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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션별은 기존옥션과 다른 틈새시장을 노리며 천호선 대표 등 재계, 미술계, 금융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작년 11월에 설립한 미술경매회사다. 올 4월 25일 신세계백화점 신관 10층 문화홀에서 첫 경매가 있었고 이번이 두 번째로 12월 5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천 대표는 60~70년대 10여년간 외무행정관과 80년대 뉴욕총영사관 한국문화원과 주캐나다대사관의 공보관 등을 지냈다. 80년대 백남준을 만나면서 문화의 마력에 빠져 1999년부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전문위원으로 문화계 창구 역할을 톡톡히 했고 올핸 드디어 옥션별도 탄생시켰다.

신세계백화점신관 12층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 프리뷰(현대미술)전시회
 신세계백화점신관 12층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 프리뷰(현대미술)전시회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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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경매작품을 미리 눈으로 확인하고 감상할 수 있는 프리뷰(Preview) 행사가 신세계백화점신관 12층 신세계갤러리에서 '고미술'은 11월 25일부터 11월 28일까지, '현대미술'은 11월 29일부터 12월 5일까지 있었다.

미술경매를 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우선 경매하기 하루 전까지 신청서를 제출하는 '전화응찰'과 '서면응찰'이 있고, 다음으로 경매장에 직접 참가하여 '패들(응찰 때 사용하는 팻말)'을 사용하는 '현장응찰'이 있다.

제2회 옥션별 미술경매가 신세계백화점신관 10층 문화홀 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제2회 옥션별 미술경매가 신세계백화점신관 10층 문화홀 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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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매는 110여명 고객들이 자리를 메웠고 1부 현대미술 102점, 2부 고미술 76점이 등이 경매로 나왔다. 드디어 공개입찰이 시작되고 경매사의 목소리도 톤도 높아졌다. 위에서 보듯 경매사의 멘트는 이렇게 이어진다.

"작품번호 20번, 찰스 장의 '마릴린 먼로'입니다. 예상가 220만원부터 시작하겠습니다", "220, 240, 260", "네! ○○번고객님께서 240만원 패들 드셨습니다", "세 번 호가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260, 260, 260", "아! 240만원에 꽝! 낙찰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경매 분위기는 초반에는 낙찰률이 높았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낮아진다. 관계자들의 선방과 홍보에도 경기 한파인지 이날 출품된 현대미술 102점 중 42점만이 팔려 낙찰률은 41%를 보였다. 올봄 제1회 낙찰률 72%를 비하면 턱없이 낮았다.

미술경매에 나온 백남준 작 'TV 첼로'과 송영옥 작 '백제관음상'(아래)
 미술경매에 나온 백남준 작 'TV 첼로'과 송영옥 작 '백제관음상'(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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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옥션에서 가장 관심을 끈 건 20-30억원 추정가로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어 기대를 모았던 제주도 출신 재일동포작가 송영옥(1917~1999) '백제관음상'. 그러나 유찰되었다. 제일교포에게는 이 작품이 교민들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크다고 들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은 역시 백남준의 'TV 첼로'였다. 추정가가 9500만-1억5000만원이었는데 1억원에 낙찰되었다. 하지만 이번 전에 포스터 인물이기도 한 윤석남을 비롯하여 신학철, 최정화, 구본주, 선무 등 키치계열, 리얼리즘 민중계열, 페미니즘계열, 북한출신 계열 등 작가는 제1회 때 좋은 반응과는 딴판이다. 

옥션별에 미술경매에 참여한 고객들 모습
 옥션별에 미술경매에 참여한 고객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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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분위기는 뜨거웠고 고객들도 관심이 많았으나 가격대나 작품 선정 등에는 그리 만족해하지 않는 것 같다. 미술경매에 대한 더 좋은 정보를 목말라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경기가 좋아지면 미술시장이 활성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경매 이틀 전, 여기에 관심 있는 이명복 작가에게 미술옥션에 대해 물었더니 "한국은 아직 시기상조, 시장의 개방성·투명성·신뢰성이 낮고 국민정서와도 동떨어져 있다"며 "박수근 위작도 그렇고 서도호 작품도 옥션에서 볼 수 없음이 궁금하다"며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이번 옥션에 참관한 익명을 원한 미술시장전문가 서모 교수는 그런 의견에 대해 "아직 과도기지만 이런 공개된 시장을 통해서 한국미술시장은 정화되고 발전하고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평했다. 

신세계백화점(본점)신관 10층 문화홀 입구에 제2회 (주)옥션별 미술경매포스터. 여기 작품은 윤석남의 '창문에서(1993)' 예상가는 2천5백~3천만원이었다
 신세계백화점(본점)신관 10층 문화홀 입구에 제2회 (주)옥션별 미술경매포스터. 여기 작품은 윤석남의 '창문에서(1993)' 예상가는 2천5백~3천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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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옥션에 대해선 "경매회사인 만큼 시장 상황을 감안, 치밀한 전략과 적정한 가격설정이 요구된다"며 "옥션 주제를 부각시키고 이에 걸맞은 대표작을 브랜드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고미술와 중저가 작품 개발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불황일수록 정도(正道)를 가야한다"고 충고한다.

