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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7일 밤 9시 30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퍼스티지(2009년 7월 입주예정) 아파트 단지에 경북지역에서 옮겨온 1천년된 느티나무가 심겨 있다. 삼성물산측은 '래미안의 명품 단지가 필요하다는 CEO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반포 래미안의 조경이나 실내 자재 등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 1천년된 느티나무까지 심었지만...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퍼스티지(2009년 7월 입주예정) 아파트 단지에 경북지역에서 옮겨온 1천년된 느티나무가 심겨 있다. 삼성물산측은 '래미안의 명품 단지가 필요하다는 CEO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반포 래미안의 조경이나 실내 자재 등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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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1.6:1

이는 향후 강남 부동산 시장의 풍향계로 주목받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이하 반포 래미안)'의 일반분양 최종 청약접수 경쟁률이다. 15~16일 2순위까지의 경쟁률이 0.99대1로 청약 미달의 우려도 있었지만, 17일 3순위 결과 모든 평형에서 마감됐다.

마지막 3순위에서 간신히 모든 크기에서 분양이 마감돼, 삼성물산으로선 급한 숨을 돌리게 됐다. 삼성물산은 "실수요자 위주로 청약에 나선 것으로 파악돼 실제 계약률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1순위 때 2대1의 청약 접수 경쟁률을 기록했음에도 계약과정에서 당첨자의 40%가 계약을 포기한 반포 자이의 사례를 감안하면,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반포 래미안의 계약이 무난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강남에서도 뛰어난 입지 조건과 래미안의 브랜드 파워에도 반포 래미안이 만족스럽지 못한 청약 열기를 보이자, 현장에선 "향후 부동산 경기 침체의 대세를 막긴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썰렁한 반포 래미안... "강남 불패 흔들린다"

3순위 청약 접수가 이뤄지는 17일 오전 9시 30분에 찾은 반포 래미안 견본 주택은 무척 조용했다. 1순위 청약이 이뤄지던 지난 15일만 해도 오전 10시 청약 접수가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렸지만, 이날은 아직 안내 도우미가 배치되지 않을 정도로 썰렁했다.

또한 인근 지하철 고속터미널역과 견본 주택 사이를 운행하던 셔틀버스도 이날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견본 주택 앞에서 만난 경비원 김경식(가명·56)씨는 "오늘 정말 조용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반포 래미안 분양이 많이 안됐다"고 말하자 "당연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86㎡(26평) 분양가가 7억 7천만원이다. 3.3㎡당 3000만원인데, 너무 비싼 것 아니냐. 강북에선 똑같은 집 2채를 살 수 있겠다. 집값에 거품이 많다. 여기 조경으로 비싼 나무를 잔뜩 심는 등 고급스럽게 꾸몄는데, 다 과시용이고 허영 아니겠느냐."

오전 10시가 넘어서자 아파트를 둘러보러온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견본 주택 앞에서 만난 김현자(가명·46)씨는 "집값이 미쳤다, 비싸니까 1, 2순위 청약 접수가 미달된 것"이라면서 "'강남 불패' 신화가 흔들린다고 하는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아파트 조합원들이 분담금을 더 많이 내서라도 비싼 아파트를 만들려고 했는데, 집값이 무너지고 있으니, 난리 났을 것"이라면서 "인근 113㎡(34평) 아파트를 7년 전에 4억 7천만원에 샀는데, 그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113㎡ 아파트 분양가가 11억이면 누가 사느냐"고 말했다.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총 2,444가구의 래미안퍼스티지(내년 7월 입주예정)를 찾은 시민들이 도우미들로부터 아파트 단지 조감도를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총 2,444가구의 래미안퍼스티지(내년 7월 입주예정)를 찾은 시민들이 도우미들로부터 아파트 단지 조감도를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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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투자한 반포 래미안의 굴욕... "래미안도 별 수 없다"

반포 래미안의 낮은 청약 접수 경쟁률은 래미안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입혔다. 아파트 브랜드 부문에서 국가고객만족도(NCSI) 11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는 래미안은 "불황에도 강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강한 브랜드 파워를 유지했다.

지난 8월 청약을 접수한 서울 서초동 래미안 서초스위트(69세대)가 1순위에서만 2.08대 1의 청약 접수 경쟁률을 보였고, 같은 달 청약을 받은 서울 강북의 래미안 전농2차(143세대) 역시 3.8:1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반포 래미안의 낮은 경쟁률로 인해 "래미안의 굴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 반포동에서 랜드마크 경쟁을 하고 있는 반포 자이가 높은 분양가에도 1순위 청약 접수 경쟁률이 평균 2: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포 래미안의 청약 결과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반포 래미안이 삼성물산에서 래미안 대표 명품 단지로 내놓은 곳이라는 점에서 삼성물산의 충격은 더욱 크다. 신동인 삼성물산 분양소장은 "래미안의 명품 단지가 필요하다는 CEO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반포 래미안의 조경이나 실내 자재 등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실제 반포 래미안 단지 조경은 여느 곳과는 달랐다. 단지 안에 생태연못이 있는가 하면, 실제 암석으로 미니 금강산 만물상을 재현해놓기도 했다. 그중 압권은 1000년 된 느티나무. 이와 함께 조경수로 보통 100년 된 나무들을 단지 곳곳에 심었다. 아파트 내부 역시 천연대리석 등 고급스러운 자재로 치장했다.

서울 방배동에서 왔다는 김현주(가명·47)씨는 "방배동도 그렇지만, 평당 3000만원이면 좀 비싼 것 아니냐, 전체적으로 거품이 끼었다"면서도 "1등 브랜드 래미안이 미달된 건 의외로 래미안도 별수 없나 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신동인 분양소장은 "순위 내에 들지 못해 청약은 할 수 없지만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 700명이 확보돼 있다"며 "샤넬 백은 동네 시장 가방과 다르게 수요자가 적지 않느냐, 어려운 상황에서도 분양은 100%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단지에 금강산 만물상을 재현한 '만물석산'이 설치되어 있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단지에 금강산 만물상을 재현한 '만물석산'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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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에 상처 받은 반포 래미안의 미래는?

하지만 시장 상황은 래미안에 우호적이지 않다.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청약이 50%도 안 될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선방한 것"이라면서도 "반포 자이가 계약할 때 40%가 계약을 포기했는데, 반포 래미안 역시 계약 포기자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ㅂ중개업소 대표는 "분양 시점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분양가를 낮췄어도 청약 접수 경쟁률은 높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아무리 강남에서 입지가 좋은 래미안이라 하더라도 얼어붙은 강남 부동산 시장 흐름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근의 ㄱ중개업소 관계자는 "반포 래미안의 낮은 청약 접수 경쟁률은 기존 아파트 값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반포 래미안, #강남 불패, #래미안 퍼스티지, #부동산,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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