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용산철거현장에서 숨진 고 이성수씨 가족이 쫓겨났을 당시 저와 인터뷰 했던 기사를 다시 읽어봅니다. 그분의 환한 웃음이 잊히지 않네요.

 

철거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과 다시 살고 싶다고 말하던 고 이성수씨는 이미 그때부터 목숨을 걸고 무너져 내린 집에서 생활했습니다. 그저 보금자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누구보다 열심히 살던 그였는데...

 

고 이성수씨는 한여름에도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려고 용인 수지 지역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마르고 유난히 하얗던 얼굴, 혹여 쓰러질까 걱정도 됐는데...

 

헤어질 때 "기자님, 다음에 또 봬요"하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네요.

 

다음은 고 이성수씨와 인터뷰한 용인신문 2008년 05월 23일 (금) 기사

 

 

   
  ▲ 사업자에 의해 철거된 집을 떠나지 못한 철거민이 무너져내린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민간 조합에 개발되는 신봉도시개발 현장. 지금 그곳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용인신문 423호>

몇 안 남은 세입자들은 집으로 가는 길이 없어 밤에는 문을 열어달라며 건설사가 쳐 놓은 철벽 앞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만 하고 갈 곳 없는 세입자의 집은 며칠 전 철거돼 위태롭게 서 있다. 이미 전기가 끊겨 촛불로 생활하고 수도도 없어 가족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지내고 있다.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의 아파트 견본 주택 앞이 시끌벅적하고 현장 한 가운데서는 포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공사를 하고 있다. 신봉도시개발 현장 안에는 그야말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었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막막

한때는 푸른 숲이 무성해 고요하기만 했던 이 지역은 아파트 개발로 어수선했다. 크고 웅장한 견본 주택 사이로 막 철거돼 폐허가 된 집 몇 채와 ‘생존권 보장’등의 깃발이 바람을 타고 움직이고 있다. 평일 오후 찾아간 이곳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여서 사람이 사는 동네라 믿기 어려웠다.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글씨를 쓰다 옥상에서 사고로 떨어져 숨졌던 한 세입자의 슈퍼도 눈에 들어왔다. 그 슈퍼는 그 당시 상황을 말해주듯 세입자 목소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사람이 있는 곳은 공사장 한편에 비쭉이 솟은 교회 건물과 빌라건물이었다. 이미 다른 건물들은 깨끗하게 철거된 상태였다. 2006년 10월 말기 암에 걸리신 아버지 치료를 위해 수지에 정착하게 된 세입자 나모씨는 우연히 신봉빌라에 입주하게 됐다. 그 당시에도 개발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24개월을 보장받고 정착하게 됐다. 집 주인도 별 말이 없었는데 지난 3월 나씨에게 등기우편 한 통이 날아들었다. 법원에 공탁이 걸려있으니 집을 비우라는 것이었다.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해 당황스럽고 걱정은 됐지만 생계를 꾸리느라 시간이 지났죠. 그러자 한달만에 저희가 이 건물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으니까 철거비용까지 변상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곧바로 법원 집행관이 벽에 뭘 붙이고 갔어요.”

 

나씨처럼 이 빌라 세입자들 상황은 같았다. 세입자 8가구는 발을 동동 구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밤 12시가 지나면 공사장 인부들이 현장진입로를 차단해 집에 들어오기도 어려운 처지.

 

“주변 집값을 보세요. 이 돈으로 어디를 가겠습니까? 막막하죠. 갑자기 나가라고 해 놓고 손해배상까지 요구하면 죽으라는 것이죠. 아파트 개발한다면서 집값 엄청 올려놓지 않았습니까? 이게 누구 책임이고 누가 잘못한 것입니까? 돈 없는 서민은 그냥 나가라면 나가야 되는 것인지…답답합니다. 우리 얘기 누가 듣지도 않습니다. 감옥에 가둬둔 것이나 다름없죠.”

 

한 방에 모여 늦은 점심을 함께 먹고 있던 세입자들의 억울한 사연이 신봉도시개발 현장에 조용히 메아리쳤다.  


목숨걸고 폐허에서 지내는 철거민 

20여 일 동안 전기도 끊기고 물도 나오지 않는 철거된 집 안에서 생활해 온 한 중년부부는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7일 강제철거가 들어와 아이들 교복이며 책가방, 옷가지 등은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옮겨졌으며 나머지 짐은 마구 부서지고 버려졌다.

 

철거된 집은 부서진 채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 틈사이로 사람이 지나다녔다. 마지막 철거민으로 남은 이성수(50)씨 부부였다. 아이들은 간신히 옷가지만 걸친 채 친구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법이 사람 잡는 것 아닙니까? 우리는 변호사 살 돈도 없어요. 박스하나 깔고 쪽잠 자면서 목숨 걸고 버티고 있습니다.”

 

뻥튀기 노점상을 하며 생활해 오던 이씨 부부는 2년 전, 지금 이 집으로 이사와 생활을 시작했다. 하루벌어 하루를 살았지만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개발이 시작되면서 집은 순식간에 철거됐다. 지금은 오갈 곳 없는 신세가 돼 버렸다.

 

“5평이라도 전기 들어오고 물 나오면 애들하고 살겠어요. 애들이 물만 나오면 여기서 같이 있고 싶대요. 기가 막힐 노릇이죠.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부부는 한숨을 쉬면서 공사현장을 바라봤다. 이미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세입자들. 그들은 보금자리를 떠나야 하는 지금 상황이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도무지 오갈 것도 없고 대책도 없으니 ‘생존권 보장’, 살게만 해달라는 그들의 요구는 절규로 터져 나왔다.

 

용인시의회 이윤규 시의원은 “도시개발법은 주민을 죽이는 법”이라며 “이미 인명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곳 주민들을 방치한다면 시 또한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tagstory.com/video/video_post.aspx?media_id=V000198495

태그:#용산철거, #고 이성수, #철거민, #참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