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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 효원굿플러스 정면 모습이다.
부산대 효원굿플러스 정면 모습이다. ⓒ 배성민

대학생사람연대 회원이자 부산대학교 특수교육학과에 다니고 있는 정유진씨가 얼마 전에 부산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었다. 글의 내용은 현재 부산대 정문 옆에 지어진 효원굿플러스에 대한 것 이었다. 

효원굿플러스는 BTO(Build-Transfer-Operate)방식 투자 건물로 효원굿플러스측에서는 학교 내에 상업시설을 짓는 대신 학교에 체육관과 20년 후에 수익금을 받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이 사업이 추진되기 전에 학교 행정과 총학생회 측이 심각하게 대립을 했을 정도로 시작부터 말이 많았던 사업이다.

정유진씨가 지적하는 것은 장애학생으로서 굿플러스를 이용하는데 불편한 점에 대한 것이었다. 장애인화장실이 없고,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없는 건물 구조이고, 표지판도 제대로 있지 않아 도대체 어떤 시설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최신식 쇼핑몰에서 장애인이 이용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너무나 어이가 없어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부산대로 갔다.

왜 쇼핑몰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고 평생교육원에는 있을까?

부산대 정유진씨와 함께 굿플러스를 들러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건물 전체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나 확인을 해보았다.

건물의 구조는  1-5층 까지 쇼핑, 영화관이고 6층이 부산대 평생교육원, 7층이 클리닉, 병원 등이 있었다. 각 층 마다 화장실은 정말 깨끗하고 세련된 화장실이었다. 하지만 1층부터 5층 까지 아무리 찾아봐도 장애인 화장실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장애인 화장실을 찾는 것을 거의 포기 하고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이 쇼핑몰 6층에 있다는 사실이 궁금해 6층까지 올라가봤다. 놀라운 사실은 6층에 장애인 화장실이 떡하니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남자 여자 화장실에 각각 하나씩 있었다. 혹시나 화장실만 만들어 놓고 안에 아무것도 없거나 문이 밖에서도 열 수 있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문제가 없었다. 너무나 완벽하게 장애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었다.

평생교육원 층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데 왜 쇼핑몰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걸까? 장애학생은 학교에 공부만 하러 오고 쇼핑은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시각장애인은 이 건물에서 쇼핑을 할 수 없을 걸요."

장애인 화장실을 확인하고 시각장애인이 왜 이 건물을 이용할 수 없는지 정유진씨에게 물었다.

저시각 장애인인 정유진씨는 "공공기간이나 도심의 빌딩건물을 보면 시각장애인이 다닐 수 있게 보도블록 중간에 볼록한 길을 만들잖아요. 근데 굿플러스에 들어가는 출입구 근처를 다 다녀봤는데 그런 곳이 없었습니다. 건물 안은 말 안 해도 아시겠죠? 그리고 저와 같은 저시각장애인들이 건물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건물 어디에도 제가 볼 수 있는 시설 안내판 없고, 엘리베이터 안에 작은 안내판이 건물의 편의 시설을 설명하고 있어요. 근데 이 안내판도 너무 작고 점자도 없어 보기 힘듭니다. 엘리베이터 버튼에는 점자가 있지만 안내판에는 없는 게 참 기분이 이상했어요."

"제가 특교과에 다니고 있는데 수업 시간에 어떤 건물을 지을 때 분명 장애인과 임산부, 어린이, 노인 등 누구나 편리하게 만들 의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최신신 건물인데 이렇게 장애인이 이용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참 슬프네요."

유니버설디자인을 지켜라!

 유니버설디자인(man, woman, grand people, disabled people, young, nondisabled people)
유니버설디자인(man, woman, grand people, disabled people, young, nondisabled people) ⓒ <유니버설디자인의...>신기봉

유니버설디자인의 기본이념은 어린아이에서부터 고령자, 신체적, 정신적 장애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 건축, 도시환경, 그리고 사회적 제도개선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환경개선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유니버설(Unversal)이란 의미는 보편적인 또는 모든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은 제품, 건물, 환경을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최초부터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개념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즉, 전체의 장애유무와 연령, 성별, 국적, 인종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목표입니다. 따라서 유니버설디자인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사람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어떤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발상의 기점으로 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배리어 프리 디자인(Barrier-Free design)과는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장애의 부위와 정도에 의해 가져올 수 있는 장벽(Barrier, 장벽)에 대처하여 환경이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베리어 프리 디자인(Barrier-Free design)인 반면,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은 모든 자연적, 인위적인 배리어(Barrier, 장벽)요소에 관계없이 포괄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전인적인 디자인을 말합니다. (<유니버설디자인의 실태와 현황에 관한 연구>, 신기봉)

얼마 전 미셀 공드리 감독의 <비카인드 리와인드>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를 보면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지으려고 시 당국 직원과 건물 주인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때 놀라운 사실은 철거를 하는 이유가 유니버설디자인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장애인이 출입하지 못하고,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건물을 다시 짓는 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많은 건물에는 굿플러스와 같이 유니버설디자인을 지키지 않는 것이 매우 당연한 듯이 여기는 게 사회적 풍토이다. 하지만 서구 사회에서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철거를 한다니 충격적인 것과 동시에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정유진씨는 3월 첫 째주에 학교 측에 굿플러스에 장애학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를 했다. 하지만 아직 학교 측에서는 굿플러스 공사가 마무리 될 때 까지는 기다려 달라고 했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굿플러스가 유니버설 디자인의 원칙의 모범이 되는 건물이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와 다음 블로그 뉴스에도 올립니다.



#부산대#굿플러스#유니버설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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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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