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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장 이메일, 왜 논란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MBC <100분 토론>(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법원장 이메일, 왜 논란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MBC <100분 토론>(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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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법관의 이메일 파문을 다룬 MBC <100분 토론>(13일 새벽)은 전직 판·검사들의 말잔치였다.

신 대법관을 옹호하는 패널로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전직  검사)과 방희선 동국대 교수(전직 판사), 김승대 부산대 교수(전직  검사)가, 신 대법관에 비판적인 패널로는 민주당 우윤근 의원(변호사)과 문흥수 변호사(전직 판사), 김승환 전북대 교수(한국헌법학회장)가 각각 출연했다.

"정당에서도 이메일로 통지" vs. "사법행정 어느 조항에 이메일이 들어가냐?"

양측은 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에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의 성격에 대해서부터 의견을 달리했다.

주성영 의원은 "정당에서도 공지사항이 있으면 이메일로 통지한다. 신영철 메일도 그런 수준으로 이해한다"며 "서울법원장이 재판을 절차에 따라서 진행하라는 이메일을 보낸 것은 사법행정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승대 교수도 "법원 내부 일이니 판사들만 알라는 뜻으로 대외비라고 쓴 것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며 "외부로 공개돼서 겁낼 것도 없지만, 재판 관련 사항이니 공개될 사항이 아니지 않나? 재판 간섭으로 의심 받을 사항이라면 공개 가능한 문서로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신 대법관을 두둔했다.

판사 시절 대법원장과 갈등을 빚은 전력이 있는 방희선 교수도 이번 건에 대해서는 "법원장은 선배법관으로서 후배법관이 법리를 너무 이탈하거나 황당한 재판을 하면 '당신 재판이 좀 이상하다', '당신의 개성이 법의 일반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문흥수 변호사는 상대편 패널들의 얘기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피력했다. 문 변호사는 "방희선·김승대 교수는 대학 동기동창인데, 두 분이 중세시대나 5공 군사독재 시절의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며 "신 대법관이 정정당당하다면 왜 비밀 이메일 또는 친전을 보냈겠냐"고 반문했다.

김승환 교수도 "법원조직법 19조2항을 보면, 사법행정의 정의를 '법원의 인사·예산·회계·시설·통계·송무·등기·가족관계등록·공탁·집행관·법무사·법령조사 및 사법제도 연구'로 규정하고 있다"며 "어느 조항에 이메일이 들어가냐?"고 다그쳤다.

"중요사건 특별배당은 당연" vs. "중세 마녀재판 생각해봐라"

문흥수 변호사(자료 사진).
 문흥수 변호사(자료 사진).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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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감정 섞인 설전은 급기야 '판사자질론'으로 비화됐다.

방희선 : 문 변호사와 김 교수님, 직설적으로 말씀드리겠다. 판사들이 다 훌륭하냐? 엉망진창인 사람이 없냐?
문흥수 : 판사가 최소한의 양식이 있는 것을 전제로 논의하자.
방희선 : 오만 사람이 다 모이는 게 인간 세상이다. 성직자들 중에도 틀린 분이 계시고...
우윤근 : 형사단독판사들이 엉망진창인 사람들이 아닌데 배당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문 변호사는 "선진국에서는 법원장이 임의로 재판을 배당하지 못하고 법관 전체의 동의를 얻어서 하는데, 우리 대법원은 전근대적·위헌적인 규정을 유지하는 게 문제"라며 "재판권의  첫 단추라고 할 배당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승대 교수는 "판사가 자기가 맡고 싶은 재판을 법원장이 좋아하는 사람이 맡았으니 잘못됐다는 식으로 나오면 굉장히 위험하다. 판사는 절대로 배당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소장파 판사들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돌렸다.

김승대 : 컴퓨터 배당이 능사가 아니다. 법원장이 보는 판사들의 능력과 자질이 각각 다르다. 중요사건일수록 특별한 배당이 필요하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문흥수 : 김 교수는 법원장이 법관의 능력대로 배당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건 그야말로 중세시대 얘기다. 나는 민변이나 우리법연구회에 속하는 사람도 아닌데... 중세시대에 마녀재판 있었던 것을 생각해봐라. 법관은 악마의 주술사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21세기 대한민국에도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방희선 : 자꾸 극단으로 가는데, 임의배당은 악이고 기계배당은 선이라는 시각을 가지면 안 된다.
김승대 : 법원장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데, 그분의 인격을 믿어야 한다.


"쓸데없이 사건 일으켜서..." vs. "판사들이 '좌빨'이라고?"

토론은 이번 사태를 보수 대 진보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이 타당하냐는 주제로 옮겨갔다.

김승환 교수는 "일부 극우족벌신문이 서울의 형사단독판사들을 향해서 '좌익빨갱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솔직한 얘기로 서울지역 판사들은 법원장과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니 배치된 것 아니냐"고 족벌신문의 이념적인 접근방식을 문제 삼았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자료 사진).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자료 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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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성영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박시환 대법관이 지명되는 등 법원이 진보적인 인사로 채워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보수정권 출범으로 법원이 다시 보수화되고 있으니 이런 사건이 터진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승대 교수도 "판사들이 쓸데없이 사건을 일으켜서 조직 외부로까지 가져갔다. 국민들이 사법부를 걱정하는 사태를 만든 게 큰 잘못"이라고 거들었지만, 문흥수 변호사는 "OECD 회원국 중에 대법원장이 조사받는 나라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비참한 사건"이라고 개탄했다.

김 교수는 "법관 인사의 문제 때문에 이런 일이 터졌다"는 지적에 대해 "법관은 부당한 간섭을 받더라도 자기 소신껏 재판하면 된다. 대한민국이 조그마한데, 다른 지방으로 쫓겨나도 (거기에서) 재판을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16년 전엔 권력 간섭 비판하더니" vs. "지금과는 종류가 다르다"

방희선 교수는 신영철 대법관을 옹호하는 논조를 펴는 바람에 "과거의 소신이 바뀐 게 아니냐"는 시민논객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선한빛(대학생) : 방희선 교수에게 묻는다. 1993년에 쓴 논문에서 권력기관이나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법조계가 영향 받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지금의 사태가 그때 지적한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건 같은데, 지금 생각이 그때와 달라진 것이냐?
방희선 : 그렇지 않다. 동일한 행위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 자꾸 정답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과거의 재판 간섭은 법원장 같은 분들이 선배로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주문을 전달한 게 문제가 됐다.

선한빛 : 국민들 입장에서는 사법부의 독립성 저해라는 측면에서 (신영철 파문도) 같은 사건으로 보는 게 아닌가?
방희선 : 지금 논란이 되는 행위는 그것과는 종류가 다르다. 지금의 대법관은 같은 판사로서 자기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다.

선한빛 : 예전 논문에서는 "법관은 오로지 양심이나 그 외의 어떠한  요소에도 영향을 받으면 안된다. 모든 법관이 힘을 합쳐서 이걸 지켜야 한다"고 했다.
방희선 : 그 글을 쓴 시절에도 나는 법원장 같은 선배들과 양형까지 토론했었다. 하지만 그걸 간섭이라고 시비한 적은 없다.


태그:#주성영, #문흥수, #방희선, #김승대, #우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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