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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첫 라디오 정례연설을 녹음하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첫 라디오 정례연설을 녹음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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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전문을 읽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지금은 생각을 새롭게 해 신발끈을 조이고, 어디든 용기 있게 뛰어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상황을 탓하면서 잔뜩 움츠린 채 편안하고 좋은 직장만 기다리는 것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세상에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 냉난방 잘 되는 사무실에서 하는 경험만이 경험은 아니고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면서 얻는 경험이 더 값진 경험이 될 수가 있다."

정부가 청년실업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한 말인데, MB정부는 진정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내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청년실업 책임이 눈이 높은 청년들 탓이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나는 내년이면 대학교 4학년으로, 이제 취업문제에 대해 예민한 취업준비생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한국경제는 IMF 이후 최대의 경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고용은 줄어들고 실업자는 늘어만 간다. 최악의 경제위기는 이번 년도로 그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한다. 내년에는 더욱 힘들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길게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교수님들께서는 수업시간마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4학년들은 힘들 테니 긴장하라고 말한다. 4학년 진학을 앞둔 3학년들에게는 휴학을 권고하기도 한다. 그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 청년실업이 과연 눈이 높은 학생들의 탓만일까?

대통령님, 단지 실업률을 낮추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대학교 등록금 1000만원 시대에, 청년들에게는 대학 졸업장과 토익 만점, 단기 해외유학쯤은 기본 소양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렇게 힘들게 이루어 낸 기본 소양을 가지고 눈을 낮춰 소위 말하는 '좋은 직장'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통령의 라디오 연실은 눈을 낮추면 갈 곳이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한 메시지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묻고 싶다. 눈을 낮추면 정말 갈 곳이란 게 있는지. 혹시 그것이 소위 말하는 비정규직은 아닌지,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반대에서 추진을 준비하는 4대 강 정비로 인해 창출될 토목·건설분야는 아닌지 궁금할 뿐이다.

실업이란, 노동할 의욕과 능력을 가진 자가 자기의 능력에 상응한 노동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배웠다. 교수님께서 이론적으로 실업률을 0%로 만들기 위해 남자들은 모두 군대에 보내거나, 여자들은 모두 결혼을 하여 주부의 범주에 들면 된다고 했던 말이 지금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단지 실업률을 낮추는 것이 다가 아님을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정부는 노동할 의욕과 능력을 가진 청년들의 실업률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보다는 그에 상응하는 노동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더 현실적인 정책들을 내놓을 때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금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는 만큼, 의욕을 꺾는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따뜻한 물 한 잔 건네며 위로의 말을 건넸으면 좋겠다.


태그:#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연설, #청년 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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