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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이 부는 한겨울 추위에 두꺼운 잠바를 입고 전남 여수 시내의 조그만 어린이공원을 찾은 이들이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면장갑을 낀 손에 나비처럼 생긴 풀꽃 이름표를 들고 있었다.

 

이 모임의 회장이며 초등학교 교사인 최상모씨는 "아름다운 여수의 들과 산에 피는 풀꽃과 나무들도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아름답지만, 이름을 알고서 가까이 다가갈 때 더 잘 보인다는 생각에서 우리 지역 풀꽃과 나무를 사랑하자는 뜻에서 모임을 시작했다(2003년 3월)”고 말했다.

 

이들은 매월 1, 3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지역의 어린이공원과 아름다운 숲이 있는 산에서 수목 분포를 조사하고 그 결실로 이름표붙이기 행사를 하고 있었다. 수목이름표의 결과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나무 이름을 알게 되고 친근감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돼 나무를 훼손하는 일이 줄어들게 됐다.

 

메타세쿼이어, 등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후박나무, 곰솔, 백목련, 자목련, 감나무, 동백, 단풍나무, 배롱나무….

 

대부분의 회원들은 나무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안다. 하지만 백목련과 자목련은 현재 잎이 떨어진 상태라 머금고 있는 싹의 모양새에 따라서 달리 구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적 상식이 없으면 난감하다.

 

바쁜 일정으로 계획보다 수목 조사가 늦어진 까닭에 11월 중순 이후엔 낙엽수들이 초록 잎들을 떨쳐버리고 나목으로 서 있는 모습을 모변 이름을 알아내기에 애매한 경우가 있어 회원 간에 의견이 갈려 옥신각신할 경우도 있다.

 

최상모 회장은 “꽃이 필때나 싱싱한 잎과 열매가 있을 때는 알아보기가 쉽지만 앙상한 줄기와 가지만 보고는 이름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아 아쉽기도 하고 미안한 생각이 들어요. 마찬가지로 사람도 잘 나갈 때나 어려울 때나 꾸미지 않는 수수한 모습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한다.

 

나무 중에는 재미있는 사연을 가진 것도 있다.

 

곰솔은 억센 바닷바람을 마주하고 사느라 잎사귀는 소나무보다 억세며 줄기는 강열한 햇빛에 그을려 버린 듯 까맣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곰솔은 바닷가 모래사장을 비롯하여 다른 나무들이 모두 싫어하는 바닷물을 그대로 먹어가면서도 줄기가 곧게 뻗어 나간다. ‘검은 솔’이란 이름이 ‘곰솔’로 되었다.

 

여수시를 상징하는 나무로 지정돼 도로변에 많이 심어진 후박나무는 울릉도 및 남쪽 바닷가의 산기슭이나 섬에서 자란다. 조경, 용재, 약용 등으로 쓰이는 이 나무는 강한 바람과 바닷가의 염분에도 견디는 힘이 강하여, 남해안지역의 정자목이나 녹음수 그리고 바닷가의 방풍림으로 적합한 나무이다. 최근에는 가로수나 공원수로도 많이 식재되고 있는데 열매는 새의 먹이가 되어 야생동물의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

 

목재는 적당히 단단하고 조직은 조밀하고 균일하여 목판제작에 적합하다. 실제로 팔만대장경의 상당수가 이 후박나무의 목재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후박나무의 생약명은 후박(厚朴)이며 나무껍질을 약재로 사용하거나 잎과 함께 선향(線香)의 원료가 된다. 또한 종자는 전분을 많이 함유하여 엿(후박엿)을 만들거나 구황식량으로도 이용하였다.

 

드라마 겨울연가에 나오는 ‘남이섬’의 가로수와 전국에 멋진 가로수 길을 보여주는 메타세쿼이어는 도원사거리에도 있다. 원산지는 중국이며 나무 전체의 모습이 원뿔 모양으로 아름다워서 가로수나 공원수로 많이 심는다. 신생대에 북반구에 널리 분포했다는 것이 화석으로만 알려졌으나 1975년 양쯔강 상류에서 발견되면서 ‘살아있는 화석식물’로 유명해졌다.

 

회원들은 지금까지 국동, 소호동, 안산동 등 8개 동 29개소 어린이공원에 296개의 나무이름표를 달았다. ‘소유’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괴테의 “다룰 줄 모르면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자연을 안다는 것은 곧 자연과 소통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여수풀꽃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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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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