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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이 여전히 강세를 띠며 인기를 독식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무조건 호응만 보내주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 이유인 즉 몇몇 프로그램에 대본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리얼리티의 프로그램은 이제껏 방송은 시쳇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매번 속아 넘어가던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모든 프로그램의 각본이 짜여 있고 출연진들의 캐릭터 설정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달랐다. 기존 프로그램과 달리 각본이 없는 상황에서 단지, 미션에 주어진 것에 대해 본인 스스로 능력에 한해서 이끌어 나가야 했다.

 

실제로 리얼리티의 사전적 의미에서만 보더라도 '사실성, 현실성'이라고 되어 있듯 리얼리티의 프로그램은 제작진의 손이 많이 가지 않은 가공 상태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첫 번째로 포문을 연 것이 바로 MBC <무한도전>이었다.

 

<무한도전>은 매주 도전 과제를 바꿔가며 다섯 명의 출연진들이 역할을 분담해 가며 스스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 속에서 웃음을 유발했고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이어서 KBS에서 <1박 2일>이 등장했고, SBS에서 <패밀리가 떴다>가 등장했다.

 

지상파 방송에서 독주하고 있는 세 개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이어서 수많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방송 심의가 좀 더 유연한 케이블채널에는 단골소재가 되었다. 이처럼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 신선한 소재로 각광을 받아왔다.

 

대본은 그냥 있을 뿐이고, 배신감만 느낄 뿐이고!

 

그런데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패밀리가 떴다>에서 대본이 유출되어 논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시청자들로서는'리얼리티=대본 無'로 생각했으니 당연히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이 논란은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특히나 대본 상에서는 초대손님이 나왔을 때 출연진들이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의성어까지도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이에 제작진은 대본대로 방송 녹화를 하지 않는다. 다만 가이드라인 일뿐 대본은 그 이상의 것을 하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물론 이 사고 이후 <패밀리가 떴다>의 인기에는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다만 칭찬이 일색이던 것에 반해 조금씩 비판이 일기 시작한 정도. 여기에 이어 케이블 채널 장수프로그램이 매김하고 있는 <나는 펫 6시즌>의 한 여성 출연자가 대본의 존재를 알렸다.

 

여성 출연자가 한 인터뷰에서 "감정까지 대본에 따른다"며 프로그램이 '리얼'이 아니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출연자는 "촬영 날 주어진 대본에는 상황뿐만 아니라 출연자가 해야 할 말과 감정표현까지 적혀 있다"며 실제 자신의 모습과 많이 달라 힘들다고 고백했다.

 

여기에 <무한도전>, <1박 2일>, <우리 결혼했어요>에 모두 대본이 있다는 존재가 알려졌다. 시청자들은 충격이었다. 그럼 출연진 모두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면서 리얼리티의 존재가 역시 각본대로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본다면 각본이 없다면 정말 순수 100% 리얼리티였다면 출연진들의 재량이 떨어질 경우 시청자들에게 이른바 큰 웃음을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누구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녕 순수 100% 리얼리티라면 재량이 떨어지는 출연진들은 자연스럽게 교체될 수밖에 없다.

 

가이드라인 제시? 날 것이 좋은 시청자!

 

또한 출연진들의 성격이 실제로 표출될 경우 방송에 맞지 않은 일들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느 정도 리얼리티 방송에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가이드라인이 어느 선까지 이루어지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문제는 가이드라인이 출연지들의 캐릭터까지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한도전>에서 정형돈은 캐릭터를 잡지 못해 시청자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비난이 일어났을 때 그들은 정형돈이라는 무한도전의 한 일원은 방출하기보다는 '웃기는 것 빼고 다 잘하는 형돈'이라는 캐릭터를 살려주었다.

 

<패밀리가 떴다>도 마찬가지이다. 출연진 김종국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자 이효리와 김종국의 어색한 사이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김종국의 캐릭터 잡기에 나섰다. 만일 이 정도에서 가이드라인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시청자들도 용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리얼리티와 제작진이 추구하는 리얼리티가 간극이 존재하고 그 사이에서 대본이 유출되면서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인데, 시청자들은 날 것을 원하고 있다.

 

제작진은 캐릭터 설정과 상황에 놓여진 출연진들의 재량, 여성 출연진의 생얼 등을 리얼리티로 추구하며 그 사이에서 웃음을 유발하기 원한다면 시청자들은 본인의 실제 성격이 캐릭터로 이어지며, 김수로가 이천희를 구박하고, 섹시 효리가 털털한 국민 언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실제이길 바란다.

 

더 나아가 효리가 생얼 박희진에게 질투를 느끼는 사사로 감정까지도 실제이길 바란다. 그런데 어느 정도 연출이 존재한다면 시청자들로서는 당연히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방송에 출연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이 실제인지, 가상인지 의구심이 들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데 리얼리티의 시초를 본다면 가이드라인, 캐릭터 잡기 등 존재해서는 안 된다. 리얼 프로그램의 원조는 1999년부터 방영된 <빅 브라더>이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를 한 장소에 두고 수백 대의 카메라로 3개월간 그들의 일상을 24시간 중계했다. 이같은 상황에는 가이드도 대본도 무엇도 없는 진짜였다.

 

즉, 진정한 리얼리티 방송이 아닌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있고 가상과 실제가 중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어느 정도 진짜를 보여주는데 있어서는 방송이 충실해야만 한다. 그런데 출연진들의 실제 성격과 다른 캐릭터로, 캐릭터를 잡지 못하는 동료 출연진들을 위해 캐릭터 설정에 나서고, 초대 손님을 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가상이 지속적으로 펼쳐진다면 시청자들은 물어볼 수밖에 없다.

 

"붕어빵에 붕어 없다고, 리얼리티 방송에 리얼리티 없는 거냐고."

 

덧붙이는 글 | 다음 편에서는 리얼리티 3대 프로그램 <무한도전>, <1박 2일>, <패떴>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태그:#리얼리티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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