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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들은 독이 있기 때문에 복어요리 맛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술 마신 다음날 찾게 되는 복어. 콩나물과 미니리가 들어간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이 쓰린 속을 달래는 데는 그만이다.
▲ 복어국 미식가들은 독이 있기 때문에 복어요리 맛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술 마신 다음날 찾게 되는 복어. 콩나물과 미니리가 들어간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이 쓰린 속을 달래는 데는 그만이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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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팍팍한 일상에서 비켜나 아내랑 마산에 갔다. 7년째 시골에서 살고 있는 까닭에 우리 부부는 가끔 도시사냥에 나선다. 퇴근해서 곧장 갔는데도 거리 어느 곳도 차를 주차하기가 마땅치 않았다. 불과 서너 시간 정도 소요할 때는 유료주차장을 이용하지만 일요일까지 장기 주차를 할 경우에는 주차비가 만만찮다. 그래서 골목골목을 쏘다니며 겨우 차를 묶어 뒀다.

아내 머리를 손질하러 미장원에 들렀다. 공영길 헤어칼라. 이미 손님들로 만원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아내 차례다. 가끔씩 아내를 따라 미장원에 들르는데 예뻐지고 아름다워지려는 여성들의 애씀은 대단타. 파머약품들로 숨쉬기조차 힘든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그곳에 머물렀다. 덕분에 성장소설 <눈먼소년 미로, 바다를 보다>를 다 읽었다. 어딜 가나 독서는 필자의 시간 땜질법이다.

손님들로 북적이는 미장원
▲ 미장원 손님들로 북적이는 미장원
ⓒ 윤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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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원을 벗어나니 이미 어둠이 짙었다. 당초 그동안 미뤄뒀던 영화 한 편을 볼 계획이었지만 상영시간이 맞지 않아 근처 주점을 찾았다. 그런데 이곳도 역시 만원사례다. 때마침 주말이어서 그런지는 모르나 도시 사람들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북적인다. 해물 모둠 중간 것으로 안주를 시켜놓고 아내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우리 부부의 소통은 주로 이런 공간에서 이뤄진다. 그 이유인즉슨 아내도 소주 두어 병은 깔끔하게 마실 만큼 멋진 주당이기 때문이다.

“여보, 술이 고팠지요? 자, 한 잔 받으세요.”
“그러게, 당신도 한 주일 동안 수고 많았어요.”

사람 사는 일 다 다르겠지만 더러 아내와 술자리를 하는 것도 또 다른 감흥이 있다. 키조개 속살과 가리비가 들큼하게 잘 익었다. 통통한 것 하나를 골라 양념장 곱게 무쳐 아내에게 권한다. 도톰한 가리비가 한 입 가득 찬다. 필자도 한 잔 쭉 들이켜고 나서 가리비 한 점을 베문다. 달짝지근한 갯내음이 입 안에 느껴진다. 볼그레한 아내의 얼굴이 불빛에 한층 더 아름답다. 사소한 일이지만 부부가 함께 나눔으로 해서 사는 맛이 절로 새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아내와 함께 하는 술자리 또 다른 감흥 있어

아내와의 술자리는 밤이 이슥해지도록 차수를 변경하면서까지 계속됐다. 그새 아내는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더니 잠자리를 그저 얻었다고 기분 좋아한다. 그렇잖아도 불콰하게 술을 한 탓에 둘 다 운전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보니 묵고 가야할 판이었다. 그래서 도시의 밤 정취를 더 느끼고 싶어 사람들이 복작대는 가게를 찾아들어 제법 취기가 돌도록 마셨다. 아무래도 우리 부부는 못 말리는 짬뽕이다.

리베라 호텔 10층. 밤바다 합포만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이게 얼마만인가. 그동안 그다지 팍팍하게 살았던 것도 아닌데 부부가 오붓하게 보냈던 시간은 손을 꼽을 정도다. 십여 년째 연만한 부모님이 편찮다보니 병 수발에 아이들 건사하느라 마땅하게 짬을 낼 겨를이 없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그 모든 걱정들을 죄다 풀어놓고 아내랑 오래도록 까만 밤을 하얗게 밝혔다.

