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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 보수논객이 ‘배우 문근영 기부에 대한 색깔론’을 제기한 데 이어, 영화 ‘미인도’까지 같은 맥락으로 싸잡음으로써 그 논란이 일파만파로 치닫고 있다.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국민의 75%는 문근영씨의 기부에 대해 색깔 논쟁을 일으킨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반해 ‘선행이라도 좌익 세력의 음모가 있는지 의혹을 제기할 필요는 있다’는 의견은 12.3%에 그쳤다.

 

국민의 75% ‘문근영씨의 기부에 대해 색깔논쟁은 잘못됐다’고 표명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네티즌들이 지씨의 주장에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만원씨의 글은 일부 보수적 네티즌들을 결집시켜 소모적인 색깔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이념의 잣대로 재단된 색깔론은 이미 악플의 수준을 넘어섰다. 급기야 논쟁의 마당에 정치권도 가세하여 논쟁은 더욱 더 격화되고 악플도 늘어가고 있다.  

 

대중문화 콘텐츠가 일반대중에게 주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지만원씨의 ‘색깔론’ 제기는 이같이 막강한 영향력의 대중문화 콘텐츠를 활용함으로써 극우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사실 일부논객들이 영화나 드라마에 ‘정치를 끌어들이는 것’은 그만큼 이들 작품이 주는 사회적인 파급효과가 일정 수준을 넘어섰음을 간지(奸智)한 것이다.

 

이미 영화 ‘괴물’의 경우, 우리 사회에 일기 시작한 주한미군의 존재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 영화 ‘실미도’의 경우도 군사정권에 의해 까맣게 잊혀졌던 북파공작원들의 실태를 공론화시켰다.

 

색깔논쟁의 시작은 무엇이었나?

 

블로그 형태의 패러디 사이트인 '와이텐뉴스'(Why-ten news)는 지난 14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 6년간 8억5000만원을 익명으로 기부한 20대 연예인이 배우 문근영이라고 13일 공식 확인한 후, 문근영의 가족사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만원씨는 1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선행을 등에 업고 빨치산 가문을 명문 가문으로 선전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문근영 기부행위의 배후에는 좌익세력이 존재하며, 이들 좌익세력은 호남에 대한 호의적 정서를 이끌어내려는 심리전을 펴고 있다”는 등 문근영을 둘러싼 각종 음모론과 색깔론을 제기해 논란을 부추겼다.

 

또한 그는 18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기부행위에 딴지 걸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 문제는 기부행위에 있는 게 아니라, 그 기부행위를 등에 업고 빨치산 집안을 훌륭한 집안이라고 미화하는 데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기부 기사가 나온 11월 13일부터 대다수 인터넷 매체들에는 문양의 외조부 기사로 도배됐다. 그런데 글들 대부분이 '자 보아라, 문양은 훌륭하다. 문양의 외조부가 통일운동가다. 빨치산 가문은 명문가다'는 식으로 표현되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반론의 물꼬도 만만찮게 터졌다. 특히 대다수의 네티즌들이 그의 주장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진보논객 진중권씨는 18일 진보신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 ‘간첩들의 암포 신윤복 코드?’라는 글을 게재하면서, 지씨의 주장이 “이 모두가 반공주의가 일으킨 사회적 강박증이라고 할 수 있다. (……) 거액의 기부금을 낸 문근영까지 빨간색 배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못 견디겠다는 집요함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고 날선 비판을 남겼다.

 

보수의 문제제기건 진보측면에 선 비판이건 간에 색깔론에 앞서 간과한 게 있다. 그것은 바로 극도의 부자들도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6년 전부터 실천해온 ‘아름다운 선행’을 한 문근영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는 것이 지극히 마땅하다는 데 있다. 그런데도 그녀처럼 기부는 못할망정 아름다운 선행이 잡다한 악플과 색깔논쟁으로 비하발언과 논란이 난무하다는 것은 실로 개탄스럽다.   

 

문근영은 선행을 행동으로 보여줬을 뿐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물론 ‘선행 자체를 끝까지 익명으로 남기지 왜 이름을 밝혔느냐’는 일부 볼멘소리도 있다지만, 그건 별개의 문제다. 어찌됐건 간에 선행은 선행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렇잖아도 경기불황 탓에 예년에 비해 턱없이 줄어든 기부금으로 여타 사회복지시설의 겨울나기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데, 이처럼 선행을 하고도 고통에 시달려야한다면 누가 기부금을 쾌척하겠나 싶다.

 

이참에 아름다운 선행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온갖 비방과 끼워 맞춘 ‘색깔’로 재단하려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바로 잡아야 한다. 더구나 선의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허튼 생각을 쏟아내는 논객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제어할 수 있는 성숙된 국민적 공감대를 보여주어야 한다.

 

색깔론을 부추기는 기부논쟁 더 이상 용납 안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논쟁을 계기로 그동안 알게 모르게 선행을 벌여온 유명 인사들의 기부가 줄지 않을까 하는 염려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이 살아있다는 믿음이 엿보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문근영씨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자신도 기부에 참여하고 싶다는 소액 기부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선행이 수많은 사람의 가슴에 사랑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더 이상 색안경을 끼고 이번과 같은 선행을 트집 잡는 일은 피해야겠다. 우리 사회의 건강한 기부문화 정립을 위해서도 착한 행동까지 논쟁거리로 삼는 일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태그:#문근영, #색깔논쟁, #네티즌, #기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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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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