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 동문회장 민영란 목사, "배현주 교수, 이사회의 희생양이었다"

부산장신대학교 전 총동문회장 민영란 목사(금곡성문교회)
 부산장신대학교 전 총동문회장 민영란 목사(금곡성문교회)
ⓒ 금곡성문교회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한 여교수의 재임용 탈락 파문으로 시작된 부산장신대학교의 사태가 이사회를 둘러싸고 새로운 국면을 띠면서 일파만파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의 시작은 전 동문회장이던 민영란 목사(금곡성문교회)와 이사회의 마찰로 시작됐다.

민 목사가 여러 차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008학년도 1학기 종강예배에 민 목사는 동문들의 정성으로 마련된 장학금 1천만원을 학교 측에 전달했고,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몇 명의 학생들이 민 목사를 찾아와 학교의 비리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일부 교수와 사무처장에 대한 불신을 포함해 약 10여 가지의 충격적인 내용이었다고 밝힌 민 목사는 당시 학교와 학생들의 중재를 위해 총장과 운영책임자를 만났지만, 돌아온 답변은 '제보자를 밝히라'는 것. 

이를 거부한 민 목사가 동문 임원모임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자 학교 학교는 민 목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후 학교는 고소취하를 조건으로 비리를 제보한 학생과 교수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민 목사는 자신의 사과문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고.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고소취하는커녕, 민 목사의 사과문을 이용해 "민 목사가 자신의 혐의를 시인했다"는 식으로 여론을 형성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사회가 교수파면을 들고 나왔고, 이를 막기 위해 민 목사는 교수 세 명으로부터 사과문을 받아냈지만, 결국 배현주 교수의 파면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부산장신대 이사회는 성립될 수 없는 불법 조직"

지난 17일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지난 17일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 부산장신대학교 학보사 제공

관련사진보기


한편 민 목사는 이사회 구성원들이 현행 총회 법에도 어긋나는 불법적인 조직이라며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지난 2001년 86회 총회에서 결정된 '총회직영 신학교의 이사구성은 1노회 1개교에 1인 이상 파송할 수 없도록 하고 모든 직영신학대학교 이사는 단임으로 한다'(총회촬요 7 신학교육부5)고 했으나, 현재 부산장신대학교의 이사구성은 부산노회 3명, 동노회 4명, 남노회 2명, 경남노회 2명, 울산노회 1명, 서울동노회 1명 등 13명으로 구성원이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으며, 더욱이 단임제를 무시하고 13년 동안 장기 연임하는 이사도 있다고 했다.

민 목사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이사회는 총회 신학교육부가 '총회직영신학교 임원(이사)할당 개정안'(2008 년10월20일 공문발송)을 하면서 구성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했으나, 민 목사는 이에 대해 "올 9월 총회인준을 받기 전까지는 통과되지 않았으므로 (통과여부는 미정) 2001년 총회결의가 준수되어야 맞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민 목사는 이사들의 자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사회정관 제21조(임원선임의 제한) '이사정수의 3분의1이상은 교육경험이 있는 자라야 한다.'로 볼 때 현 (부산장신대)이사구성 13명이면 5명이 교육경험자이야 함에도 이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의 불투명한 회계처리, 수 억원 학교공사 수의계약으로 처리했다"

민 목사는 또한 학교측의 건축공사 수의계약, 국고유용 등 재산관리에도 많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땅값구입의혹, 건축공사 수의계약, 국고금유용, 교 ․ 강사교육부 허위보고, 교육부 정원외 모집과 회계문제, 불법평대의원운영, 교육부 감사지적사항 미 이행, 수입지출 분리하지 않고 직원의 단독전횡, 교수회의 이사회 보고서 변조, 이사회 회의록 변조, 직원의 폭언 및  윤리적 문제, 이사회의 학사 개입 및 규정집 등에 대해 본인은 외부공인감사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였습니다."

이사회 반박, "학교비리 관련 대검찰청까지 수사 받았으나, 무혐의 결론 얻었다"

비대위를 중심으로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비대위를 중심으로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 부산장신대학교 학보사 제공

관련사진보기


총동문회장을 지낸 바 있는 민영란 목사의 이 같은 폭로성 견해에 대해서 이사회는 그 동안의 침묵을 깨고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이사회의 명의로 올라온 '학교에는 전혀 비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사회는

"지난해 이미 학교비리 의혹과 관련, 국가청렴위와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원 등에서 조사를 받은 바 있으나 무혐의 처리가 됐고, 심지어 모 신대원생이 대검찰청까지 진정을 올려 창원지검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고, 총장을 비롯해 사무처장이 수차례 불려가 조사를 받았으나, 올해 2월 창원지검으로부터 학교 비리와 사립학교법위반여부에 혐의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고 했다.

또 민영란 목사의 고소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6월 경 학교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민 목사에게 증빙서류를 다 보여주고 설명했다"면서 "그러나 민 목사는 모 신문사에 제보를 하는 등 학교 명예를 크게 훼손해 고소하게 됐으며, 무혐의 결정이 난 이후에 더욱 적극적으로 학교의 비리에 대해 비방을 하고 다녔다" 고 했다. 

