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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국정원장·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현인택 통일부장관·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사진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원세훈 국정원장·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현인택 통일부장관·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사진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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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야당이 내정자들을 상대로 재산·병역 등에 대한 의혹과 업무능력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면, 여당이 이를 방어해주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번 원세훈 국정원장·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현인택 통일부장관·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몇 차례씩, 그것도 공개적으로 의원 입각 제안을 언급했음에도 1·19개각에서 완전히 소외되면서 한나라당이 단단히 토라져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청문회는 야당과 직접 대화하면서 각자 알아서 하는 것 아니냐"

한나라당은 민주당으로부터 "국회 운영에 대한 논의는 한나라당과 할 것이 아니라 청와대와 해야 할 것 같다. 청와대 개각 명단조차 통보받지 못하는 '거수기 정당'과 어떻게 협상이 가능하겠는가"(박병석 정책위의장)라고 조롱까지 받는 상황이다.

거기에다가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이 터지면서 현재 행정안전부 장관인 원세훈 내정자와 서울 경찰청장인 김석기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는 여야를 불문하고 이들을 공격하는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희태 대표는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조찬회동을 했음에도 개각 내용을 모르다가 약 1시간 뒤에 최고위원 회의 중에 청와대로부터 명단을 통보받았고, 홍준표 원내대표는 원세훈-김석기 내정자에 대한 인사를 한나라당 출입기자의 전화를 받고서야 알았다고 한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를 "청와대의 의전 절차가 제로"라고 표현하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인사청문회를 이끌어야 할 홍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는 (청와대가) 알아서들 하시라", "(청문회 당사자가) 야당과 직접 대화하면서 각자 알아서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통상은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공세에 대한 엄호를 맡아온 원내사령탑이 인사청문회를 방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21일부터 설연휴까지 휴가를 갖겠다고도 했다.

홍 원내대표가 실제로 인사청문회에서 손을 떼지는 않겠지만, 이는 한나라당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준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2월 임시국회에 나설 의지를 다 꺾어놨는데 누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느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용산 사건, 한나라당에게는 울고 싶은데 빰 때려준 격일 것"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 지역내 5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철거민 농성용 가건물을 경찰이 강제진압에 나서면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을 포함해 6명이 사망한 가운데 20일 오전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 지역내 5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철거민 농성용 가건물을 경찰이 강제진압에 나서면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을 포함해 6명이 사망한 가운데 20일 오전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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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다가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까지 덥친 것이다.

민주당 한 핵심관계자는 "용산 사건이 한나라당에게는 울고싶은데 빰 때려준 격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입법전쟁' 때 본인의 입각 욕심이나 청와대로부터 언질을 받고 강경하게 뛴 한나라당 의원들이 많았지만 모두 물거품이 된 상황"이라며 "인사청문회에 의욕이 없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용산 사건이 면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에 책임이 있는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부시장을 지냈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동향인사라는 점에서 이번 '친위 내각' 인사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개각에 불만을 품고 있는 한나라당 입장에서 용산 사건으로 방어의 부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더우기 이들은 민주당 등 야당들로부터 이미 '촛불시위'에 대한 강경진압의 장본인으로 지목돼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야당들은 원 내정자에 대해서는 정보업무를 다뤄본 적이 없다는 점과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우려하고 있고, 김 내정자에 대해서는 정권을 위한 경찰력 동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왔다.

민주당은 더 나아가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의 지휘책임을 물어 파면을 요구하고 있는 두 사람에 대한 인사청문회 거부도 검토하고 있다.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일 오전 당회의에서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참여정부 시절 인사의 시시비비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시절 각각 금감위원장과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일했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내정자와 윤진식 경제수석 내정자를 겨냥한 발언이다.

민주당은 윤증현 내정자가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재경원 금융정책실장이었고, 윤진식 내정자도 외환위기 때 청와대 금융비서관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윤진식 내정자는 청문회 대상자는 아니지만 새 경제팀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인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노무현 정부에서도 중용된 인사들이라는 점은 민주당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MB, 여의도 정치 잘 모르지만 좋아질 것"..."기대 난망"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 개방 3000'의 입안자인 현인택 통일부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는 도덕성 검증과 함께 '잘못된 대북정책'에 대해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2월 10일께 실시될 예정이어서 2월에 '입법전쟁'에 '올인'하겠다는 한나라당의 계획은 이래 저래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으로서는 인사청문회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민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와 2월 임시국회를 4월 재보선의 승패를 가를 전초전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명박계인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민주당의 국회 문방위원회 회의실 점거농성장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잘 모른다. 곧 좋아질테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때의 조각인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이번 참모·개각 인사를 비롯해 정국 운영하는 것을 보면 여의도 정치를 오로지 비효율로만 보는 이 대통령 인식이 바뀌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그:#인사청문회, #원세훈 , #김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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