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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는 후배가 며칠 전에 전화를 했었습니다.

아버님이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했는데 대장암이라고. 그런데 이 사실을 자기만 알고 있는데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으냐고 저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후배가 저에게 의견을 구한 것은 1년 전에 저희 아버님도 암으로 병투병하시다가 돌아가셨거든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후배이기에 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환자보다 주변의 가족들이 단단히 마음 먹게 하는것이 좋으니 어머님도 모시고 같이 병원에 가는 게 좋을것 같다고"

그렇게 의견을 주었습니다.

 

며칠 전에 아버님이 수술을 했다기에 병문안을 갔더랬습니다.

마침 후배 아버님이 수술한 곳이 저희 아버님이 치료를 받던 곳이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병실도 같은 호수를 사용하고 계셨습니다.

낯익은 병원과 간호사들을 보면서 1년 전 따뜻한 봄날에 돌아가신 아버님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니까 벌써 2년이 더 지났네요.

그때 아버님 나이 68세 되던 해였습니다.

천식이 심해도 죽어도 병원에는 안 가시겠다는 아버님을 가족들이 보다 못해 끌고 대학병원으로 모시고 왔었지요.

이런 저런 검사를 하고 나서 의사가 아무래도 조직검사를 해 보자고 합니다.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큰병은 아니겠지라는 마음으로 검사를 하고 며칠 후에 병원에를 다시 갔습니다.

진단은 "림프종4기" 였습니다.

혈액암의 일종으로 어쨌든 치료에 최선을 다하자고 의사는 이야기했고

우리 가족은 큰 걱정에 휩싸였습니다.

평생 보험이라고는 들어 본 적도 없고 보험 들자고 하면 역정부터 내셨던 아버지기에

당장 병원비부터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쩌겟습니까. 우리는 아버님 치료에 최선을 다하자고 하고 앞으로 얼마나 병원비가 나올지 몰라

이리저리 병원비에 대해 궁리를 했습니다.

남들은 암치료하다 집 한 채 거덜났다고도 하고

카드빚이 얼마라는 둥 이런 이야기들이 저희 가족들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아버님은 자꾸 퇴원하자고만 하고...

그래서 막 싸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던중 한 간호사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중증환자카드" 만드셔야 하니까 원무과에 들르셔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중증환자카드"를 발급받으면 병원비의 10%만 내면 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암환자 등 중증의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국가가 대부분의 치료비를 내는

즉 저소득층도 병원비에 큰 부담을 줄여주는 것으로 법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그때 제 마음은 정말 무어라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그후 우리 가족들은 큰 부담없이 아버지의 치료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1년이 조금 넘게 암투병을 하셨고 그때까지 저희 가족이 병원에 낸 돈은 200만원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총 병원비가 2천만원 정도 나온 거지요.

 

그때 저는 의료보험 제도가 정말로 꼭 필요한 제도라는것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더욱더 의료보험 제도가 좋아져서 돈이 없어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1년 정도를 암투병끝에 저희 아버님은 세상에 이별을 고하셨습니다.

만약에 1년 치료비로 2천만원을 내야 했다면 우리 가족들에게는 지금도 큰 짐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병원비 때문에 아버지 치료를 중단했더라면 지금도 아버지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에 하늘을 보지 못하고 살 뻔했습니다.

돌아가시기 1주일 전에 저에게 " 미안하다. 중간에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기죽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며 우십니다.

 

저는 학생운동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사회운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늘 " 야 돈도 안 되는 거 뭐하러 그렇게 붙잡고 있냐"  "처자식 고생시키면서 꼭 그 일을 해야하냐고" 하셨던 분이십니다.

마침 저는 2008년 총선에 진보정당 후보로 출마를 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버님이 저에게 힘내라 하십니다.

그 일이 벌써 1년하고도 한 달이 지났네요.

 

요즘 이명박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한다고 합니다.

말은 의료선진화 방안이라든지 영리법인화라든지 말만 바꾸어서 말입니다.

정말 돈이 없어서 보험하나 들 수 없는 사람이 태반일텐데

특히 요즘 경기가 인 좋아서 실직이다 해고다 비정규직이다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돈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치료를 할 수 없다면 국가가 국민에게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이것이 제가 경험한,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블러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의료민영화 , #이명박, #의료선진화, #영리법인화, #암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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