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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소믈리에는 레스토랑에서 와인관련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서양에선 소믈리에가 하나의 전문직종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소믈리에를 선발하는 국제대회도 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협회에서 주관하는 소믈리에 대회가 매년 열리고 있어 와인이 얼마나 대중화되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와인 소믈리에는 어떤 기준으로 우열을 가릴까. 흔히 '와인감별사'라는 표현 때문에 단순히 와인을 맛보고 어떤 와인인지 알아 맞히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소믈리에 대회는 보다 심층적이고 다양한 시험을 통해 경쟁을 한다.  

 

지난 6일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의 주최로 서울 경희대 호텔관광대학에서 '한국 왕중왕 소믈리에 선발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를 보면 소믈리에가 갖춰야할 자격요건이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잘 알 수 있다.

 

2010년 칠레서 열리는 세계소믈리에대회(ASI, 국제소믈리에협회 주최)에 파견할 국가대표 소믈리에를 뽑기 위해 진행된 이 대회는 사실상 4번째 선발대회다. 2006년부터 매년 소믈리에 대회를 개최하여 올해까지 총 3명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이번 행사는 우승자 간의 대결이다.

 

이날 왕중왕 선발대회는 오전 8시부터 낮 12시까지 진행됐다. 첫 번째 테스트는 서술식 필기시험. 와인 양조학, 포도품종, 나라와 세부 지역별 특징, 와인 역사와 문화, 서비스 방법론 등 와인전반의 폭넓은 지식을 요한다.

 

    

1시간의 필기시험이 끝나면 두 번째 과정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이어진다. 응시자들이 시음하고 감별해야할 와인목록엔 세계 주요 산지의 와인은 물론 위스키, 한국 전통주와 국내와인, 아시아 와인까지도 포함됐다. 응시자들은 사전 정보없이 와인을 시음하고 맛과 향, 색깔을 통해 포도품종과 빈티지(와인에 들어간 포도를 수확한 연도), 생산지역과 와인이름까지 유추해 낸다.

 

대부분의 대회 참석자들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가장 어려워 한다. 와인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시음을 통해 정확한 와인명과 빈티지를 척척 맞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품종과 지역, 빈티지별로 와인이 가진 특징은 있다. 그 때문에 훈련된 소믈리에들은 축적된 경험을 통해 상당히 근접한 답을 내어 놓을 수 있다.

 

 

  

응시자들이 기록해 제출해야 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노트. 색과 향, 맛을 평가하고 지역과 품종 이름을 유추하는 형식이다. 

 

마지막 관문은 와인서비스와 구술시험이다. 심사위원을 레스토랑을 찾은 고객이라 생각하고 고객이 원하는 와인을 추천하고 어울리는 음식을 제시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능숙한 서비스 스킬이 평가 포인트.

 

이 과정에서 응시자가 반드시 거쳐야하는 것이 와인 ‘디켄팅’이다. 디켄팅은 와인에 있는 침전물을 걸러내기 위해 디켄터라 불리는 용기에 와인을 옮겨 담는 것으로 공기접촉을 통해 와인을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심사위원들은 와인오픈에서부터 디켄팅과 와인서빙까지 실무적인 요소를 평가하고 다시 와인지식을 평가하는 구술테스트를 이어나간다. 이 모든 과정은 영어와 불어로 진행된다. 외국어로 치러지는 까닭에 본래 실력의 100%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쉬운 질문에도 언어상의 착각 때문에 거꾸로 대답하는 실수도 종종 나온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소믈리에들은 대회 준비의 노하우로 ‘와인을 번역본을 통해 공부하지 말고 다양한 원서를 가지고 공부하라’ ‘와인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자신만의 노트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전문직으로 얼마나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와인리포트(www.winereport.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소믈리에, #와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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