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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태어날 때 엄마에게서 면역력을 선물로 받습니다. 갓난아이가 웬만한 상황에서 아프지 않는 이유지요. 그런데 이 선물은 6개월짜리입니다. 유효기간이 지나면 엄마가 준 면역력이 아니라 자기 힘으로 균들과 싸워가는 법을 훈련해야 합니다. 당연히 균을 이길 힘이 약한 아이는 아프기 마련입니다. 잘 지내던 아이들도 이맘때가 되면 한 번은 병치레를 합니다. 성숙하는 데 꼭 거치는 과정입니다. 누구든 아픔 없이 홀로설 수는 없나봅니다.

네 살배기 큰딸 '별'도 그랬지요. 태어난 지 딱 여섯 달이 지나니까 감기로 며칠을 아팠어요. 별과 엄마는 이틀을 꼬박 새면서 고열과 씨름했습니다. 아빠는 이따금 엄마의 호출을 받을 때 일어나 잔심부름을 했습니다. 엄마가 잠깐 쉬는 동안 대타로 아이를 달래거나 겨자찜질을 할 때 아이를 잡아주는 보조 역할을 맡았습니다.

감기야 병원에 가면 2주 걸리고, 집에서 치료하면 14일 만에 낫는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어차피 치료 기간이 비슷하다면 병원에서 주는 항생제에 길들이느니 차라리 부모가 조금 더 고생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겨자찜질은 우리집 감기 처방법 중 하나입니다.

겨자찜질 두번이면 열은 잡는데... 

아프지 않을 때는 한없이 행복하게 지내는 녀석들인데, 한 놈이라도 아프면 가족 모두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야 하지요. 그러면서 같이 성숙하는가 봅니다.
▲ 놀고 있는 별과 솔 아프지 않을 때는 한없이 행복하게 지내는 녀석들인데, 한 놈이라도 아프면 가족 모두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야 하지요. 그러면서 같이 성숙하는가 봅니다.
ⓒ 주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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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찜질은 열을 떨어뜨리는 좋은 민간처방입니다. 겨자가루와 밀가루를 적당량 섞어서(보통 어린아이들은 겨자가루 한두 숟가락에 밀가루 여덟 혹은 아홉 숟가락 정도를 섞고, 어른은 겨자가루와 밀가루 비율을 2대 1이나 그 이상으로 높입니다), 따뜻한 물로 반죽한 다음 천에 담아 목·등·가슴 등에 5분 정도 찜질을 합니다.

1분쯤 지나면 겨자에서 나는 열로 아이가 무척 힘들어 합니다. 어른인 나도 따끔해 아플 정도니까 아이들은 정말 참기 힘들겠다 싶습니다. 어린 놈이 싫다고 울며 엄마아빠 손을 밀쳐내는데 안쓰럽기도 하지만 눈 딱 감고 참아야 합니다. 빨갛게 부어올라 가벼운 화상을 입는 상황이 아니라면. 겨자찜질 한두 번하면 40℃ 가까이 올랐던 열이 어느새 잡히곤 했습니다.

사실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항생제로 아이 병을 잡지않고 키우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고열에 시달리면 전화기를 들고 인생 선배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가슴을 졸여야 합니다. 아내와 저는 아이가 조금만 더 힘들어 하면 병원에 가자고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사실 가봐야 뾰족한 수가 없는 감기 같은 병인데도 부모는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의사에게 가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 가지 않으면 처음 보는 현상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난감하게 됩니다. 우리 몸에 대해, 우리 아이 몸에 대해 너무 모르는 자신을 개탄하면서요.

둘째 솔도 그렇게 돌까지 키웠습니다. 사실 병원에 갈 일도 특별히 없었습니다. 6개월을 넘길 때도 아프지 않았지요. 물론 콧물이 나는 등 가벼운 감기 증세가 있었지만 솔은 거뜬히 이겨냈습니다. 엄마 아빠도 이렇게 넘어가나 보나 싶었습니다. 우리가 너무 안심했을까요. 최근 솔은 심한 감기에 걸렸습니다. 감기는 솔 주변 사람들부터 치렀지요. 솔이 다니는 공동육아 시설인 아름다운마을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도 감기로 며칠을 고생했고, 아내와 저도 감기 몸살로 하루 이틀을 씨름해야 했습니다. 언니 별까지 감기에 걸렸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솔이 차례가 온 것입니다.

