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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방송에 대한 평가가 각양각색이다. 정부 여당에서는 "아날로그 화법으로 정보기술 시대의 감성을 어루만졌다"는 극찬까지 나오고 있다지만, 방송계와 야당의 전반적인 냉소적 반응, 네티즌들의 혹평을 보면 정부 여당의 자기도취가 이만 저만한 게 아닌 듯싶다.

 

여기에서 대통령 라디오 방송 내용이나 그 반응에 대해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겠다. 하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추진했던 대통령 라디오 연설 방송에 대해 아주 비판적이었던 일부 신문들의 '태도 돌변' 문제는 언론의 일관성 측면이나 공정성 측면에서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주례 라디오 연설 방송을 추진할 때부터 인터넷신문과 미디어비평 매체들은 <조선일보>나 <동아일보>가 노무현 대통령 때 이를 강도높게 비판했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명박 라디오 연설에는 침묵한 <조선><동아>

 

과연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는 이번에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이번에는 노무현 대통령 때와는 달리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시나리오'가 많았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과거에 한 말이 있는 데 그것을 손바닥 뒤집듯이 하겠느냐는 신중론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대로 이번에는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았다. 일관성 측면에서나, 논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이래서는 언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곤란하다.

 

노무현 대통령 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폈던 논지와 이번에 이 두 신문이 보인 모습을 비교해보면 왜 그런지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두 신문이 노무현 대통령의 라디오 방송 연설을 사설을 통해 비판한 것은 2003년 6월 30일자 신문이었다. KBS가 7월 KBS 1라디오를 시사·보도 방송으로 특화하는 프로그램 개편을 앞두고 노대통령의 정례 라디오 연설 방송 추진 사실이 알려졌을 때였다.

 

<조선일보>는 이 날 'KBS, 국군 방송은 빼고 대통령은 홍보'라는 사설에서 대통령 주례 라디오 연설 방송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에서 어긋나는 것으로 "방송의 정치도구화라는 비판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비판신문에 대한 숱한 소송'과 '방송을 통한 국민과의 직접 접촉'을 시도하는 노무현 정부의 '미디어정책'을 문제삼으면서 한 말이다.

 

"만일 대통령이 이 주례 연설을 통해…(중략)…정부가 취했던 정책에 대해 일방적인 홍보를 한다면 방송의 존재방식 자체가 정치문제화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더불어 야당에 대한 반론권 보장 등의 준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덜컥 대통령 연설부터 방송하겠다는 것은 사서 시비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가. 이 정권은 KBS와 YTN 사태 등을 통해 거센 방송 장악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런 와중에 대통령 주례 방송을 추진해 방송계의 상당한 저항에도 그것을 강행했다. 방송 내용 역시 '감성적'이든 아니든, 일방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협조와 당부로 일관했다. 방송을 통해 국민과 직접 접촉해 국민들을 설득하려 하고 있는 것도 그 때나 마찬가지다. 야당의 반론권 보장도 방송사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방송사에 떠넘긴 채 강행했다. 거기에 방송 요일과 시간대까지 방송사와는 일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 때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한 것은 없다.

 

 

'과거'에 대해 단 한마디 해명도 없이 '안면몰수'

 

그러나 <조선일보>는 그런 대통령 라디오 연설 방송이 추진되는 데도 일체 논평을 하지 않았다. 14일 정치면에 이 대통령의 방송 요지를 소개하고, KBS1 라디오가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전화로 인터뷰 하는 방식으로 반론을 내보냈다고 보도하고, 이런 방식이 '선례'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을 뿐이다.

 

<동아일보> 역시 마찬가지다. <동아일보>는 2003년 6월 30일자 사설 '대통령 주례 연설 꼭 필요한가'에서 "대통령이 국민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많은데도 청와대가 이를 경시하면서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을 추진하는 의도가 석연치 않다"며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만 전달하는 것도 불공정하다"고 했다. "청와대는 그에 앞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보다 존중하고 국민의 표현기관인 언론에 보다 귀를 기울여야 마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 <동아일보>지만 이번에는 대통령 주례 라디오 연설 방송 추진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14일자 신문에는 정치면에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방송 내용을 비중있게 소개했다.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의 '반론(?)'은 아예 소개도 하지 않았다.

 

5년 만에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정반대로 그 태도가 바뀐 이 두 신문의 보도태도나 시각에 대해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물론 동일한 사안이라도 그에 대한 평가나 언론의 보도태도가 달라질 수는 있다. 그러자면 최소한 그같은 입장 변화에 대한 수긍할만한 설명은 내놓는 게 마땅하다. 적어도 논지의 일관성과 공정성이 언론의 주요 덕목이라고 생각한다면.

 

특히 이 대통령의 주례 라디오 방송 연설 추진과정과 방송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불거지고, 이들 두 신문이 취할 입장과 태도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두 신문은 자신들의 '과거'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해명도 없이 너무 손쉽게 태도와 입장을 바꿨다. 결국 그 때 그 때 다르다는 것인데, '보수'의 로직이 이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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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명박 라디오, #동아일보, #보수의 논리, #조선일보,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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