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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봤으니까 일제고사 문제점도 알죠. 근데... 학교에서 시키니까 우선은 그냥 봐야죠. 절대 시험이 좋아서 보는 건 아니에요. 우리도 방학 앞두고 좀 짜증나죠."

 

수원 원천중학교 2학년 이모군은 뽀얀 입김과 함께 연신 짜증을 토해냈다. 이군은 "작년보다 올해 시험이 확실히 많았다"며 "내년에는 더 많이 볼 생각을 하면 '왕짜증' 난다"고 했다. 이군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고개를 떨군 채 교문 안으로 사라졌다.

 

교문 앞에서는 전교조 소속 서윤수 교사가 "일제고사 반대! 성적 공개 학교 서열화, 교육이 아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서 교사의 입에서도 계속 뽀얀 입김이 나왔다.

 

수백 명의 학생들은 서 교사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학생들은 "우리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2학년 박모양은 "일제고사 때문에 서울에서 선생님들이 잘린 것 알고 있다"며 "친구들은 모두 그런 징계를 황당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양은 "친구들끼리 '우리도 시험보지 말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학생들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일제고사 정당성을 잘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1학년 정모군은 "엄마 아빠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그냥 한 번 보자'는 식이었지, '꼭 필요한 시험'이라고 설명하지는 않았다"며 "엄마는 '누구 때문에 너희들이 고생이 많다'고 위로해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수원에서는 총 24개 중학교 앞에서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1인 시위가 열렸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경기도 전체로 따지면 540여 개 중학교 중에서 약 200개 학교에서 1인 시위가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1인 시위가 열린 수원 이목중학교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을 만나봤다. 2학년 김모군은 "우리도 어른들처럼 똑같이 인터넷 보니까, 일제고사 문제점을 알고 있다"며 "그런데 서울에서 선생님들 잘린 것 보니까, 우리 마음대로 시험 거부를 선택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고 밝혔다.

 

차로 아이를 데려다준 학부모 장수현(가명, 42)씨는 "아이들이 고생하니까 마음 같아서는 시험 대신 다른 걸 선택하려고 했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올해 많은 논란이 있었으니까 내년에는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씨는 차를 돌리며 "이렇게 4년 내내 시끄러우면 내 아들이 대학 갈 때까지 계속 이런 분위기라는 건데,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기자가 "힘내세요"라며 인사하니, 장씨는 "온 국민이 그래야 할 것 같다"고 받았다. 떠나는 장씨의 차에서도 입김처럼 뽀얀 연기가 한동안 이어졌다.

 

한편, 이날 오후 덕수궁에서는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체험학습이 열릴 예정이다. 전교조는 "약 50개 학교에서 1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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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제고사, #교사징계,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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