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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만에 탁구를 쳤습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하루가 멀다하고 탁구를 쳤는데 요즘은 거의 치지 않았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탁구 치는 일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옛날에는 탁구장이 여기 저기 많았는데 탁구장은 가뭄에 콩나듯 있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워낙 운동을 못하는 사람이라 탁구도 별로 입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탁구를 치니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개운했습니다. 아이들도 함께 시합을 하니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아빠를 닮아 그런지 우리 집 아이들 운동 신경은 정말 한심합니다. 하지만 큰 아이 인헌이는 운동은 좋아합니다. 못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지요. 축구면 축구, 야구면 야구 어느 것 하나 싫어하지 않고 좋아합니다. 아빠는 운동도 못하면서 싫어하는데 큰 아들은 다릅니다.

 

 

큰 아이가 라켓을 처음으로 잡았습니다. 처음 잡은 라켓이지만 아빠가 넘기는 공은 잘 받았습니다. 잘 받고, 또 넘기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보다는 운동 신경이 나은 모양입니다.

 

"인헌아! 너 라켓 처음 잡았는데 탁구 잘 한다."
"아빠보다는 잘 못했요."
"당연하지. 아빠가 너 보다 못하면 어떻게 되겠어."
"앞으로 탁구장에 가서 많이 치면 좋겠어요?"
"그런데 아빠가 탁구를 잘 못친다. 엄마가 잘 치니 엄마에게 배우면 되겠다."

 

딸 서헌이는 정말 운동을 잘 못합니다. 나도 못하지만 이 정도는 아닙니다. 공을 받는 것은 고사하고 라켓에 공을 맞히는 것도 어려워합니다. 하지만 우스면서 합니다. 웃음이 흘러 넘치는 아이라 자기가 운동을 잘못하는 것도 잊어버리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그만 탁구대에 턱을 부딪히자 금방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웃다가, 울고 하는 딸을 보면서 얼마나 재미 있는지 모릅니다.

 

 

막둥이는 정말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술은 빵점이지만 열정은 대단하여 힘으로 밀어붙입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다가 안 되면 형과 누나에게 화를 내지요. 형이 공을 잘 주지 않아서 그렇다고. 머리를 좀 쓰면 되는데 머리보다는 몸이 앞서니 머리를 많이 쓰는 형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나 같이 탁구를 잘 치지 못하는 학생이 거의 없었지만 요즘은 아닙니다. 의외로 탁구를 잘 치지 못하였습니다. 공을 힘있게 치지도 못합니다. 운동 신경이 없는 것도 아닌데 힘이 공을 넘기는 모습은 몸만 거치고 체력은 약하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보았습니다.

 

 

오히려 사모님들이 탁구를 더 잘쳤습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쳤던 탁구 실력이 20년이 지난 오늘 드러났습니다. 수비도 잘하고, 힘 있게 쳤는데 자녀들보다 훨씬 잘 쳤습니다. 20년 전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나니 얼마나 재미 있겠습니까? 요즘 아이들은 느낄 수 없는 기쁨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정말 운동을 못합니다. 아내가 학교 다닐 때 탁구를 자기 오빠들과 탁구를 자주 쳤다고 하길래 의심을 했지만 오늘 보니 나보다 훨씬 잘 쳤습니다. 탁구를 잘 치는 목사님과 시합을 하여 비록 졌지만 대단했습니다. 솔직히 아내 앞에서 처음으로 머리를 숙여야 했습니다.

 

 

목사님과 사모님들은 학생 시절 실력을 뽐내면서 자기 자랑하기에 바빴고, 아이들은 탁구를 조금 배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진주도 탁구장이 없습니다. 학생들이 탁구를 안 치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탁구장이 없다는 것은 아이들이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옛날에는 탁구대가 없어도 평상에서 탁구를 했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탁구장이 하나씩 생기는 모습을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태그:#탁구, #단합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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