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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와 의회, 지역정치권이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문제에 대해 이상하리만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광주에 정치(政治)는 없는가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옛 전남도청별관 철거를 반대하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지난 6월말부터 해체를 반대하며 천막농성을 벌여 왔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이하 추진단)은 '공대위'의 농성으로 공사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서로 반복적인 말만 오가다 지난달 말부터 사실상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범시민단체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의 활동도 지지부진하다.

 

연석회의는 지난 5일 1차 '집담회'에 이어 오늘 추진단과 공대위·연석회의를 열 것을 제의했다.

 

하지만 서로 자기  주장만 앞세우는 자세로 인해 결국 2차 '집담회'가 취소됐다.

 

이러다가 문화전당 공사가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고 그렇지 않아도 지원에 시원찮은 입장을 견지해온 이명박 정부에 사업을 축소하거나 거둬들일 '빌미'를 주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광주시와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은 깊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문화수도특별위원회가 지난주 문화전당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냈으나 원론적인 입장에 머물고 말았다.

 

그나마 광주시와 국회의원들이 이런 제스처마저 없는 것은 정부와 5·18 단체 사이에서 눈치 보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옛 도청 별관을 철거하느냐, 보전하느냐 하는 문제는 뚜렷이 결론을 내기가 쉽지는 않다.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별관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문화전당 설계를 다시 해야 하고 건립이 상당기간 지연될 것이며, 철거하면 역사적 실체를 없애버렸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결론 도출이 어렵다고 외면해버리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정도가 아니다.

 

광주시와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의 '침묵'은 납득되지 않는다. 광주시는 문화관광부와 공대위간의 문제여서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하는데 이는 '소가 웃을 일'이다. 광주의 최대 현안이 표류하고 있는데 끼어들 여지가 없다니 이 무슨 해괴한 변명인가. 지역 국회의원들의 태도도 오십보 백보다. 아마도 5·18이 갖는 지역에서의 상징성과 절대성이 작용한 듯 하다.

 

하지만 광주시와 국회의원들의 침묵을 더 이상 묵과할 수는 없다. 솔직한 표현을 빌리자면 소신없는 행동이자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광주시민들의 절실한 숙원사업으로 광주의 운명이 걸려있는 문화전당 공사 중단 사태에 대해 지역 정치권이 눈치 보기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박광태 광주시장과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은 양측의 중재자로 나서거나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반대파를 설득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은 소심한 보신주의보다 용기있는 소신이 필요한 때다.

덧붙이는 글 | 정종신 기자는 호남매일신문 기자입니다.


태그:#기자수첩, #보신주의, #지역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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