얼마나 잤을까. 따스운 햇살이 침대에까지 걸터앉아 있을 때까지 흠뻑 잤나보다. 부스스 일어났더니 아내는 아직도 비몽사몽간이다. 속이 쓰렸다. 간밤에 기분을 안주 삼아 무턱대도 종량을 초과하여 마셨던 때문이다. 대충 세면을 하고 아내랑 해장을 하러 나섰다. 마산 복국거리로.

마산 해안도로 어시장, 50년 손맛 전통을 지닌 복요리거리
▲ 마산 복요리거리 마산 해안도로 어시장, 50년 손맛 전통을 지닌 복요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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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쌍용, 마산, 김해, 덕성, 충무, 미진, 남성, 금복, 진미, 초원, 명동, 광포, 경북, 경남, 남성, 괭이, 고성, 동경복국집 등 복요리집이 즐비한 거리.
▲ 복요리거리 고모, 쌍용, 마산, 김해, 덕성, 충무, 미진, 남성, 금복, 진미, 초원, 명동, 광포, 경북, 경남, 남성, 괭이, 고성, 동경복국집 등 복요리집이 즐비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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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시내에는 아구찜거리, 복요리거리, 통술거리 등 고만고만한 먹을거리 등속을 한데 모아 유명한 거리가 많다. 원래 마산하면 아구로 복국으로 친근타. 마산어시장 골목을 한참 걷다보면 길 건너편에 본격적으로 복국거리가 펼쳐진다. 다닥다닥 붙은 상호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어느 집이 좋을까 망설일 까닭이 없다. 비록 시원한 국물 맛의 차이는 있겠지만, 마산복국의 진맛은 어느 가게를 찾아도 오십보백보다. 가게마다 거의 다 50년 손맛 전통을 이었고, 2대째 운영하고 있는 가게가 태반이다.

마산 해안도로 어시장, 50년 손맛 전통을 지닌 복요리거리

고모, 쌍용, 마산, 김해, 덕성, 충무, 미진, 남성, 금복, 진미, 초원, 명동, 광포, 경북, 경남, 남성, 괭이, 고성, 동경복국집. 하지만 필자는 단골 광포복집을 고집한다. 어머니의 손맛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최고의 맛과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며 2대째 가업으로 내려오는 복집. ‘광포복집’(대표 김재택)은 이미 골목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 복국집이 됐다.

들어서자마자 반갑게 맞이해주는 아줌마들의 환대에 먼저 앉을 자리부터 찾기에 바쁘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겠지만 광포복집은 밥 때를 가릴 것 없이 하루 종일 손님들로 빼곡하다. 자칫 마땅한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미적거리다가는 그나마 생긴 자리도 이내 뺏기기 십상이다.

광포복집에서는 동해 밀복, 서해 졸복, 은복을 주로 사용해 매운탕, 지리, 수육 등을 요리해 낸다.
▲ 손질한 복어 광포복집에서는 동해 밀복, 서해 졸복, 은복을 주로 사용해 매운탕, 지리, 수육 등을 요리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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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시원한 북국 4인분
▲ 4인분 복국 국물이 시원한 북국 4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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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국 밑반찬이란 게 별나지 않다.
▲ 복국밑반찬 복국 밑반찬이란 게 별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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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갈치조림은 광포복집에서만 맛볼 수 있다.
▲ 갈치조림 마른갈치조림은 광포복집에서만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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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포복집에서는 동해 밀복, 서해 졸복, 은복을 주로 사용해 매운탕, 지리, 수육 등을 요리해 낸다. 복어 요리는 생선의 살맛도 맛이지만 국물맛이다. 얼큰하게 끓이는 복어 매운탕과 담백하고 시원하게 끓이는 지리는 애주가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속풀이 해장국이다.

