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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 없는 선거'

 

이번 한나라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의 특징이다. 경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어떤 후보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황우여 의원이 '친박' 최경환 의원과 손잡고 출마하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정책위의장이 큰 변수가 되자 의원들은 "원내대표 경선이 아니라 정책위의장 경선"이란 우스갯소리도 한다.

 

덕분에 관전은 흥미롭게 됐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면 결과는 더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1차 때 3위 후보의 표가 어디로 몰리느냐에 따라 '역전 드라마'도 가능하다.

 

의원들 중에선 아직 어떤 후보를 찍을지 정하지 못했다는 이들이 많다. 부동표는 초선 사이에 많아 '초선의 표심을 잡는 후보가 승리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 초선은 90명으로 전체 의석(170명)의 절반을 넘는다. 초선들의 주도로 20일 오후 열리는 후보자 합동 토론회가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는 초선의원들이 패널로 참석하며, 토론회 현장에서 즉석 질문도 받을 예정이다. 당 화합, 당·청 소통, 원내 운영 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새 원내대표의 첫 과제가 6월 임시국회인 만큼 미디어관련법 등 쟁점법안 처리 방향도 토론 주제가 될 전망이다.

 

[기호① 황우여·최경환] '친박표' 쏠리면 승산...'계파 대결' 우려도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지난 18일 '친박' 최경환(54·경북 경산·청도·재선) 의원의 손을 잡고 출마선언을 한 황우여(62·인천 연수·4선) 의원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이전까지 경선구도는 '안상수 vs 정의화'의 2강전이었으나 황 의원이 '친박 카드'를 잡는 바람에 단박에 '3파전'으로 바뀌었다. 안·정 의원측은 당황했다.

 

최 의원은 그간 적잖이 구애를 받았으나 고사해왔다는 후문이다. 안 의원은 "당내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며 음모론을 펴기도 했다.

 

일단 친박표는 '황우여-최경환' 조에 집중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되레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 친이 진영이 결집해 '계파 대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짐에 황 의원은 "자꾸 음모론이니 하고 얘기하면 다시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어두운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약점으론, 황 의원의 흐릿한 이미지가 지적된다. 2007년 당 사무총장으로 대선후보 경선을 무난히 관리했지만, 그 외에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은 거의 없어서다. "'최경환 정책위의장'은 'OK'이지만, '황우여 원내대표'는 '?'다"라고 말하는 의원들이 적잖다. 일각에서는 "여야 협상에서 야당에 끌려다니기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호② 안상수·김성조] 원내대표 재선에 도전... '강경' 이미지가 맹점

 

'안상수(63·경기 의왕·과천·4선)-김성조(51·경북 구미갑·3선)' 조는 '경륜과 화합'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다.

 

안 의원은 17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였다. 원내대표 재선에 도전하는 셈이다. 안 의원은 "원내대표로서 지난 대선을 승리로 이끈 경험이 있다"며 "지금은 이런 경륜과 추진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6월 임시국회 운영과 관련해서도 안 의원은 "미디어법 등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므로 반드시 6월에 표결처리 돼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친이 쪽에선 '6월 입법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추진력 있는 강한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원내대표로 강성인 이강래 의원이 선출되자,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반면, 안 의원이 내세우는 '경험과 추진력'을 그의 맹점으로 꼽는 의원들도 있다. 안 의원의 출마에 당장 의원들 사이에선 "원내대표를 한번 해본 분을 또 뽑아야 하나"란 말이 나왔다. '강경·친이' 이미지도 부담이다. 원내 협상을 원만히 풀어나갈지 의문이란 얘기다. 당내 '야당'인 '친박 보듬기'도 숙제다.  

 

이에 안 의원은 "난 강경파가 아닌 부드러운 남자"라고 거듭 강조한다. 안 의원의 주도로 국회에서 목욕을 즐기는 여야 의원들의 친목 모임인 '목욕당'을 창당(?)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재섭계로서 계파색이 흐릿한 김성조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삼은 데 대해서도 "'경륜과 화합'의 만남"이라고 포장했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친이 모임 '국민통합포럼'과 '목욕당'이 최대 우군이다.

 

[기호③ 정의화·이종구] "영남과 수도권의 결합"... 일각선 "PK 원내대표 부담"

 

정의화(61·부산 중·동·4선) 의원의 강점은 '친이' 성향이면서도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파인 안상수 의원에 비해 장점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이를 살려 정 의원 측은 '화합형 지도자'라고 강조한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정 의원은 "이번 패배를 '한나라당의 1기 암'에 비유한 자성의 목소리를 들었다. 늦기 전에 책임있는 집권여당으로 능력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당을 '수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미지가 너무 부드럽다는 지적엔 "유연하지만 결코 유약하지 않다"며 "병원노련의 5개월 파업에도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관철시킨 배짱과 철학이 있다. 야당시절엔 원내 수석부총무로서 대북송금 특검법안과 행자부장관 해임촉구결의안을 관철시켰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을 두고는 PK(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스럽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정 의원이 당선되면 'PK 출신 당 대표-PK 출신 원내대표'가 돼 '영남당'이란 말이 나올 게 뻔하다는 걱정이다.

 

'영남색' 우려를 씻기 위해 수도권 출신 이종구(59·서울 강남갑·재선) 의원과 짝을 이뤄 출마선언을 했지만 효과가 큰 것 같진 않아 보인다. 의원들은 '강남 지역구 정책위의장'엔 선뜻 동의하기 어려워하는 분위기다. 이 의원이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 이른바 '부자감세'에 앞장 서 왔던 터라 더 그렇다.

 

이 의원은 "(제가) 강남 출신이라 지역구 사정에 좀 발목을 잡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지만, 집권여당의 정책을 담당하면 균형있고 일관성있게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태그:#한나라당 원내대표, #황우여, #안상수, #정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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