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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흥미롭게 읽었다. 동물농장은 흔히 알려졌다시피 풍자소설로 유명하다. 스탈린주의의 야만성을 동물들의 세계에 그대로 옮겨놓았는데 그 예로 동물반란은 러시아 혁명을 의미하고 소설의 주요 인물인 나폴레옹은 스탈린을, 스노볼은 트로츠키를 의미한다.

가장 압권 중 하나는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대립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동물농장의 지도자 격인 스노볼과 나폴레옹은 풍차건설을 놓고 대립한다. 스노볼은 풍차건설을 통해 전기를 발생시키면 온냉수도 받을 수 있고 식량 생산도 훨씬 편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나폴레옹은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딱 자른다.

그런 대립 중에서 풍차건설을 추진할 것인지 아닌지 투표로 결정짓기로 한다. 그런데 나폴레옹이 훈련시킨 개들에 의해 스노볼이 습격당하면서 투표는 무산되고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게 된다. 동물들은 스노볼이 습격당한 사건에 의문을 갖지만 충성적인 말인 복서가 그 상황을 정리한다. "나폴레옹은 무조건 옳다!"

그리고 3주가 지났을 때, 나폴레옹은 중대한 발표를 한다. 앞으로 2년 계획으로 풍차건설 추진한다는 것이다. 동물들은 다시 의문을 품는다. 풍차건설에 반대했던 나폴레옹이 갑자기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폴레옹의 부하 스퀼러는 풍차건설은 원래 나폴레옹이 추진하던 걸 스노볼이 훔친 것인 데다, 스노볼이 장차 동물농장에 위협이 될 존재임을 생각해서 전략적으로 반대를 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동물들은 역시 의문을 품지만 또다시 복서가 상황을 정리한다. "나폴레옹은 무조건 옳다!"

지도부가 보이는 모순에도 동물들이 무조건 옳다고 순응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비록 러시아 혁명을 무대로 삼은 소설이지만, 우리 사회와도 겹쳐지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하면서 우리 사회엔 수많은 모순적인 사건이 있었다. 광우병으로부터 안전성이 검증이 안 된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했고, 기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언론사 사장에 대통령 측근이 임명됐고, 그저 인터넷에서 인기 있던 논객에 불과하던 미네르바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얼토당토 안되는 이유로 체포됬다. 더욱이 올해 초에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다수의 희생자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책임은 물어지지 않고 있다. 또 최근엔 신형철 대법관이 촛불 재판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징계조치 또한 취해지지 않았다.

이러한 모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무조건 옳다는 식으로 나가는 이들이 있다. 여당과 수구언론들이다. 의회는 행정부에 대한 견제의 책임이 있고, 언론은 사회의 모순을 비판해야할 역할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정치적"이라고 하거나 "좌파적"이라면서 두루뭉술하게 말도 안 되는 모순을 대변하고 있다. 그들은 동물농장의 복서처럼 "이명박은 무조건 옳다!"를 외치는 이명박 정부의 수동적인 노예에 불과하다.


태그:#이명박, #동물농장, #조지 오웰, #여당, #수구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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