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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조계사를 나온 ‘촛불 수배자’ 5명이 6일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 ‘촛불 수배자’들은 이명박 정권의 시대착오적 발상이 만들어낸 희생양이다. 촛불 집회가 배후도, 지도부도 없이 오직 시민들의 자발성으로 촉발되고 전개되었다는 사실, 이런 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한 무수한 논의들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촛불집회의 진행을 도운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기어이 ‘배후’로 만들어 붙잡아 들이고 있다. 이들을 ‘배후’로 모는 것은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던 수 백만의 시민들을 모욕하는 일이자, 국민 앞에 두 번씩이나 머리를 숙였던 대통령의 진정성이 거듭 의심받는 일이다.

 

그런데, ‘촛불 수배자’들이 경찰에 붙잡힌 6일, 사건의 본질은 사라진 채 엉뚱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6일 오전 연합뉴스는 ‘수배자들이 검거 당시 화투를 치고 있었다’는 경찰의 주장을 부각해 <촛불집회 수배자들 검거 당시 화투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그러자 인터넷 매체들과 조중동 인터넷판 기사가 연합뉴스 보도를 그대로 싣거나 인용했다. ‘촛불 수배자’ 검거의 정치사회적 의미는 사라지고 ‘화투판 프레임’만 남은 것이다.

 

변호인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즉시 이들 보도에 대해 “악의적 오보”라고 반박했지만 7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여전히 ‘화투판 프레임’에 ‘충실’한 기사를 실었다. 자세하게 언급할 가치도 없는 기사들이다. 문제는 일단 왜곡된 프레임이 만들어지면 다른 언론도 이를 무시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경향신문과 중앙일보는 <신발 때문에…촛불 수배자 5명 체포>, <조계사서 잠적 ‘촛불 수배자’ 5명 검거>에서 경찰의 검거 정황 등과 수배자들의 입장에 대해 주로 실었으나, ‘화투판’을 둘러싼 경찰과 수배자 측의 반박을 함께 실었다.

 

한겨레는 <조계사 나갔던 ‘촛불 수배자’ 5명 붙잡혀>라는 기사에 이어 <경찰 “화투판 봤다” 대책회의 “시간상 불가능”…엉뚱한 논란>에서 ‘화투판을 봤다’는 경찰의 주장에 대한 대책회의의 반박을 자세하게 실으며 “검거 사실보다 수배자들이 화투판을 벌였다는 소식이 더 주목받게 된” 상황을 지적했다.

 

우리는 변호인단과 광우병 대책회의의 ‘화투판 보도’ 반박 내용을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일부 언론들의 보도 행태는 프레임의 왜곡이며, 그 자체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야 ‘촛불 흠집내기’에 이골이 난 집단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초기 왜곡된 프레임을 만들어낸 연합뉴스는 왜 이런 방식으로 수배자 검거 보도가 나간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만약 이번 보도가 ‘어떤 의도’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런 의도는 다른 기사들에서도 속속 드러날 것이며 결국 연합뉴스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가 연합뉴스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기 바란다.

 

조선·동아에게는 한 가지만 묻고 싶다. 이런 치졸한 방법으로 ‘촛불’의 정당성을 흔드는 것이 기쁜가? 적어도 ‘메이저’를 자처하려면 어느 정도 체면은 차려야 하지 않겠는가? 조선·동아의 보도 행태는 황색지가 울고 갈 정도다. 황색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동기가 ‘이명박 정권 방어’, ‘이명박 정권 반대세력 공격’이라는 정도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민언련, #촛불수배자, #화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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