고열과 가래로 고생하던 솔은 며칠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자꾸 안아달라고 젖 달라고 보채고 젖을 줘도 울기만 했습니다. 아내도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다행히 감기 기운이 한 풀 꺾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솔이 귀에서 진물이 흘러나왔습니다. 나와 별의 귀지가 끈적거려서 솔도 그렇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 중이염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별이 중이염을 앓지 않고 자라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뒤늦게 아차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감기에 걸리면 쉽게 중이염까지 온다는 사실을 깜박한 것입니다.

항생제 대신 선택한 죽염, 그러나...  

딸을 씻기는 일은 아빠 몫입니다. 가끔 큰딸이 엄마와 목욕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말하면 아빠 마음이 아프다고 말합니다. 딸은 아쉬워하면서 저를 따라 목욕탕으로 가지요. 딸들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사진을 올렸는데, 이해해 줄 거라 믿으면서.
▲ 목욕하는 별과 솔 딸을 씻기는 일은 아빠 몫입니다. 가끔 큰딸이 엄마와 목욕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말하면 아빠 마음이 아프다고 말합니다. 딸은 아쉬워하면서 저를 따라 목욕탕으로 가지요. 딸들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사진을 올렸는데, 이해해 줄 거라 믿으면서.
ⓒ 주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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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염은 고막 안쪽에 있는 중이에 염증이 생기는 병입니다. 귀와 코는 유스타키안 튜브라는 이관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감기 등에 걸리면 코에서 잡균이 귀로 넘어간다고 합니다. 또 이물질이 넘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점막이 감기나 비염에 걸리면 막혔다 뚫렸다 하는데, 막힐 때는 이관에 물이 고여 썩습니다.

어른보다 이관이 짧고 감기도 잘 걸리는 아이들은 당연히 중이염에 걸릴 확률이 높겠지요. 아이들이 중이염에 걸리면 귀에서 열이 나면서 괴로워합니다. 젖을 빨면 귀 속 압력도 올라가 통증이 더 심해집니다. 그래서 솔도 젖을 빨다가 울기를 반복했나봅니다. 또 누우면 아프니까 자꾸 안아달라고 보챘습니다. 나중에는 심해져 염증이 터져 귀 밖으로 고름이 흘러나왔습니다. 빨리 알아차리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가정의학이나 소아과 관련 책들은 중이염에 걸리면 병원에서 치료 받고 항생제를 먹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최소한 10일은 꾸준히 먹여야 한다고 합니다. 이삼일 정도 지나면 증세가 호전되는데 그렇다고 바로 치료를 멈추면 금세 재발한다는 겁니다. 민족생활의학에서는 중이염에 걸리면 죽염을 넣어주라고 합니다. 소독효과가 있으니까요. 저희는 항생제 대신 죽염을 선택했습니다. 가끔은 죽염수로도 소독을 해주었습니다. 그래도 귀에서는 고름이 많이 흘러나왔고 냄새도 심했습니다.

병원에 가서 확인해 보니 중이염으로 많이 진행되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병원에서 의사가 고름도 걷어 내주고 원적외선을 쬐어서 귀를 말려주고 주었습니다. 이렇게 며칠을 치료 받았는데 상태는 더 안 좋아져 급기야 고막이 터졌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결국 우리는 항상제를 쓰기로 결정했고, 글을 쓰는 지금도 약을 먹으며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고막은 중이염이 완치되면 자연스럽게 복구된답니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아픈 다음 부쩍 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별도 그랬고, 아마도 솔도 아픈 뒤에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겠지요. 부모인 우리도 아이들 병치레를 수발하면서 하나둘 배워갑니다. 가능하면 병원이나 항생제 등을 이용하지 않으려하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생각했는데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중이염에 대한 정보도 다양하게 습득했습니다. 다른 병과 다르게 중이염은 걸릴 때는 아프지만 걸린 뒤에는 통증이 없다고 합니다.

병원에 다니면서 다른 치료 방법도 찾아보면서, 그동안 일어났던 일도 복기해 보았습니다. 귀가 아파서 귀 근처 머리를 잡아챘던 일, 젖을 못 먹고 울었던 일, 자꾸 안아달라고 보챘던 일 등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도록 솔이 신호를 여러 번 보냈는데, 솔에게 미안했습니다. 고름은 그때그때 죽염수 등으로 씻어주었는데 그보다는 그냥 마르도록 두는 게 더 좋다는 지적을 받고도 실수했구나 싶었습니다.

고름이 심하지 않을 때는 닦아주어도 괜찮지만 고름 양이 많으면 죽염수로 닦아주는 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다음이라면 더 적절하게 보살필 수 있겠지요. 솔아, 힘내.


태그:#육아일기, #중이염,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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