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남 천안의 한 대학과 주민들이 법정에서 만났다. 상호협력 관계의 지역대학과 주민들이 법적 다툼까지 불사하는 것은 드문 일. 법정 공방으로 비화된 갈등의 두 당사자는 나사렛대학교(총장 임승안)와 쌍용2동의 쌍용1통(통장 김만태) 주민들. 대학 소유의 땅에 있는 건물의 철거를 놓고 발단이 됐다.

주민과 대학의 다툼속에 놓인 마을회관

대학과 주민들간 법적 다툼에 놓여 있는 쌍용1통 마을회관의 모습. 뒤로 나사렛대역이 보인다.
 대학과 주민들간 법적 다툼에 놓여 있는 쌍용1통 마을회관의 모습. 뒤로 나사렛대역이 보인다.
ⓒ 윤평호

관련사진보기


작년 12월 문을 연 천안의 쌍용(나사렛대)역. 전철역사에서 나사렛대 방향으로 나오면 학교까지 이어지는 계단이 나온다. 계단이 놓인 언덕의 중턱에는 철근콘크리트 스라브조로 지어진 82.5㎡ 규모의 단층 건물 하나가 대학 건물을 배경으로 서 있다. 건물의 입구 양측에는 '마을회관'과 '방아다리노인회'라는 현판이 부착되어 있다. 바로 나사렛대와 주민들간 첨예한 다툼의 복판에 서 있는 건물이다.

천안시 쌍용1동 쌍용1통 주민들에 따르면 이 마을회관은 1970년 4월 1일 안정라씨 종중 대표 2명으로부터 주민들이 당시 쌀 두가마 값인 1만원을 지급하고 임대한 땅 위에 지어졌다.

당시 종중 대표와 회관 건립부지의 임대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인 안인수(74)씨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알아본 결과 해당 부지의 분필이 불가능하고 쌍용1통 주민들의 공동 소유로 토지를 취득할 수 없어서 영구임대를 골자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안씨가 보관중인 당시 계약서에는 임대차 기간으로 "임차주가 표기 대지 사용이 불필요할시까지 영구히 사용"한다고 적혀 있다. 또한 임대주는 임차주가 자진해서 명도하기 전에는 표기 대지상의 건축물에 대해 철거를 요구치 못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임대차 계약 체결 뒤 주민들은 회관 신축을 위해 모래와 시멘트 등 건축 자재를 갹출하고 3개월동안 직접 건축일을 도와 같은 해 7월 마을회관을 완공했다.

문제는 마을회관이 건립된 부지를 포함해 쌍용2동 419-6번지 일대가 캠퍼스 이전으로 지난 1981년 5월 나사렛대학교에 매입되면서부터 잠복됐다. 마을회관을 비롯해 주변 가옥 등이 졸지에 나사렛대 소유의 땅 위에 지어진 건물이 되어 버렸다.

캠퍼스 이전 초기에는 대학 측이 마을회관 부지의 재산권을 적극 행사하지 않으며 큰 갈등은 없었다. 본격적인 갈등은 올해들어 증폭됐다. 나사렛대는 마을회관을 철거하고 회관과 주변 토지 1백65㎡를 대학측에 인도하라는 소송을 쌍용1통을 대상으로 지난 2월 23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접수했다.

주민들, "대학측이 주민들 재산권 침해"

쌍용1통 주민들은 대학측의 소송 제기를 성토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대학측이 주민들에게 마을회관 용지(50평)의 기증을 약속했다가 이를 백지화하고 오히려 주민들의 손으로 건립된 마을회관의 철거만 종용하고 있다며 정식으로 변호사를 위촉해 대응하고 있다.

김만재 쌍용1통장은 "1992년 대학측이 학교부지 확장 등을 이유로 마을회관을 포함한 주변 가옥들의 보상을 추진하며 마을회관 용지 50평 기증을 약속했다"며 "지난 2006년 기증약속의 시행을 요구하자 대학측이 기증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등 종전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안인수씨는 1970년 작성된 임대차계약서를 제시하며 "마을회관 부지의 실질적 소유자는 주민들인만큼 학교 발전을 위해 주민들이 마을회관 철거에 동의하면 학교측이 대학 소유의 다른 부지에 마을회관을 건립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마을회관 철거시 대학부지내 새 회관 신설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현재 쌍용1통 경로당이 특별하게 없다는 요인도 작용한다.

쌍용1통 경로당은 쌍용(나사렛대)역 주변의 향교 소유 부지에 단층 건물로 있다가 작년 여름 철거됐다. 철거과정에서 쌍용1통 노인회는 수천만원의 보상비를 향교에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된 곳에 컨테이너 2동 형태로 마련된 임시 경로당은 향교측이 건물 신축을 추진하자 인근의 사유지로 옮겨졌다. 사유지에서도 토지 소유자가 이전을 요구하며 쌍용1통 경로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현재 쌍용1통 노인회(회장 정유재)는 대학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마을회관을 대체 경로당으로 이용중이다. 만약 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학교 부지에 마을회관이 신축되면 경로당으로도 사용케 된다.

대학측, 주민들 보상요구에 난색

나사렛대가 올해 2월 촬영한 마을회관의 모습.
 나사렛대가 올해 2월 촬영한 마을회관의 모습.
ⓒ 윤평호

관련사진보기


나사렛대는 주민들을 상대로 한 소송제기가 지역대학으로서도 큰 부담이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보상요구에는 난색을 표명하며 주민들 주장을 반박했다.

나사렛대는 마을회관이 건립된 부지의 소유자는 명백히 대학이며 토지의 전전 소유자인 종중 대표들과 주민들의 임대차 계약 체결 사실은 전혀 몰랐다가 올해 1월 주민들의 주장으로 알게 됐다고 밝혔다.

대학 소유 땅에 있는 마을회관의 처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나사렛대 평생교육원 이성호 교학부장은 "주민들이 종중 대표들과 체결한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대학측에 요구할 수 없으며 법적인 시효도 지났다"고 말했다.

대학측은 1992년 당시 토지 매도를 위한 홍보 안내문에서 언급된 마을회관 부지의 기증에 대해서도 주민들과 다른 설명을 내놓았다.

이성호 교학부장은 "마을 주민들과 (토지) 매매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마을 회관 부지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던 것인데, 마을주민들에게 매도하고자 했던 토지가 도시계획법상 학교부지로 지정된 땅으로서 이전이 불가능함에 따라 마을회관 부지 기증 약속도 자연히 백지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렛대는 마을회관 철거에 응하는 대신 학교 땅의 다른 곳에 마을회관을 지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는 수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교육용 재산으로 엄격히 관리되는 학교 부지에 마을회관 신축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

대학측은 주민들이 겉으로는 마을회관 철거의 보상을 요구하지만 실상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폐건물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창고 등의 용도로 간헐적으로 사용하던 중 쌍용1통 경로당이 없어진 터에 대학측이 마을회관의 철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자 주민들이 보상을 염두하고 도색 등 건물을 보수한 뒤 회관을 계속 사용한 것처럼 주장한다는 것.

이성호 부장은 "비좁은 교사 부지에서 학교건물 신축을 위해 마을회관 철거는 불가피하다"며 "회관이 주민들 힘으로 건립된만큼 법적인 감정평가액 외에 추가적인 보상비 지급의 용의는 있지만 과다한 보상비 요구나 대체 부지 제공 등의 주장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24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나사렛대학교, #천안시쌍용1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