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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당선자가 1일 차기 백악관 외교안보팀 내정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 제임스 존스 안보보좌관,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
 오바마 당선자가 1일 차기 백악관 외교안보팀 내정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 제임스 존스 안보보좌관,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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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오바마는 그의 안보팀 구성원들의 면면을 공식 발표했다. 여성 3명 : 남성 3명, 백인 3명 : 흑인 3명. 민주당원 4명 : 공화당원(아니면 무당파) 2명. 성별, 인종별 그리고 이념적으로 다양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날 최고의 관심은 최고의 '스타 파워'를 자랑하는 힐러리 클린턴과 서로 판이한 두 행정부에서 국방부 수장을 맡게 되는 로버트 게이츠였지만, 오바마가 추구하는 정치적 리더십의 이해를 위해서는 나머지 4명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백악관 안보 보좌관으로 배정된 백전노장 제임스 존스와 아프리카 지역 전문가로 선거 당시 오바마의 외교 보좌관이었으며 이제 UN 대사로 지명된 수전 라이스는 오바마의 대외 정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될 것이다.

미국 좌파 진영의 일부에서는 힐러리와 게이츠는 물론, 존스와 라이스 임명에 대해서도 비난하고 있다. 존스는 매케인과 막역한 사이이고 공화당원이었기 때문에, 라이스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주장했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을 옹호했었기 때문에 오바마의 '변화'를 실현할 수 없다는 이유다.

그러나 군사력을 앞세운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노선과 선제 공격 독트린을 버리고 외교를 앞세워 국제 사회와 협력을 강조하는 오바마는 분명히 미국의 안보 정책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이라크에서 단계적 철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병력 집중, 에너지를 안보 문제로 결부시키는 것 역시 미국의 대외 정책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실천하기 위해 오바마는 UN 대사를 장관급으로 승격시키는 한편, 백전노장 존스를 안보 보좌관에 임명했다.   

힐러리-게이츠 틈에서도 끄떡없을 조율자

현 부시 대통령 임기 초반에도 그의 안보팀은 의도와는 달리 '팀 오브 라이벌스'였었다. 체니 부통령, 럼스펠드 국방장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 그리고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 모두 안보 분야의 베테랑이었고, 워싱턴 정치 메커니즘에도 익숙한 사람들이었지만, 안보정책 특히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는 상호 대립과 반목에 시달려야 했다.

참모들이 서로 대립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물론 정부 업무의 세세한 것에도 무관심이었던 부시 대통령은 조직 와해를 방치해버렸고, 대통령을 보좌해야 했던 라이스 현 국무장관은 체니 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장관 앞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정치적 조율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결국 당시 파월 국무부 장관은 사퇴해야 했고, 두 개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미국의 대외 정책은 조타수 없는 배마냥 표류하게 되었다.

제임스 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내정자
 제임스 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내정자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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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최측근 중 하나로 '영원한 라이벌' 관계인 국무부와 국방부 간의 이견을 조율, 군 통수권자의 뜻이 실현될 수 있도록 대통령을 돕는 사람이 바로 백악관 안보 보좌관이다. 오바마는 해병대 사령관에다 NATO사령관까지 역임했었던 40년 군 경력의 제임스 존스를 안보 보좌관으로 발탁함으로써 부처간의 고질적 갈등으로 자칫 표류할 수도 있는 안보팀 내에 든든한 버팀목을 심어놓았다.

존 웨인을 닮은 존스 안보 보좌관은 힐러리나 게이츠조차 어려워할 경력과 풍모를 지녔고, 그의 정치적 협상 능력 또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세부터 17세까지 파리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때 영어보다는 불어가 더 편했었다고 하고, 조지타운 대학 시절에는 농구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었다.

1980년대 초, 상원과 연락을 담당했던 이유로 존 매케인과 인연을 맺었으며 이 둘은 지금까지도 막역한 사이다. 또한 당시 공화당 상원의 차세대 주자였던 윌리엄 코헨 전 국방장관과도 연을 맺어 후에 그의 군 보좌관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코헨은 "(존스는) 매우 침착한 성격이고,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매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다. 어떤 사안도 전략적이고도 전술적인 차원에서 바라볼 줄 안다"고 평가했다. 그는 존스를 해병대 사령관으로 승진시키기도 했었다. 존스와 일해 본 사람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그가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매우 인상적인 협상가라고 말한다.

이라크 전쟁이 아프가니스탄에 쏟아야 할 군사력을 낭비하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강력히 비판해왔고, 에너지 문제가 미국 안보를 가장 크게 위협한다고 생각하여 오바마의 두터운 신임을 얻게 되었다. 선거 기간 동안 존스는 매케인은 물론 오바마에게도 안보 관련 조언을 해주었고, 한때 오바마 진영의 부통령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었다.

