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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넘은 나이에, 그것도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이 전혀 새로운 미래에 도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 도전에 멋지게 성공하여 지금은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을 살고 있는 여성이 있다. 바로 보르도와인아카데미 교육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지수가 그녀다.

 

그녀는 대학 졸업 후 두 번의 이직 후에 5년 동안을 한 직장에서 근무했다. 해마다 능력도 인정받아 직급도 올라갔고, 남부럽지 않은 지위도 누렸다. 그런데도 해마다 찾아오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떨쳐버릴 수 없어, 급기야 대학교 때 전공한 불어불문 학위를 가지고 파리의 보르도를 찾아, 이전과는 전혀 색다른 차원의 와인공부에 뛰어든 것이다.

 

그녀가 쓴 〈소믈리에, 그 꿈을 디캔팅하다〉는 그녀가 보르도의 '까파 와인 학교'에서 2년 간의 과정을 거쳐 프랑스 공인 MC 소믈리에 디플롬을 취득한 모든 과정을 소개하고 있고, 1년 간 프랑스 최고의 요리 학교로 통하는 '그 꼬르동 불루'에서 배운 재미있는 요리 세계도 덧붙이고 있다. 

 

흔히 와인은 맛으로 배워서 맛으로 또 다른 이에게 추천하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까파  와인 학교에서는 처음부터 와인을 눈으로 마실 수 있도록 가르친다고 한다. 이를테면 레드 와인의 경우나 화이트 와인의 경우에 그 색깔의 농도에 따라 어떤 품종인지와 양조 상태 그리고 숙성 여부 등을 판가름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으로부터 시작해, 와인을 분석하는 테이스팅, 각종 시음노트를 적어나가는 일들, 그리고 3일 동안의 소믈리에 시험에서 필기시험과 블라인드 테이스팅, 디캔딩과 서비스 실기, 마리아쥬와 와인 추천에 대한 테스트에 합격하여 최종 합격의 영광을 얻기까지, 그 과정은 결코 그녀에게 쉽지 않는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꼬르동 불루' 요리 학교의 셰프를 통해 배운 세계 최고의 프랑스 음식의 맛과 수준을 만끽할 수 있었는데, 사실 그녀는 요리를 배우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와인에 잘 맞는 마리아쥬를 연출해 내기 위해 프랑스 요리를 익혔던 것이다. 1년간 배운 요리 학습은 그녀가 진정한 소믈리에로 거듭나게 하는 데에 부족함 없는 산고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이제 소믈리에가 되고자 도전의 꿈을 품은 사람들에게, 혹은 마냥 와인이 좋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늘 새로운 도전을 꿈꾸지만 현실의 밧줄에 묶여 자신의 꿈들을 차곡차곡 접어 두기만 했던 모든 이들에게 내 소중했던 시간과 경험들이 또 하나의 거울이 되었으면 좋겠다."(에필로그)

 

이 책을 읽다 보니, 전에는 생소하게 다가왔던 와인 용어들이 왠지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그것은 아마도 한때 화제였던 텔레비전 드라마 〈떼루아〉의 영향이지 않나 싶다. 그 드라마를 통해 디캔딩도, 마리아쥬도, 부쇼네도, 그리고 소믈리에와 그 대회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와인을 숙성시키는 오크통을 어떤 것으로 쓰느냐에 따라 그 맛과 향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하였는데, 이 책에서는 그것이 얼마나 더 중요한지 실감케 해 주고 있었다. 오크통 하나가 보통 600-700유로가 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만큼 포도를 재배하는 땅과 토양과 공기와 햇빛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을 담아 숙성시키는 참나무통 하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토대였던 것이다.

 

"직원은 200년 이상 된 참나무를 베어다 만든 널빤지들을 2-3년 동안 이렇게 대기 중에 쌓아 두고, 비, 바람, 태양 등의 자연현상을 고스란히 견디도록 하며 건조시켜 불필요한 탄닌을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그저 나무를 베어 와 바로 통을 만드는 줄 알았는데, 참나무 하나가 와인을 품는 오크통으로 탄생하기까지 그런 인내의 시간이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95쪽)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 변화에 자신을 내어 던지는 것은 모두가 꿈꾸는 것이지만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그것을 행동을 옮긴다는 게 녹록치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젊은 여성으로서 와인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열정의 결실을 이뤄냈으니, 이 땅에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 특히 소믈리에의 세계에 도전하고픈 사람들이라면 그녀의 책을 귀중한 지침으로 삼아도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소믈리에, 그 꿈을 디캔팅하다 - 1000일간의 프랑스 와인 유학일기

김지수 지음, 아이엠비씨(엠북스)(2009)


태그:#소믈리에, #김지수, #오크통,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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