이사회는 또 가장 중요한 문제인 학교공사 계약 건에 대해서도 해명을 했는데, "(학교설립)당시 본관 건축을 할 때 건축자금이 5억 원 밖에 없었기 때문에 외상공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며 "건실한 6곳의 회사견적을 받았으나 (학교형편상) 다른 회사보다 무려 40억의 가격차를 제시했던 모 건설업체와 계약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도 이사회는 "학교에서는 특정 건설회사와 수의계약을 한 것이 아니라 위에서 설명했듯이 지명경쟁 입찰을 했다"면서 "학생문화회관 역시 지명경쟁을 붙여 학교가 유리한 방법으로 진행하였다."고 했다.

부산장신대 일부 동문, "이사회의 무자격 총장선임 용납할 수 없다"

비대위 출범과 함께 결의문을 총장에게 전달하는 모습
 비대위 출범과 함께 결의문을 총장에게 전달하는 모습
ⓒ 부산장신대학교 학보사 제공

관련사진보기


부산장신대의 갈등은 이 뿐 아니다. 이사회의 총장선임을 반대하는 동문들은 이사회가 현 장현운 목사의 총장선임을 반대하고, 이 같은 여론을 확산하겠다고 천명함으로써 논란이 확산 될 전망이다.

가칭 '장현운 목사의 부산장신대 총장 선임을 반대하는 모임'에서 신창수 목사를 비롯해 김창영 목사, 문재용 목사, 김철수 목사, 그리고 황현찬 목사를 공동대표로 하는 이들은 지난 1월 20일 결의문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이들은

 "부산장신대학교 이사회(이사장 이성만장로)가 지난 1월 15일 부산장신대의 실질적 운영주체인 부산, 경남지역의 교회여론을 무시하고 장현운 목사(서울북노회 충은교회)를 총장후보로 선출한 것에 대하여 심한 유감과 함께 반대를 표명한다."면서 "장현운 목사는 정의롭고 도덕적이어야 할 선지동산인 신학대학의 총장으로서 인품과 자질, 도덕성, 정직성, 동문의식이 결여 되었을 뿐 아니라 제93회 총회공천에 있어서 총회의 불법성을 조장하고, 대인관계도 자신의 유익을 위한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인물로서, 개인적으로나 총회적으로 문제가 많은 인사" 라고 했다.

이들은 이런 결의문을 발표하고 총장의 자진사퇴와 아울러 이사회의 총장 재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배현주 교수 복직까지는 갈 길 험난해, 소청심의 과정만 3개월 이상 걸릴 듯  

한편 배현주 교수는 자신에 대한 부당한 처리에 항의하면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청구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사회가 배 교수 문제를 보다 전향적으로 처리할 경우에는 청구와 관계없이 빠른 시일 내에 복직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학생들 또한 이것을 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사회가 강경입장을 고수할 경우 배 교수는 길고 험난한 싸움을 해야 할 형국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절차에 따르면 배현주 교수가 접수한 청구건은 접수 즉시 담당자를 배정하고 3일 내에 이사회에 답변서를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20일 이내에 다시 배 교수에게 답변서를 보내고, 사실조사와 증거자료를 검토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일이 정해져 있지 않고, 배 교수가 스스로 증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배 교수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도 심사 결정이 내려지기 까지는 약 60일이 소요되고, 30일을 더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동안 심신은 지치게 될 공산이 크고, 학교 분위기 또한 여름방학을 맞이하면 지금과 같이 적극적으로 구명운동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설령 심사위원회의 결정이 배 교수 복직에 힘을 실어주더라도 즉각 복직되지도 않는다. 결정서를 송부 받은 배 교수가 행정소송을 통해서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고래싸움 등 터지는 학생들, 수업권 침해 피해 심각

따라서 부산장신대학교는 지금 배현주 교수의 복직, 이사회 및 총장과 동문회의 갈등, 학교측과 교수들 간의 불신에 따른 마찰 등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형국이고,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희생자는 바로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지난 17일 '학교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는 출범과 함께 성명을 발표하고 배현주 교수의 복직과 아울러 책임자들의 공개사과, 그리고 총장을 비롯한 이사회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학생들의 수업이 정상적일 수 없다. 비대위 관계자는 "현재 시급한 문제가 배현주 교수의 복직이다.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다른 것들은 추후에 행동여부를 결정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학교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하지만 학우들과 교수님들은 해당 수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로 인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시간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사회 결단만이 해결책, "과거 헌신의 열매 왜 본인이 따 먹으려 하나"

부산 경남지역의 목회자양성학교로 지난 2005년 전국 신학교 중 가장 높은 등록금회수율(학생들의 등록금 중 학생 복지를 위해 재투자 된 비율) 1위를 자랑하던 부산장신대학교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부산과 경남지역의 교회들과 개인들이 후원금을 보태고 있다. 많게는 1억원을 후원한 교회도 있고, 수 천 만원의 장학금을 아끼지 않은 개인도 있다. 지금의 이사들 또한 설립당시에는 개인 재산을 털어서 학교를 지원했던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이사회는 더욱 투명하게 경영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지역의 교회와 교인들의 헌신을 외면해서도 안 되고,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 편법을 관행처럼 생각해서도 안 된다. 엄연히 부산장신대학교는 법인 사학임과 동시에 학생들이 주인인 신학교다.

모 동문은 기자와의 전화에서 한 마디로 꼬집었다.
"일부 이사가 과거 헌신의 열매를 굳이 본인이 따 먹으려 하는데서 문제는 출발했다"고..


태그:#부산장신대학교, #부산장신, #민영란목사, #이사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키워드 부산, 영화, 문화, 종교 중심의 글을 쓰는 <뉴스M> 기자 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