하긴 일반인들에게 미술옥션은 아직 낯설다. 소더비(http://www.sothebys.com 1744년 창립)와 크리스티(http://www.christies.com 1766년 창립) 등 세계적 미술경매회사의 역사가 250년이 넘었다. 우린 '서울옥션'을 제외하면 채 5년이 안 된다. 세계미술시장 11위라지만 아직 빈약하다. 아시아미술올림픽격인 '홍콩옥션'부터 잘 공략해야 한다.

1974년에 처음 증권시장이 생겼듯 우리도 문명국으로 들어서려면 이런 미술경매시장은 필수적이다. 다만 엄선된 정보가 제공되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시장 형성이 급선무다. 예술이 다 돈으로 계산될 수는 없지만 이제는 미술품 투자가 관심을 끌면서 '돈과 예술은 별개'라는 생각이 사라지고 있다.

예술과 자본의 관계에서 역설적이게도 돈 없이는 문화는 꽃피우지 못한다. 고리대금업자이기도 했던 메디치(1389~1464) 같은 인물이 없었다면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는 일어나지 않았고 유럽의 문화민주화도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최부유층의 미술수집에 대해선 과시용이든 투자용이든 감상용이든 좀 다른 측면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2006년 6월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로스코회고전'을 참관하며 그림에 몰입하는 젊은 연인들
 2006년 6월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로스코회고전'을 참관하며 그림에 몰입하는 젊은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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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가장 확실할 때나 창조의 열기가 용광로처럼 확 타오를 때 만든 작품이 가장 비싸게 팔리지 않겠는가. 최근에는 유럽의 피카소, 고흐, 클림트 이상으로 미국의 앤디 워홀, 폴락, 로스코 등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품이 된 것은 바로 그런 배경 때문일 것이다.

"좋은 그림이란 천재적 작가가 시대정신에 입각하여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우주적 경험으로 승화시킨 것이다"라는 미술사가 케네디 클라크의 말처럼 우리도 농축된 시대정신을 앞서간 백남준 같은 작가가 나오게 하는 분위기 조성이 요청된다. 그러기 위해서 이를 견줄만한 건실한 미술시장의 활성화도 중요할 것이다.

한국미술경매시장(옥션) 현황
서울옥션 대표 이학준 http://www.seoulauction.com I 매년 5~6회 정도의 옥션이 열리는 1999년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메이저 미술경매회사다. 올 7월에 코스닥에 상장되었고 처음으로 홍콩경매에서 낙찰률 65.6%(430억원)의 선전을 보이기도 했다. 2001년에는 가나아트센터 옆에 '서울옥션센터'도 개관했다. 요즘 박수근작 '빨래터' 진위공방이 쟁점이다.

K옥션 대표 김순응 http://www.k-auction.com I
2005년 하나은행, 갤러리현대, 학고재 등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 청담동에 'K옥션전시장'이 있다. 지난 11월에는 마카오 베네치안 호텔에서 K옥션 경매(낙찰률 55%)가 열렸다.

오픈옥션 대표 이금룡 http://www.openauction.kr I 본사는 청담동 62-18 5층에 있다. IT와 국제문화교류에도 관심이 많다. 2008년 '살바도르 달리 특별전'과 '강리나 개인초대전'을 열기도 했다. 

옥션별 대표 천호선 http://www.auction-byul.com I 천호선 대표는 '쌈지'사장인 천호균의 형이기도 하다. 올해 생긴 신생옥션으로 틈새시장 신진작가, 키치작가, 민중작가, 교포작가, 북한출신 작가 등 발굴 등 매우 차별화된 전략을 쓰고 있어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알리아 대표 김종길 http://www.interalia.co.kr I 2002년 로또복권 사업자인 코리아로터리서비스의 자회사가 설립했다. 인터알리아 공익재단을 운영하면서 인터알리아 아트컴퍼니로 공식출범했다.

꼬모옥션 대표 백선숙 http://www.comoauction.co.kr I 분당에서 화랑을 경영해온 백선숙씨가 대표로 2007년 12월 주식회사형태로 설립되었고 2008년 5월에 첫 경매가 있었다.

그밖에도 고미술품 전문경매회사 '아이옥션(대표 공창규)'이 있고 호남미술경매회사 '에이옥션'도 있다. 또한 대구MBC와 K옥션이 함께 설립한 '옥션M'과 'D옥션'(대표 정연석)도 있다.


태그:#미술경매, #서울옥션, #옥션별, #소더비, #크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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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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