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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가길 잘했다

 

'저녁을 먹고 갈까? 아니면 행사장에서 전여옥 의원 지지자인 척 슬쩍 끼어서 먹을까?'

 

'전여옥을 지지하는 모임(전지모)' 전국지부 발대식 취재를 가기 전, 솔직히 가장 큰 고민은 이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행사는 서울 대림역 인근 '정현뷔페'에서 15일 저녁 7시에 열릴 예정이었다. 먹을 건 차고 넘칠 게 뻔했고, 아무리 식욕을 억누른다 해도 김밥 한두 개쯤은 집어 먹을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광화문에서 순대국밥을 미리 챙겨 먹고 갔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밥 먹을 시간에 빨리 기사 마감하고 집에 가고 싶어서였다. 살다보면, 별 생각 없이 선택한 사소한 일이 빛을 발할 때가 있다.

 

바로 이날 뷔페를 포기하고 챙겨먹은 순대국밥이 그러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지모 발대식이 열린 '정현뷔페'에는 음식이 거의 없었다! 행사를 주최한 전지모 쪽이 간단한 다과와 행사장 대여만 예약을 한 것이다.

 

행사장에는 약 100여 명이 넘는 전 의원 지지자들이 몰렸지만, 이들의 식탁에 놓인 건 과일과 과자, 빵 그리고 탄산음료가 전부였다. 뷔페 관계자는 "저녁 시간이라서 사람들 배 고플 텐데 왜 이렇게 예약을 했는지 그 의도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몇몇 지지자들도 "뷔페라서 저녁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좀 의외였다"며 웃었다. 함께 온 40대 초반의 지지자 세 명은 서로 음료수를 따라주며 "물만 먹고 간다, 이걸로 라도 배 채우자"며 건배를 했다.

 

이처럼 전지모의 행사가 성대하고 화려하게 진행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한 자리쯤 차지하고 있는 고위직 '내빈'들도 많이 참석할 것으로 봤으나, 자리를 지킨 대부분은 평범한 지지자들이었다. 행사는 간소하고 소박하게 진행됐다. 그리고 겉치레는 없었다.

 

"아가페적인 사랑으로 전 의원을 지켜주자"

 

행사 참석자들은 전 의원의 '국가 정체성 수호'를 높이 평가하며 변함없는 지지를 약속했다. 특히 최정수 전지모 회장은 '아가페적인 사랑'을 강조하며 전 의원을 향해 뜨거운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전 의원에게 마음을 줬다. 길이 험하고, 길을 걷다가 풍랑을 만나도 전 의원은 지금까지 당당히 걸어왔다. 전 의원 가는 길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으면 우리는 온 힘을 다해 그 그림자를 지울 것이다. 전 의원을 향한 비판의 권리가 아닌, 오직 지켜주고 감싸주는 의무를 더욱 강하게 실천하자. 아가페적인 사랑으로 전 의원을 지켜주자."

 

이어 최 회장은 "다만 우리는 때로 전 의원에게 음지에만 있지 말라고 요구할 것이고, 국민 힘들 때 골프 치러 다니지 말라고도 요구하겠다"며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전 의원의 끝은 분명 창대하리라"고 외쳤다.

 

전 의원을 향한 상찬이 나올 때마다 현장에서는 박수가 여러 번 터졌다. 최 회장의 발언이 이어질 때 전 의원이 행사장에 도착했다. 전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꽃다발을 받으며 환하게 웃었다. 살짝 '업'된 것 같은 전 의원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동지 여러분을 보니 기쁘고 감격스럽다. 외로운 정치를, 힘든 정치를 끝까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지지하는 정치인 팬클럽 모임을 솔직히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 팬클럽이 저절로 생겨 많이 놀랐다. 지난 총선에서 4~5명이 처음 모였는데, 내가 불쌍해서 뭉쳤다고 하더라. 그 따뜻함에 내가 굴복했다. 여러분의 뜻을 따르겠다."

 

"대한민국 보수정치의 신성함에 나를 던지겠다"

 

이어 전 의원은 지난 5년 동안의 정치 경험을 이야기했다. 전 의원은 "지난 내 정치 경력은 파란만장했는데, 누구보다 자랑스럽다"며 "나는 정권 교체의 목적을 이뤘고, 말도 안 되는 비이성적 집단과, 저열하고 비인간적인 집단과 선거에서 대결해 깨끗하게 이겼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지금까지 수많은 비난을 듣고 돌을 맞았지만, 저들은 나를 불속에서 담금질 했을 뿐이다"며 "나는 깨끗하고 당당했고, 여러분을 속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 의원은 "대한민국 보수정치의 신성함에 나를 던지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지자들은 "전여옥!" "전여옥!”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이에 앞서 마이크를 잡은 류재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교수는 "전 의원의 국가관과 미래를 보는 안목을 높이 평가한다"며 "전지모는 전 의원을 위해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해야 하고, 교양 있고 절제 있는 행위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키자"고 말했다.

 

또 전지모의 한 회원은 현장에서 축시 <전여옥 의원님과 함께 가는 길>을 낭독했다. 이 시의 간략한 내용은 이렇다.

 

"인생길 가노라면,

누구나 힘이 들고, 지칠 때가 있습니다

그 힘든 길, 전 의원님과 같은 동반자가 있다면, 조금은 위안이 되겠지요.

.

.

.

마지막 죽음의 다리를 건널 때,

의원님과 함께 했던 길,

의원님이 있어 행복했다는,

말 한마디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행사는 약 밤 9시께에 끝났다. 일부 지지자들은 전 의원과 사진을 찍기 위해 현장을 떠나지 않고 '대기'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홈페이지(http://oktalktalk.com)에 '미네르바와 신정아의 가면무도회'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전 의원은 "인터넷에서는 원본과 카피가 동일하고, 카피는 무한대 복제되고(미네르바 역시 수십 명?),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동급으로 취급된다"며 "미네르바라는 온라인닉네임 속에서 실제인물 '31살 박모씨'는 오프라인세상에서 그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고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 비판적 견해를 나타냈다.

 

현실적으로 전지모는 인터넷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할 수밖에 없다. 지지자들의 모임으로 '업'된 전 의원이, 인터넷 문화에 대한 이해와 의식도 '업' 시킬지 관심이 간다.

 


태그:#전여옥, #전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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