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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화엄사 앞 계곡

다리 건너가면 거기

내 젊은 날 무전여행의 한때

하룻밤 묵어갔던 암자 지장암 있네

그때 고마움 잊지 못해

언제 한 번 꼭 그곳에 다시 찾아가리라 벼르다가  

작년 늦봄에야 겨우 찾아갔더니

주지 스님 입적하신 지 한참 됐다 하네

그 길로 노고단 올라가

스님  정성껏 싸주신 도시락

노고할미 불러 함께 나눠 먹던 일

어제 일이런듯 아직도 생생하건만

피안 가는 일 무에 그리 급하다고

그리도 바삐 가셨는지

 

늘 정시(定時)보다 늦게 도착하는

내 게으른 그리움 탓하면서

해마다 4월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서

사바중생들, 그 꽃 바라보며 잠시나마 

세상살이 고통 잊는다 하여 

피안앵(彼岸櫻)*이라 불리는   

승방 뒤편 올벚나무 찾아가     

이 세상 어디에

지속 가능한 피안이 있느냐 물었더니  

자기 역시 그 길 알지 못해

삼백쉰 해 동안 하릴없이 이곳에 머물고 있노라 답하며

늙은 올벚나무 허허로이 웃음만 날렸네.

 

 

* 피안앵(彼岸櫻 : 천연기념물  제38호 화엄사 지장암 올벚나무의 별칭. 다른 벚꽃보다 일찍 핀다 하여 올벚나무라 부르는데 아마 지금쯤 활짝 피었을 것이다.


태그:#지장암 , #올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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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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