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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 인플루엔자'가 미국과 유럽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님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추정환자였던 51세 수녀는 감염환자로 밝혀졌다. 일본도 양성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2002년 사스 파동 당시 피해가 가장 컸던 산둥성이 인접한 홍콩에서도 감염환자가 발행함으로 중국 정부는 물론 아시아 전역이 긴장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멕시코발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하여 '멕시코 인플루엔자'라고 부르니 멕시코가 발끈하고, '돼지 독감'이라고 부르니 양돈 농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폭락, 소비급감 등 양돈업계의 피해가 본격화되자 정부는 공식명칭을 '멕시코 인플루엔자' 혹은 '북미 인플루엔자'로 변경했다. 그러다 다시 '신종 인플루엔자'로 부르기로 했다.

 

명칭 변경... '신종 인플루엔자'

 

지난달 30일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는 급기야 이 전염병에 대하여 '돼지독감, SI(Swine Influenza)' 대신 '인플루엔자 A형' 또는 'H1N1'이란 공식 명칭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광우병'을 '크로이츠펠트-야콥병'으로 부르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명칭이다.

 

'SI'를 'H1N1'로 바꾼 이유에 대하여, WHO는 "이 병은 인간들 사이에서만 전염됐으며, 돼지로부터 인간에게 전염된다는 흔적은 없다"고 밝혔다. 돼지고기를 먹거나 돼지와 접촉한 사람에게 감염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확실히 했다.

 

벌써 이집트 정부는 돼지 살처분을 명령했고, 세계적으로 돼지고기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 '신종 플루'가 애꿎은 돼지만 잡고 있는 꼴이다. 결국 이 전염병의 명칭 변경은 애꿎은 돼지에게 씌웠던 누명을 벗기고자 하는 노력이라 볼 수 있다.

 

돼지고기 매출이 확연한 감소세를 보이자 파장을 차단하려고 지난달 29일 정부와 양돈협회는 '돼지독감(SI)'을 '멕시코 인플루엔자' 또는 '북미 인플루엔자'로 통일해 부르기로 했다.

 

이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지난달 27일 전염병의 발생지 원칙에 따라 '북미 인플루엔자'로 명칭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성명발표와 함께 세계 각국 전문가들 역시 이번 질병이 돼지 인플루엔자가 아닌 인간 인플루엔자이므로 '북미 또는 멕시코인플루엔자'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명칭도 멕시코를 비롯한 북미의 반발이 거세다 보니 '인플루엔자 A형' 또는 'H1N1'로 바뀐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보건복지가족부와 질병관리본부도 공식 명칭을 '신종 인플루엔자'라고 부르기로 했다.

 

애꿎은 양돈농가만 잡는 '신종 플루'

 

그러고 보면 정부는 외국의 기관들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결론이다. 그러는 사이 양돈농가와 돼지고기와 관련된 산업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돼지고기 가격은 10% 이상 하락했고, 매출도 30% 이상 급감했다고 홈플러스 측은 밝히고 있다. 다른 매장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제 돼지고기 가격도 계속 하락하고 있고, 지난달 29일 중국, 러시아 등 9개 국가가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을 금지했다고 미국 정부가 밝혔다. 미국은 "이번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식용 돈육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염된다"고 말하고 이들의 수입금지 조치에 항의했다.

 

이제나마 '돼지 인플루엔자' 또는 '돼지 독감'이라는 명칭을 WHO는 '인플루엔자 A형' 또는 'H1N1'로, 우리 정부는 '신종 인플루엔자' 또는 '신종 독감(flu)'으로 바꿔 부르기로 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돼지고기를 기피하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번 인플루엔자가 애초 '돼지 인플루엔자'로 불리게 된 연유가 유전자 탓이라 한다. 인플루엔자는 8개의 유전자 조각으로 구성돼 있는데, 환자에서 검출된 바이러스가 분석 결과 북미 돼지 것이 6개, 유라시아 돼지 것이 2개로 판명된 것, 그러니까 '돼지 씨'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돼지 인플루엔자'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로 돼지가 병들었다는 소식은 없다.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 파동으로 가장 속상한 게 돼지라 하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양돈농가와 돼지를 유통시키는 업체들이 가장 손해를 본다. 연기군 서면의 한 양돈농가의 농민 김씨은 이렇게 하소연한다.

 

"거 돼지독감인가 뭔가 때문에 큰 일 났어요. 다 기른 돼지 100마리를 출하해야 하는데 업자가 가져갈 생각을 안 하네요. 사료값은 비싸고 언제나 가져갈지 막막합니다. 살아있는 동물을 굶길 수는 없잖아요? 출하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농가만 손해 보는 거지요."

 

정부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하여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 파동으로 인하여 애꿎은 양돈농가나 돈육관계업자들이 더 이상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차제에 이와 같은 전염병에 대해 빠르고 바른 진단과 대비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태그:#신종인플루엔자, #신종플루, #돼지독감, #돼지인플루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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