광포의 복요리 국물에는 그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비법이 있다. 그 독특하고 특별한 국물맛은 입소문을 타고 지역으로 퍼지고,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소문났다. 외지 고객이 더 많이 올 정도로 마산의 향토 맛집으로 자리 잡은 광포복집. 김 대표는 지금의 맛을 그대로 3대를 잇고 싶은 바람이다.

광포복집에는 그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비법 있어

이 집은 복국과 아구국을 동시에 마련하고 있다. 복어메뉴로는 복어매운탕, 복튀김, 복어탕, 복껍질무침이 있고, 아구메뉴로는 아구찜, 아구탕, 아구국, 아구수욕 등이 있다. 생복국은 1인분에 13,000원, 그냥 복국(지리)은 7천원이다. 그리고 주당들이 즐겨 찾는 복매운탕은 밀복을 사용하는 데 아싹한 콩나물을 듬뿍 넣어 매콤한 맛이 가히 일품이다.

더구나 요즘 같은 계절에도 굵은 미나리 대궁을 얹어주어 봄 향기가 물씬 난다. 아내랑 국물이 시원한 보통의 복국을 주문했다. 이내 반찬이 나왔다. 그런데 광포복집의 맛깔스러운 또 다른 매력은 마른갈치조림에 있다. 물엿에 물큰하게 조려 맨입에도 한 접시 후딱 먹어치울 만큼 감칠맛이 있다.  

광포의 복요리 국물에는 그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비법이 있다. 그 독특하고 특별한 국물맛은 입소문을 타고 지역으로 퍼지고,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소문났다.
▲ 광포복집 광포의 복요리 국물에는 그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비법이 있다. 그 독특하고 특별한 국물맛은 입소문을 타고 지역으로 퍼지고,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소문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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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포복집 홈페이지에는 시원한 복국이 소개돼 있다.
▲ 광포복집 홈페이지 광포복집 홈페이지에는 시원한 복국이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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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헛헛한 속을 풀어줄 복국이 나왔다. 펄펄 끓는다. 복덩어리가 충분히 들어 있고 대가리 따낸 콩나물과 미나리도 푸짐하다. 다른 집 같으면 김이 깔린 그릇에 복국에서 건진 콩나물에다 고추장 한 숟갈 덜어 비벼 먹겠지만, 광포복집에는 그런 호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복국 본연의 맛을 느끼려면 콩나물을 국물과 함께 먹어야한다는 게 이 집만의 비법이란다. 우선 복을 건져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냉동 복이라 할지라도 복의 쫄깃함은 여전하다. 뜨끈한 국물에 양념고춧가루 풀고 식초를 조금 넣으니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희한하다.
    
그런데 복어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맹독을 가진 물고기라는 점이며, 독성이 강한 종일수록 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성은 종에 따라 강한종, 약한종, 독성이 없는 종이 있다. 맹독을 가진 복어 한 마리는 사람 33명 정도를 치사케 할 수 있는 양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청산가리보다도 몇 십 배 강하다.

독이 있기 때문에 복어요리 맛이 더욱 매력적

미식가들은 독이 있기 때문에 복어요리 맛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술 마신 다음날 찾게 되는 복어. 콩나물과 미니리가 들어간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이 쓰린 속을 달래는 데는 그만이다. 또, 숙취해소 뿐만 아니라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유지방이 전혀 없어 다이어트에도 훌륭한 건강식이다.

복어는 분명 식용으로 부적당한 물고기임이 틀림없으나, 그 맛이 좋으며 옛날부터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복어를 즐겨 먹었다. 옛 사람들은 "복어살은 백옥같이 희고 청징(淸澄)한데다가 광휘가 있어 아름다우면서도 감미가 있다 이른바 담담하면서도 싱겁지 않고 살이 쪄 있어도 어둡지 아니하다"라고 하였으며, 시인 소동파는 복어의 맛을 '한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고 하였다. 복어에 대한 애찬사다.


태그:#복국, #복매운탕, #복어, #광포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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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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