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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서 4일째를 맞고 있습니다. 오늘 낮의 기온은 28도. 그늘로만 들어가면 전혀 덥다는 느낌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건기의 건조한 공기가 습한 여름이 주는 불쾌감을 몰아낸 것입니다.

 

저는 K모바일의 따뜻한 배려로 JO'BURG의 신시가지인 Sandton 인근의 Melrose Arch의 5성급 호텔시설의 넓고 쾌적한 아파트식 유니트에서 4일째를 보내고 있습니다. 안전하고 편안해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이 천국 같은 환경에 안주하고 싶을까 두렵습니다.

 

하루빨리 여행 계획을 마치고 독립 여행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여행자는 길 위에서만 더 큰 자유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천국만을 꿈꾸었다면 구태여 헤이리를 떠나 만 하루 동안의 비행을 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4일간 주어진 환경 속에서 열심히 조벅을 탐험했습니다. Soweto도 다녀오고 Sandton City도 구석구석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이 두 지역은 요하네스버그 아니, 남아공을 상징할 수 있는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곳입니다.

 

소웨토에서 본, 검은 피부에 흰 이빨을 드러내고 활짝 웃는 모습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넬슨 만델라 스퀘어의 거대한 만델라 동상 아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백인 가족의 모습도 깊은 인상이었습니다. 그 가족들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정책)의 그 잔인한 시절을 기억하는지…….

 

만델라 동상에서 연출되는 변화된 풍경과는 달리 여전히 흑인들은, 백인들은 단 한 명도 타지 않는, 아니 타 본 적도 없을  봉고형 택시에 짐짝처럼 실려 소웨토에서 샌튼으로 출퇴근하면서 백인들 아래에서 추하고, 위험하고, 벌이가 되지 않는 일들을 수행하며 이 사회에 오직 몸으로만 움직이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백인들은 담장이 높게 둘러쳐지고 그 담장 위에 감시 카메라와 전기 펜스가 처진 성 안에서 안식을 얻습니다.

 

누구도 제가 혼자 거리로 나가는 것을 막습니다. 어느 백인도 거리를 걷는 모습을 보기 힘듭니다. 그들은 창을 올린 자가용 안에 몸을 얻어야 이동이 가능합니다. 파이를 나누기보다 독식을 원한 결과일 것입니다. 늘 넘쳐서 남길 수밖에 없는 호화로운 식사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부자가 되어가는 한편과 온갖 발버둥을 쳐도 점점 더 가난해져만 가는 또 다른 한편의 이 불균형을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저의 정서는 멜로즈아치의 이곳 '#1 MELROSE BLVD'의 부족함 없는 유니트보다 턱없이 작고 아담해서 고개 들면 이웃이 건너다보이는 소웨토의 그 집들에 자꾸 마음이 갑니다.

 

저는 마음대로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흑인이 더 부럽습니다. 백인들이야말로 이 땅에 법적 소유권을 가지고 경제를 움직이지만, 실상은 스스로 감옥을 만들고 그 속에 자진하여 자신들을 가둔 형국이다, 싶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대화하고, 많이 걸어서 제 경험의 자루에 이곳의 눈물과 웃음을 날것으로 담겠습니다. 그리고 그 자루를 헤이리로 돌아가서 풀겠습니다. 그 속에 낙루(落淚)의 흔적보다 열락(悅樂)의 보무라지들을 더 많이 담고 싶지만 그것은 저의 소관 밖 일임에 분명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저의 블로그 www.travelog.co.kr에도 포스팅되었습니다. 이안수 기자는 현재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있습니다.


태그:#남아공, #요하네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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