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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총각이 일을 하고 받은 돈 세 푼을 도깨비가 나타나서 다음날 갚는다며 꿔달라고 하는 거야. 총각은 자기도 돈이 없으면서 그 돈을 꿔줬지. 이튿날 저녁부터 이 정신없는 도깨비는 날마다 돈 세 푼을 갚으러 왔대."

 

옛날이야기를 듣고 있는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옛날 얘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옛날, 옛날에~'라고만 운을 떼도 아이들과 어른들은 귀를 쫑긋 모은다. 같은 얘기라도 감칠맛 나고 구성지게 들려주는 이가 있다. 얘기 속으로 들어간 아이들과 어른들은 자기만의 상상을 하며 그 상상나라를 여행하기도 한다.

 

입말로 듣는 <정신없는 도깨비>에서 도깨비는 자기가 돈 세 푼을 갚고도 갚은 기억을 잊어버리고 계속 돈을 갖고 온다. 어디 그 뿐인가. 냄비가 없는 총각에게 날마다 냄비를 갖다 주고 또 다듬이방망이도 갖다 준다. 총각은 그 물건을 혼자 갖지 않고 동네사람들한테 다 나눠준다. 총각과 이웃들이 너 나 없이 잘 살게 된다. 이야기꾼이 아이들에게 묻는다.

 

"정신없는 도깨비한데 이번엔 뭘 달라고 할까?"

"인형이요~, 자동차요~, 총이요~, 꽃이요~, 똥꼬요~"

 

순간 웃음이 터진다. 아이들은 자기에게 필요하거나 관심 가는 물건 이름들을 계속 불러댄다. 근데 '똥꼬'라니? 요즘 아이들 세계에서 흔하게 주고받는 말 중에 '똥꼬'라는 게 있단다. 

 

정신없는 도깨비가 나타나지 않던 어느 날, 총각이 하늘로 날아가는 도깨비를 만났다. 어디가냐고 물으니 벌 받으러 가고 있단다. 창고에 쌓아둔 돈, 냄비, 방망이 따위를 다 써버렸다고 하늘에서 벌을 내리는 것이다.

 

아이들 표정이 시무룩했지만, 안심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계속 물건을 갖다 주면 혹시 마음씨 착한 총각이 욕심을 부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나보다. 도깨비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11월이 시작되는 첫 주말인 1일 오후 2시, 유성구 송강동 구즉도서관 시청각실에서는 '어린이와 함께하는 책 문화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날 행사에선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옛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고 책을 읽어주기도 했으며 노래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또 그림책 슬라이드도 펼쳐졌다. 이날 진행은 모두 '대전동화읽는어른모임' 회원들이 맡았다.

 

 

백창우 곡에 황도곤 시를 붙인 '감홍시'를 온 몸으로 따라 부르는 '노래배우기'는 단순하고 재밌는 가사 때문에 한 번만 불러 봐도 입에 붙는다.

 

"감홍시는 빠알간 얼굴로 날 놀긴다 돌을 쥐고 탁 던지니까 던져보시롱 던져보시롱 헤헤헤 안 맞았지롱 안맞았지롱 한다 요놈의 감홍시 두고보자 자꾸자꾸 돌팔매질을 해도 끝까지 안떨어진다."

 

 

슬라이드 영상으로 본 그림책은 <수박씨앗>과 <꿈꾸는 월리>였다. 그림책 읽어주기에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어른들한테 많이 듣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자주 써 먹던 <망태할아버지>라는 책이 활용되었다. 어른들이 하는 뻔한 말인데도 망태할아버지는 왜 무서울까?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표정만큼이나 즐겁고 알찬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구즉도서관, #책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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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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