지난달 28일 <뉴욕타임스> 보도처럼 힐러리는 국가 안보 보좌관의 중간 역할 없이 바로 오바마와 독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지만, 백악관의 웨스트윙(미국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진이 있는 건물)에서 대통령과 매일 마주하게 될 존스의 역할을 고려할 때, 안보 분야에서 힐러리의 영향력은 예상보다 훨씬 덜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한 자아가 강하고 정치적으로 능수능란한 힐러리와 잦은 갈등 관계에 놓일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에게 존스의 지인들은 그의 성격상 그럴 일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베테랑 4성 장군 출신으로 군의 신망이 두터운 존스 보좌관은 이미 펜타곤 내 권력을 구축해놓은 게이츠 장관과 관계에서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성이 강한 사람들 사이에서 강한 의견이 오가는 것을 환영할 것이라 말했던 오바마가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말을 빌어 "(결국) 모든 책임은 내가 질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은 바로 이 제임스 존스의 임명에서도 찾을 수 있다. 존스의 보스는 오로지 오바마뿐이기 때문이다.

수전 라이스 UN 대사 : 인종 청소의 강력한 반대자

수전 라이스 UN대사 내정자
 수전 라이스 UN대사 내정자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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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UN 대사 내정자는 과거 '클린턴의 사람'이었다가 오바마의 최측근으로 돌아서면서 클린턴과 관계가 소원해진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이다. 일부에서는 그녀가 힐러리 클린턴과는 달리 온갖 정치적, 경제적 '뒷말'이 없고, 아프리카의 인종 청소, 에이즈, 가난 퇴치 등에 헌신해왔으며 국무부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힐러리 보다는 그녀를 국무장관으로 천거하기도 했었다.

반면에 한때 이라크 전쟁 승인을 받기 위해 무리수를 뒀었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을 거듭 지지했다는 이유 때문에 UN 대사로도 맞지 않다는 비난도 또한 일부 좌파 인사로부터 받고 있다.

그러나 라이스가 오바마 진영에 들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클린턴 외교 정책팀원으로는 드물게 이라크전을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뉴욕선> 인터뷰에서 그녀는 "전쟁을 지지하게 만드는 워싱턴의 거대한 압력에도 오바마는 나처럼 인기없는 선택을 했었다"라고 말했다.

미국 내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라이스를 장관급으로 승격시킴으로써 오바마가 외교 문제에서 힐러리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도 UN 대사는 장관급이었다.

현 콘돌리자 라이스와 성이 같아서, 오바마 캠프 사람들은 그녀를 "우리 라이스"라고 구별해 불렀다고 한다.

오바마의 '변화'에 대한 미국 진보 진영의 착각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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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현재 대통령 임명직의 반 정도에 대한 인사를 끝마쳤고,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미국의 보수 진영이 많은 찬사와 동의를 보내고 있다.

반면에 진보 진영의 일부 좌파들은 오바마가 클린턴의 참모들을 '재활용'하고 있다면서, 그가 주창해왔던 '변화'에 자신들이 기만당하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전을 승인했던 힐러리 클린턴의 기용과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게이츠의 재임용은 일부 좌파에게 미국의 대외 정책에 변화가 올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1일 AP통신은 오바마의 행보를 두고 진보 진영이 얼마나 불만에 차있는지를 보도했다. 오바마의 당선을 위해 수백만 개의 대문을 두드리며 선거 운동을 했던 진보 진영은 이번 2008년 대선에서 고어나 케리 때보다 많은 표를 오바마에게 주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오바마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주의할 점은 진보 진영의 견해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었고, 이 반전 견해를 계기로 민주당 내 반전 진영의 지지를 얻기 시작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이뤄냈지만, 동시에 다른 많은 정책 부분에서 오바마는 보수 진영과 견해를 같이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네바다 코커스 직전의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미국의 진정한 변화를 이뤄낸 전임 대통령으로 빌 클린턴이 아닌 로널드 레이건을 칭찬해 클린턴의 분노를 산 적도 있었고, 외교 부분에서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부 장관(공화당)을 지목한 사례도 여러 번 있었다.

심지어 오바마는 미국 정보부가 일반 국민의 전화기를 감청하는 것에 협력한 통신 회사에 면책특권을 주는 FISA(Foreign Intelligence Surveillance Act) 법안에도 결국 부시 행정부의 뜻에 따라 찬성표를 던진 바 있고, 교사의 수행 능력에 따라 경제적 보상에 차별을 두는 것에도 지지를 표명했으며, 교회의 기능을 확대해 사회 활동에 참여하자는 보수주의자들의 의견에도 지지를 보내고 있다.

1일 안보팀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오바마는 미국이 "지구에서 제일 강한 군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해, 외교적 노력과 더불어 미국 군사력의 우위에도 많은 강조를 두었다. 

게이츠 국방장관, 존스 안보 보좌관 등은 모두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관타나모 기지 철폐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이라크에서 조속히 철군할 것 또한 표명했다. 또한 게이츠는 행정부 내 네오콘과 달리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은 '전략적 참사'가 될 것이라 경고하면서 테헤란 정부를 상대로 한 외교를 주문하기도 했었다.

현재 오바마의 지명 결과물을 두고 그가 변절했다고 실망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오바마에게서 원하는 것만을 골라 들었던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오바마의 변화는 그 자신이 밝힌 것처럼 똑같은 집단 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달라도 베테랑인 실력자들을 통해서 성취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성패 역시 그의 말처럼 오바마 자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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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임스 존스, #수전 라이스, #로버트 게이츠,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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