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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총선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두고 대격전을 벌였던 서울 은평구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되는 판결을 받아 내년 4월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이재오 전 의원 조기귀국설에 이어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출마설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보신당 쪽은 확산되기 시작한 은평을 출마설이 심 대표와 당에 끼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상정 대표의 "적극적으로" 발언에 담긴 뜻은? 

 

심상정 대표는 지난 15일 은평을 출마설과 관련해 상당히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았다.

 

심 대표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에 출연해 "(은평을 출마와 관련) 당 안팎의 요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조건과 당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한 번 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지금 같이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진보신당 의석이 없어) 서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재보궐 선거를 적극적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바깥에서 떠도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부인하던 것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다. 특히 이날 발언 중 심 대표가 "적극적으로"라고 표현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설'로만 떠돌았던 은평을 출마 여부가 이제는 '적극적 검토'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그렇다. 

 

진보신당 쪽의 한 인사는 "심 대표 개인의 출마 의지가 강한 편"이라며 "이는 원외정당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결과"라고 전했다.

 

하지만 심 대표 측의 한 참모는 "지난 15일 라디오방송 발언이 좀 세게 나간 건 사실이지만 심 대표가 현재 은평을 출마를 최종 결심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내 의견을 폭넓게 듣고 결정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과 심 대표 측은 15일 발언이 은평을 출마 검토로 받아들여지고, 다음날(16일) 창조한국당의 비난 논평까지 나오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노회찬-서울시장, 심상정-경기도지사' 투톱 역할분담 무너지나

 

심 대표의 은평을 출마설이 종종 언론지면에 등장했던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가 다닌 대조초등학교와 충암중·명지여고가 모두 은평구에 위치해 있다. 또한 결혼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은평구에서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일부 언론들이 "심 대표가 최근 은평구를 찾는 일이 부쩍 잦아들었다"고 보도한 것도 출마설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심 대표 측은 "지난달 29일 당대표 자격으로 은평구 당원협의회 총회에 참석한 것이 유일하다"고 해명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은평을 출마'가 검토되는 것만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심 대표 개인의 정치적 욕망이라기보다 원외정당으로서 진보신당의 한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 마디로 '정치적 돌파구'로서 재보궐선거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   

 

심 대표 측의 한 참모는 "내년 재보궐선거는 이명박 정권 1년을 심판하는 자리"라며 "지역구를 옮기는 문제가 있지만, 진보신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지지층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심 대표가 은평을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참모는 "당내에서는 심 대표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하지만 조직력이나 자금력 등의 측면에서 경기도지사 선거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노회찬-서울시장 후보, 심상정-경기도지사 후보'라는 투톱 역할분담론이 지배적이었다. 노회찬 대표는 이를 수용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심 대표는 경기도지사 선거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진보신당 측의 한 인사는 "지역의 넓이, 조직력, 자금력 등의 측면에서 경기도는 서울과 달리 선거운동을 하기 어렵고, 서울시장 선거를 중심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해 심 대표는 경기도지사 선거에는 나가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국현·이재오 변수 있는데 너무 일찍 터졌나

 

문제는 문국현 대표의 재판과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 등 변수가 많은 상태에서 심 대표의 은평을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벌써 창조한국당은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석수 창조한국당 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심 대표가 은평을 지역을 노려, '어린 시절 학교를 그 곳에서 나왔다'며 은근히 지역 연고를 강조한 것은 자칭 진보정당 대표로서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진보정당의 대표에 걸맞은 언행을 갖추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판결이 났지만 2심에서 전향적 판결을 기대하고 있는 창조한국당으로서는 너무 일찍 터져나온 심 대표 은평을 출마설이 불쾌할 수밖에 없다.

 

심 대표 측의 또 다른 참모는 "당에서 재보궐선거 전략을 정한 다음에 그에 맞게 사람을 배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출마 관련 발언을 방송에서 한 것은 잘못"이라며 "특히 그것은 문국현 대표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문제는 조만간 귀국하겠다고 선언한 이재오 전 의원의 거취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 대표의 은평을 출마에 적극적인 쪽은 당연히 이 전 의원의 출마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입각설 등이 나돌고 있는 이 전 의원이 재보궐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은평을 선거의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헤아려야 할 변수들이 많은데 출마설이 너무 일찍 터져 버린 형국이다. 심 대표 측도 그런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끝으로 심 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당락과 상관없이 고양을 정치적 고향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점도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총선에서 2만5049표(37.7%)를 얻었고, 총선 이후에는 정치적 거점으로 '마을학교'를 운영하며 지역활동을 활발하게 벌여왔다. 

 

한국 유권자는 지역구를 옮기는 문제에 민감한 편이다. 자칫 그것이 '정치적 승부수'로만 비쳐 보수정치인과 동급으로 취급될 수 있다. 물론 재보궐선거 출마 찬성론자들은 "이명박 정권 심판론으로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태그:#심상정, #서울 은평을, #이재오, #진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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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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