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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의 대주주인 AB인베브(Euronext:ABI)는 7일 세계 2위의 미국계 사모투자펀드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에 오비맥주를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매각 금액은 18억 달러(현재 현물환율 1272.6원 기준 약 2조3000억 원) 규모이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사모펀드가 매입한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최근 수년간 국내 기업 인수합병(M&A)에서 항상 후보로만 머물던 외국계 사모펀드가 2조원이 넘는 딜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AB인베브는 "KKR에 한국시장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유지해 온 버드와이저, 버드아이스, 호가든 등의 브랜드 유통에 대한 독점 라이센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계약이 언아웃(earn-out) 방식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오비맥주와의 관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언아웃 방식'이란 매도자와 매수자가 나중에 이익이 나면 이익을 배분하는 것으로, 기업의 매각시 처음부터 그 가치를 높에 평가해줄 매수자가 없고, 그렇다고 매도자가 헐값에 팔 수도 없을 경우에 맺는 계약이다.

AB인베브는 또 사전에 약정된 조건에 따라 거래가 완료된 이후 5년 내에 오비맥주를 재 인수할 권리를 가지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AB인베브측은 오비맥주의 매각 이유에 대해 "지속적인 디레버리지(차입축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2008년 11월 인베브의 앤호이저부시(Anheuser-Busch) 인수로 인해 발생한 부채 상환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고 밝혔다.     

카를로스 브리토(Carlos Brito) AB인베브 CEO는 "이번 거래는 주주 가치를 제고할 뿐 아니라 향후 지속적인 유통 계약을 통해 상호 이득이 되는 관계를 제공한다"며 "우리는 오비맥주의 비즈니스와 경영진, 직원들을 매우 높이 평가하며, KKR이 신뢰할 수 있는 주주며 파트너로서 오비맥주의 장기적인 성장과 한국 맥주시장의 성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조셉 배 (Joseph Y. Bae) KKR 아시아 대표는 "한국에 첫 투자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장기적이고 건설적인 파트너로서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오비맥주, 직원, 한국 맥주 시장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오비맥주는 견고한 사업기반, 강력한 경영진, 매력적인 성장전망 등 기대하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거래의 완료는 한국 법상의 관계당국 승인 및 기타 선결 조건이 충족된 후 2009년 3사분기에 완료될 예정이다. 양사는 오비맥주 매각에 대해 구속력 있는 매각계약을 체결했으며 KKR은 이번 인수와 관련된 자금 조달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B인베브측은 "이번 매각이 경상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미화 약 5억 달러 규모의 비경상이익 매각차익을 남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매각 차익은 매각 완료 시점의 환율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AB인베브는 매각 주간사로 JP모간(JP Morgan), 도이치은행(Deutsche Bank), 라자드(Lazard)를, 법률 자문은 김앤장 (Kim & Chang) 및 설리번 앤 크롬웰 (Sullivan & Cromwell)을 선정했다. KKR의 투자자문은 골드만삭스 그룹(Goldman Sachs Group Inc.), HSBC 그룹, 노무라 홀딩스(Nomura Holdings Inc.), ING 그룹이 담당한다. 법률 자문은 태평양 및 심슨 태처 & 바틀렛 (Simpson Thacher & Bartlett LLP)이 담당했다.

'인베브'의 고가매각 전략에 '롯데' 인수 포기

KKR은 지난달 27일 AB인베브의 이사회에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 MBK파트너스 등 국내외 사모투자펀드를 제치고 오비맥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KKR은 지난 1일까지 오비맥주에 대한 배타적(Exclusive) 인수협상권리를 부여 받아 인베브와 협상을 진행해 왔다.

앞서 AB인베브측은 KKR과 본 계약을 앞두고 롯데, MBK 등 경쟁 후보들을 상대로 가격 올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23억달러 이상의 가격을 쓸 경우 경영권 인수기회를 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비현실적인 가격'이라며 그 가격으로는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비맥주보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하이트맥주(60%)와 비교해서도 2배 이상 높은 가격이기 때문이다. 단순 비교한 자산가치만 해도 하이트가 오비맥주보다 1.5배 이상 많다.

인베브는 지난해 9월 시장에 오비맥주 매각 의사를 밝히면서 이미 고가매각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롯데와 MBK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베브와 협상에 나섰지만 인베브의 기대가격은 좀체 내려가지 않았고, 결국 롯데측은 인베브의 매각 제안을 거절했다.

한편 외국계 은행만으로 인수금융을 꾸린 KKR이 국내 금융회사로부터 얼마나 지원을 얻어내느냐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KKR의 오비맥주 인수금융 대주단을 맡은 노무라, HSBC, JP모건, SC 등 외국계 은행 4곳은 앞으로 국내 금융회사를 상대로 신디케이트론에 나설 예정이다. 신디케이트론이란 다수의 은행으로 구성된 차관단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차입자에게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을 말한다. 


태그:#오비맥주, #미국계 사모펀드, #KKR, #인베브,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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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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