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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의 회는 온갖 쯔케다시와 매운탕이 곁들여져야 요리로서 완성되지만 일식집의 사시미는 그 자체로서 요리가 된다
 횟집의 회는 온갖 쯔케다시와 매운탕이 곁들여져야 요리로서 완성되지만 일식집의 사시미는 그 자체로서 요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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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과 일식집은 생선회를 판다는 데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조금만 파고들면 닮은 점보다 차이가 더 많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하면, 횟집은 활어가 나오고 일식집은 선어가 나온다는 데 있다.

혹자는 횟집은 회가 가장 나중에 나오고 일식은 회(사시미)부터 나오는 게 차이점이라고도 말한다. 맞는 얘기이다. 이는 난센스 같지만 실은 생선회 맛을 좌우하는 변수 중에 변수이기도 하다. 지금은 횟집을 잘 이용하지 않지만 갈 때마다 느끼는 게 있었다.

왜 회가 나중에 나와서 맛없는 회를 먹게 할까였다. 생선회가 조용필도 아니고. 특히 회보다 앞서 나오는 콘치즈나 고등어구이는 백번을 양보해도 이건 아니올시다이다. 기름지고 맛이 강한 음식은 미각을 둔하게 해서, 미려하고 담백한 생선회 맛을 느끼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잖은가. 마늘, 고추 등 초자극성 재료를 곁들여 쌈 싸먹는 사람에게는 이런 나의 지적이 소귀에 경 읽기일 뿐이겠지만.

초밥전문점 00스시는 초밥으로 명성을 얻었다. 철마다 재료를 달리한 초밥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게장알초밥이었다. 살짝 짭쪼름하면서 풍미가 넘치는 게장알초밥은 오랫동안 입안에 여운이 감도는 맛이었다.

방어는 겨울철을 대표하는 횟감이다
 방어는 겨울철을 대표하는 횟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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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스시는 정통일식집은 아니다. 하지만 이집의 모둠회(사시미)는 자연산 생선이 숙성이 잘되어 질만 놓고 보자면 최고급이라 할만하다. 그만큼 가격이 세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맛은 미각을 홀리고도 남는다. 왜 생선회는 숙성을 해야 하는지 이집의 선어회가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도미회에 흐르는 기운이 무척 내공있어 보인다
 도미회에 흐르는 기운이 무척 내공있어 보인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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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맛이지만 다양한 제철생선이 한 접시에 올라간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충만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기름지고 구수한 참치뱃살이나 방어는 보는 것만으로도 맛의 깊이가 느껴질 정도이다. 도미와 광어의 쫄깃함은 자연산의 묘를 느끼게 해주는가 하면, 시메사바의 독특한 풍미와 질감은 생선회의 범위를 넓혀준다.

이처럼 저마다 맛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생선들이 펼치는 맛의 향연은, 활어의 단조로움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 때문에 굳이 횟집처럼 여러 가지 쯔기다시(곁들이 안주)로 보상해주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는 게 선어회인 것이다.

회를 음미하고 나면 튀김이나 요리가 나온다. 이런 식이다 보니 쯔끼다시(곁들이 안주)부터 나오는 횟집보다 회가 맛있는 건, 얼굴에 코가 붙어있는 것만큼이나 당연하다.

횟집과 일식집의 차이? 그 차이를 떠나서 이제부터라도 쯔께다시(곁들이 안주)보다 메인인 회에 충실하는 횟집을 만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횟집, #생선회, #사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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