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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민주노동당 주최로 열린 뉴타운 재개발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세입자 및 영세가옥주들이 뉴타운 재개발 피해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민주노동당 주최로 열린 뉴타운 재개발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세입자 및 영세가옥주들이 뉴타운 재개발 피해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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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깡패들은 왕십리 뉴타운 1·2·3구역을 하루씩 번갈아 다니면서 '이모 이모, 밤길 조심해~'라고 말하고 다닌다. 그래서 밤에는 수퍼도 못가고 김치만 먹고 산다. 치가 떨리고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지가 않다."- 서울 왕십리 뉴타운 거주 지윤영씨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시장이 '차후에 뉴타운 원주민 재정착율을 높이겠다'고 말하는 걸 듣고 너무나도 화가 났다. 차후라면 도대체 언제 할 거냐. 세입자들 길거리에서 얼어죽고 용역깡패들에게 맞아 죽고 나면 그때까서 정책 세워주실 거냐." - 서울 왕십리 뉴타운 거주 이지연씨

수도권 일대 40여군데에서 진행되고 있는 뉴타운 재개발 현장은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지옥'으로 변하고 있었다.

29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민주노동당 주최로 열린 '뉴타운 재개발 피해 증언대회'에 나온 세입자·영세 가옥주들은 지금까지 겪은 고초들을 털어놨고 그럼에도 다른 곳으로 떠나지 못하는 현실을 한탄했다.

증언자로 나선 이들은 하나 같이 뉴타운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을 생생하게 고발했다.

재개발 일정이 시작되면서 세입자의 퇴거를 요구하는 과정에 "3개월 안에 집을 비워주지 않으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 "퇴거하지 않으면 집을 부숴버리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공고문을 붙이는 것은 앞으로 일어날 폭력들에 대한 예고에 불과했다.

용역들은 거주자들을 빨리 쫓아내기 위해 재개발 지역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었다. 왕십리 뉴타운 지역 거주자들에 따르면 무고한 시민을 집단 폭행해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만들고 칼로 얼굴을 난도질하는 등 폭력을 일삼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떠나고 싶지만 전세·월세 다 올라 결국 갈 곳 없다"

뉴타운 재개발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왕십리 뉴타운 세입자 지윤영씨.
 뉴타운 재개발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왕십리 뉴타운 세입자 지윤영씨.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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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뉴타운 재개발 지역 세입자들은 그 '지옥'을 떠나는 것조차 어렵다.

왕십리의 2500만원짜리 전세집에 3인 가족이 살고 있는 이지연씨는 "직장을 계속 다니려면 서울에서 전세를 구해야하는데 보증금 2500으론 들어갈 곳이 없고 임대아파트도 2~3년은 기다려야 한다"며 "전세 보증금은 터무니없이 올랐고 월급은 그대로이니 결국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IMF 때의 부도로 인해 왕십리에 세입자로 살게 된 지윤영씨도 "더 이상 그런 곳에서 살고 싶지 않고 빨리 벗어나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주변 전세값이 너무 올라 더 이상 집 알아보기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주변 전세·월세 시세가 너무 올라 이사하기 힘들다는 세입자들. 그러나 이들의 이주를 지원하는 제도는 있다. 공익사업으로 인한 재개발 사업으로 퇴거하게 되는 세입자에게는 재개발조합이 임대아파트 신청권을 부여하고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지주들을 중심으로 한 재개발 조합에서 '주거이전비를 받으면 임대아파트 신청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식의 거짓선전을 일삼고 있다는 것. 법과 제도를 잘 모르는 세입자들은 공포 분위기로 쫓아내고, 법을 아는 세입자라도 비용 등의 문제로 소송을 못하는 서민들의 약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

이런 일들은 상가 세입자들에게도 그대로 일어나고 있었다. 재개발 조합에서는 상가세입자에 대한 보상 금액을 일방적으로 책정하고 있다는 것. 구청에서 실질적인 보상액이 결정되는 관리처분총회 뒤 조합의 감정평가액과 협의하고 이후 재평가만 있을 뿐 관리처분총회 전의 평가금액에 대한 공람과 이의신청은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재울 뉴타운 재개발 지역 상가 세입자 이원실씨는 "재개발 조합에서는 '세입자 보상은 안해 줘도 되는데 너희들을 생각해서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며 "이런 일들을 다 알고 있는 구청 직원은 상가에 나와선 철거용역들과 같이 커피나 마시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쪽방촌 고시원 주거이전비는 고작 5만원?

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민주노동당 주최로 열린 뉴타운 재개발 피해자 증언대회에 뉴타운 재개발지역 세입자들이 대거 참석해 회의실이 꽉 차 있다.
 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민주노동당 주최로 열린 뉴타운 재개발 피해자 증언대회에 뉴타운 재개발지역 세입자들이 대거 참석해 회의실이 꽉 차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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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더욱 상황이 열악한 곳은 쪽방촌이었다. 서울 동자동, 서울역 건너편 쪽방촌 고시원에 사는 박아무개씨는 "5만원 받았는데 살 길은 없고. 5만원이 전부다"라는 말 밖에 하지 못했다. 

동자동 쪽방촌은 그야말로 한평 남짓한 창문도 없는 방에 오갈데 없는 일용직 노동자와 독거노인 등 빈민들이 빼곡히 들어찬 곳. 동자동 개발지역 내 쪽방촌 거주자들에게도 재개발의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한달에 23만원을 내고 고시원에 세들어 살고 있는 박씨의 경우 집을 비우라는 말을 듣고 다른 고시원으로 이주했다. 고시원 주인이 보상금 조로 박씨의 통장에 입금한 돈은 5만원. 지금은 다른 고시원에라도 들어갔기에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재개발이 본격화되면 동자동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야할 형편이다.

지금까지의 소송사례를 보면, 고시원이나 쪽방 같은 곳에 거주하는 세입자도 재개발과 관련해 건물주로부터 주거이전비를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제도를 잘 알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 계층이 몰려 사는 쪽방촌에서는 이런 법들은 무용지물인 셈.

동자동에서 본격적인 재개발이 시작되면 이같은 '주거이전비 단돈 5만원'은 비일비재한 일이 될 우려가 크다.

이주원 뉴타운재개발 바로세우기연대회의 국장은 증언대회를 마무리하면서 "최근 잇따라 재개발 지역 세입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고 있는데, 그래도 개발세력들이 회심의 카드로 삼는 것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국토해양부가 지난 8월 29일 입법 예고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안의 내용 중 '재건축 사업에서 금지된 조합원 양도금지 폐지',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 절차 간소화', '재개발 사업의 세입자 보상의 합리화' 등에 대해 "영세 가옥주와 주택 세입자 보상의 후퇴"라고 평가하면서 "도정법 개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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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뉴타운, #재개발, #증언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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