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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 삼월이 되어가고 있는데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다.
외근을 하느라 차를 갖고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시내를 관통하는 무심천의 여러 다리들에 설치되어 있는 여러 꽃화환들과 로터리마다 설치대어 있는 홍보화단 등을 관리하는 광경을 보게 된다. 평소에 무심히 보았던 광경들이 어느 날 유심히 눈에 들어왔다.

비가 오는 날인데도 구청의 물탱크를 실은 차량으로 화단에 물을 주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비가 오든 안 오든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물을 주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뭔가 내가 낸 세금이 새는 듯한 느낌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오랫동안 근무하다 퇴임한 옛 터전으로 가보았다.
봄을 재촉하는지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선영이가 우산을 쓰고서 조그만 화분앞에서 정성스럽게 물을 주고 있다. 너무나 천진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물을 주는 선영이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비가 오나 안오나 선영이는 매일 선생님이 시키신 대로 물을 준다. 처음 물을 줄 때 선생님은 선영이보고 그랬다 "선영아! 우리가 밥을 꼭꼭 제 시간에 먹어야 건강하고 힘이 나고 선영이도 키가 크는 것처럼, 꽃화분도 그렇게 물을 주고 사랑을 주어야 해.."  선생님의 말씀을 선영이는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영이는 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들어온 성년 지적여성장애인인다. 그러나 정신지능은 유치원생정도이다. 그래서 일일이 하나하나 쉽게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비가 오면 물을 안주고 빛이 많으면 물을 더 주고 하는 지각조절기능이 어려운 것이 지적장애인이다. 실제 사례로 이웃사람들이 일을 시키고 돈을 만 원 줄까? 초코파이를 줄까? 하면 초코파이를 몇 통이나 살 수 있는 돈보다도 초코파이 하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여성장애인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 특히 이웃사람들과 친척, 가족에 의한 성폭력이 늘고 있다.

우리 일반인들에게는 끔찍한 여성인권유린이고 그러한 반인간적인 행태는 사라져야 하고 가해자는 법대로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이고, 피해여성장애인은 안쓰러운 존재로 느껴지지만, 선영이는 그런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선영이에게는 가해자는 일과 함께 이상한 짓을 시키고 맛있는 것을 주는 사람들일 뿐이고, 현재의 상담소의 선생님들도 가족에게 받지 못한 친절함을 베풀어 주고 몰랐던 것을 잘 가르쳐 주는 좋은 사람들일 뿐이다.  잘 가르쳐주던 선생님들이 옆에 없거나 이상한 짓을 하던 아저씨들이 맛있는 것을 가지고 유혹하면 다시 그들을 따라가거나, 아니면 많이 심심하면 스스로 그 아저씨들을 찾아가기도 한다.  

지적여성장애인들에게 행해지는 성폭력들은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가슴안에 그림자를 드리우지만, 비가 와도 우산을 쓰고 물을 주는 선영이의 모습...때론 선영이의 모르는 것에 대한 천진함이 많은 미소를 낳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 충북여성장애인소녀에 대해 일가족 8명의 성폭력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피고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검찰과 수 백개의 시민, 여성, 장애 단체들은 연대하여 항소를 하고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사람답게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의 인간의 향기를 지키기 보다는 지적여성장애인이기 때문에 짐승처럼 장기간 성폭력을 해도 되고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이것은 사람을 위한 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태그:#여성장애인성폭력, #천진함, #물주기, #마음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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