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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개나리를 봄의 전령이라고 하듯이 봄하면 개나리가 상징이다. 물론 산수유, 벚꽃, 진달래, 철쭉도 무척 예쁘다. 하지만 노란 개나리야말로 색깔로도 피는 조건으로 모든 것이 봄에 어울린다.

 

물론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봄꽃이 다 다르겠지만, 개나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단연 많을 듯하다. 하지만 약한 바람에 무수히 흩날리는 벚꽃의 아름다움도 좋고, 토담을 에워싸고 도는 선붉은 분홍빛을 무수히 뿜어내는 진달래도 좋다. 산자락을 붉게 물들인 철쭉도 빼어난다. 하물며 도도하고 수수하게 피어있는 목련의 화사함은 또 어떻게 얘기하랴.

 

 

예로부터 사람들은 꽃으로 하여금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게 하여, 말이나 글로 나타낼 수 없는 감정을 넉넉하게 전달하였다. 가늘고 연약한 꽃 한 송이가 사람의 마음이나 기분을 대신해 주는 것이다.

 

개나리는 봄의 표상

 

그리스 신화의 아폴로가 운동경기의 승리자에게 월계수의 가지와 잎으로 만든 관을 씌어 주어 승리의 영광을 표시한 데서 월계수는 '승리'라는 상징을 가지게 됐다. 이후 사람들은 올림픽경기 우승자에게 '월계관'을 씌워 주었다. 동방에서는 소나무와 대나무를 곧은 절개에 견주고, 국화나 매화를 성품이 고상하고 순결함에 비겨 시를 지어 노래했다.

 

 

그런데 봄의 문턱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사치스러울 만큼 샛노란 빛깔의 개나리는 나뭇가지마다 작은 꽃이 소복소복 피어 마치 노란 꽃구름을 연상케 한다. 때론 보잘것없이 경망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개나리 없는 봄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개나리는 봄의 표상이다. 그래서 개나리를 봄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지닌 영춘화(迎春花)라 부른다. 서양에서는 골든 벨(golden bell)이라 일컫는데, 봄을 알리는 맑은 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개나리에 얽힌 전설은 인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옛날 인도에 새를 끔찍이 사랑하는 공주가 살고 있었다.

궁전은 온통 예쁜 새들로 가득 찼다. 사람들은 공주의 환심을 싸기 위해 예쁜 새를 찾는데 넋이 빠져버려, 백성들은 배를 곯아도 새들은 배고픈 줄 모를 정도였다. 그러나 공주에겐 딱 하나 비워둔 새장이 있었다. 아직까지 그 새장보다 더 아름다운 새가 없어서 빈 채로 매달아 놓고 주인이 없는 새장을 바라보며 공주는 한탄을 금치 못했다.

어느 날 마침내 공주가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새를 들고 찾아온 늙은이가 있었다. 마음에 꼭 맞는 새를 찾아서 공주는 매우 즐거웠다. 기쁜 나머지 공주는 다른 새를 모조리 날려 보내고 오직 그 새 한 마리만 남겨 두었다.

그런데 그 새의 모습이 날로 흉하게 변해갔다. 가장 아름다운 새가 가장 미운 새까만 까마귀로 변해버린 것이다. 노인이 까마귀에 물감을 칠해서 자기를 속인 것을 안 공주는 그만 화병으로 죽었다.

까마귀에게 새장을 빼앗긴 공주의 넋은, 가지를 뻗어 금빛 장식을 붙인 새장 같은 개나리꽃으로 피어났다. 이렇게 개나리는 인도 공주의 아름다운 희망을 상징한다.

 

개나리는 희망의 상징

 

이렇듯 봄은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일깨우며 어김없이 인간세상을 찾아온다. 우주의 법리에 따르는 자연의 순리인 것이다. 사람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자연의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은 더 낫고 좋은 상태로 나아간다며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깨뜨리고, 자신의 욕망만을 끝없이 뒤쫓아 구한다.

 

 

지나친 개나리 애찬사인지는 모르나, 삼천년에 한 번 핀다는 전설의 우담바라 꽃이 세계 곳곳에 피어 난 일은 아마도 우연일까. 그러나 영춘화개(迎春花開)라 하듯이 휘늘어진 가지마다 청아한 자태를 풍기는 개나리는 희망의 상징이며 봄의 전령임에 틀림없다.

 

개나리의 꽃말은 "희망과 나의 사랑은 당신의 사랑보다 깊습니다"이다. 영춘화(迎春化)처럼 단아하게 활짝 핀 노오란 봄의 전령을 좇아가서 만나고 싶지 않은가. 오늘 퇴근하면 봄의 전령 개나리를 만났다. 봄이 무르익고 있다.


태그:#개나리, #봄의 전령, #골든벨, #영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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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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