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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일전 검찰은 연쇄살인범 강호순에 대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다. 죄명은 부녀자 연쇄살인 및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존속살해 등의 혐의다. 더불어 "피고인과 같은 무자비한 연쇄살인범이 우리 사회에 더 이상 나타나지 않길 바라며, 피고인을 사형에 처해 달라." 는 말을 전했다. 근 10년 만에 부활한 사형제도이며, 이 판결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는 사형제도 찬반론이라는 심각한 고민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형제도에 대해 찬성의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의 범죄와 갈수록 심각해지는 잔혹성이 사형제도에 불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사형제도의 성격상 인권을 유린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종종 내비치고 있지만, 각종 상황들은 사형제도의 찬성에 조금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타 형법과 달리 사형이라는 제도는 생명을 없앤다는 점에서 가장 큰 형벌로 남아있지만, 그 범위는 다소 주관적이다. 흔히 살인과 같은 큰 범죄를 저질러야 사형인 줄 알지만, 한낱 동전 몇 개에 사형을 선고받은 경우도 적지 않다. 분명 사형이라는 법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세우는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은 때때로 오판이라는 큰 실수를 지르기도 한다.

 

  제 아무리 많은 자료와 선례를 본다 하더라도 인간이 하는 재판이기에 오판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법이라는 이름 하에 생명을 빼앗는 것 역시 지나친 오만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사형수 출신의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국가 최고 책임자로 있는 세계 유일의 국가이기도 하다. 제 아무리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훗날에는 어떠한 사람이 되어있을이지 모르는 법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그 사람의 한쪽 면만 보고 사형이라는 극단의 방법을 쓰는 것은 분명 이기적이며, 불합리적인 방법이다.

 

  교도소에서도 징역을 선고받은 사람과 사형을 선고받은 생활이 다르다. 소위 징역을 받은 사람은 교도소 내에서 소위 노동의 대가를 치루지만, 사형수들은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으며, 사형기일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죄에 대해 되새겨보고 참회의 시간을 갖는 게 전부이다. 실제로 사형수 대부분이 사형기일 날 눈물을 흘리며,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그 동안의 조용한 생활 속에 자신을 되돌아보고, 뉘우침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래 죄라는 건 순간의 실수와 자신에 대한 미숙한 의지로 인해 일어나는 돌발적인 상황이다. 단순하게 결과만 보며, 사형이라는 판결을 내린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에 대해 의문점이 든다. 우리들이 바라는 것은 범죄가 줄어드는 것이지, 사형으로 인해 또 하나의 생명이 사라지는 걸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형제도가 범죄자들의 도피처이자 자유로의 여행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자신이 저지른 거대한 범죄에 대해 무기한의 징역을 사는 것 보다, 사형이라는 것을 선택하여 고통을 없애려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형은 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살아있는 사람들이 내리는 일종의 복수다. 더불어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방지코자 하는 경고이다. 누구도 범죄가 일어나는 걸 원하는 사람이 없다. 자신이 피해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범죄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딜레마 속에 사람들은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을 논하면서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사형에 대한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사는 것에 대해 더 걱정이 든다. 범죄자들이 사형을 생각하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다. 범죄를 저지르고 난 뒤에 사형에 대한 두려움이 오는 것이다. 또한 사형이라는 결과는 흔히 살인범과 정치범 등에 속하는데, 그들이 사형이라는 것에 공포심을 느낀다는 것 역시 무의미한 주장이며 의견일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 사형제도의 효과는 당연 미지수에 이른다. 사형제도가 있어야 사회가 깨끗해지고 범죄가 예방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사형이라는 제도에 죄책감과 범죄를 부르는 것보다, 그들에게 무기한의 징역을 선고하여 평생 자신의 죄를 뉘우치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태그:#사형제도, #강호순, #인권, #범죄, #사형제도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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