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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선생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미네르바’ 박아무개씨 사건을 보며 우리 사회 전문가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오늘을 짚어보고 내일을 가늠하는 데 빠지면 안 될 분들이니까요.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는 명 선생이나, (제 편견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이 터지고 나서야 분석이니 진단이니 알아먹기 힘든 사후약방문을 처방하는 온갖 기관과 정부에 몸담은 수많은 전문가들, 제 구실을 하는지 문득 궁금합니다.

 

전문가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사전이 풀이한 말입니다.

 

전문가란 (대학이나 대학원 같은 정규 교육과정을 밟으며)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연구소 대학 병원 대기업 같은 이름 있는 직장에서)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영향력을 사회에 끼치며 누리는 사람.

 

괄호 안 말을 덧붙여야 한국사회에서 전문가로 불리는데 무리가 없을 듯싶습니다. 

 

‘미네르바’ 박아무개씨가 한국사회 신인도까지 흔들 정도로 경제를 분석하고 가늠했다지만 아무도 그를 전문가로 부르지 않습니다. ‘전문대를 졸업한 백수’라고 비아냥거릴 뿐이지요. 한때는 경제대통령으로까지 불린 사람이었는데… 한국사회에서 전문가란 이름을 달기가 이렇게 엄정합니다.

 

명 선생

 

전문가 근처에도 못 갈 사람이 100여 편의 글로 대한민국을 흔들고, 외환시장을 교란시킬 때(?), 최고 경제전문가임 자랑스럽게 내세우던 선생은 어디 계셨는지요? 그렇게 손을 놓고 계셨으니 사람들이 경제대통령은 따로 있다고 쑥덕거렸겠지요. 비단 선생뿐이 아닙니다.

 

보통사람들은 평생 쓰지도 않을 케케묵은 말을 뜬금없이 들고 나와 ‘올해의 사자성어’라고 부르대는 교수 전문가들, 한가롭기는 선생 못지않지요. "미네르바 박아무개씨 때문에 20억 달러를 썼다"며 칼을 빼든 검사 전문가들, 참 무지합니다. "판사 개인정보를 밝히는 것은 사이버테러, ‘미네르바’  박아무개씨 사생활 폭로는 특종"이라는 언론 전문가들 논리는 황당함을 넘어 실소까지 자아낼 판입니다. 어떤 이는 문화발전 ‘최후의 인간’으로 ‘정신없는 전문가’를 꼽았다는데 우리 문화가 막판까지 온 걸까요? 모든 전문가가 그렇지는 않으리라 위안을 삼아봅니다.

 

‘미네르바는 황혼녘에야 비로소 날개를 펼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왜 아침부터 날지않고 어둑해서야 날갯짓을 할까요. 인간 인식의 한계를 일러주는 말 같습니다. 아무리 전문가라도 일이 진행되어서야 그 본질을 제대로 알 수 있으니, 겸손으로 한계를 넘으라는 가르침이지요.

 

경제전문가-명 선생이 내세웠던 ‘주가 3000포인트’. 결국 없던 일이 되고 말았지요? 날마다 전문가 입만 바라보고 사는 우리는 "전문가의 분석과 예측은 일기예보와 같은 것"이란 구구한 변명보다는 "당선을 위한 외침"이란 솔직한 말이 더 듣고 싶답니다. 명 선생에게 겸손을 바라기에는 아직 때 이른 것 같고. 

 

제발 관심을 가지고 사회를 바라보세요.

애정으로 사람을 섬기세요.

알 수 없는 돌발 상황과 불가측한 일은 겸손으로 풀어나가세요.

 

관심과 애정은 전문가로서 꼭 필요할 자리에 나설 용기를 주고, 겸손은 자신을 톺아보는 성찰을 주지요. 말만 꺼내면 잃어버린 세월 탓이요 일만 터지면 박아무개씨같은 사람 때문이라며 핑계와 원망을 일삼아 온 명 선생이 꼭 새겨야 할 말입니다.

 

늘 전문가를 자처하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부족함을 알고 세상을 둘러보면 스승 아닌 이 없습니다.

 

부디 몸을 낮추고 귀 기울여 ‘경제 전문가’란 이름이 장식품으로 녹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 그렇다고 땅 속으로 들어가진 마시구요.

 

건투를 빕니다.

  

-전문가를 자꾸 가르치고 싶은 시민이-

 


태그:#미네르바, #경제전문가, #고루살이, #그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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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숲 그리고 조경일을 배웁니다. 1인가구 외로움 청소업체 '편지'를 준비 중이고요. 한 사람 삶을 기록하는 일과 청소노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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