스로 개발하겠다 한 바 있습니다.

 

또한 수도국산을 관통하는 산업도로건설로 중동구를 조각내며 배다리마을 마저 없애려는 인천시는, 송현시장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개발되면 '인천시민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고 '현대화된 대형마트와 경쟁력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인천시의 개발-전시행정으로 점점 인천시민들의 삶이 녹아있는 시장이 아니라, 장밋빛 환상으로 얼룩진 관광코스로 재래시장이 변해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잘하는 일인지 어떤건지 모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송현시장, #재래시장, #문화관광,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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