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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문 지나 산길 돌아 있는 마애삼존불

마애불 입구에 있는 불이문
 마애불 입구에 있는 불이문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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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원사지에서 서산 마애삼존불까지는 2㎞ 정도 떨어져 있다. 차를 용현계곡 중류에 세우고 우리는 아치형의 나무다리(삼불교)를 건너 오른쪽 산자락으로 올라간다. 전에는 다리가 없었는데 최근에 보호각을 철거하면서 길까지 새로 냈다고 한다. 이 길을 9월1일에 개통했다고 하니 우리가 두 번째 날에 다리를 건너게 되는 셈이다. 다리 오른쪽으로 마애삼존불 안내판을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관리사무소까지는 오르막이지만 계단이 잘 나 있어 오르는데 어려움은 없다. 관리사무소에는 문화관광해설사들이 상주한다. 우리를 안내하는 한건택 선생이 그 중 한 해설사 분께 안내를 부탁한다. 우리는 불이문을 지나 산길을 돌아 마애삼존불을 향해 간다. 잠깐 길을 내려갔다가 계단을 올라가야 마애불에 닿을 수 있다. 축대 오른쪽으로 나 있는 계단을 오르니 앞의 암벽에 세 분 부처님이 나타난다.

서산 마애삼존불
 서산 마애삼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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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가 마애삼존불의 역사와 도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6세기 말에서 7세기 초에 만들어진 마애불로, 가운데가 석가여래입상이고 오른쪽이 보살입상이며 왼쪽이 미륵반가사유상이라는 것이다. 여러 자료에서 익히 보고 들은 내용이다. 차를 타고 오면서 읽은 답사 자료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와 있다.

그러나 보살입상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는데, 그 핵심은 제화갈라보살이냐 아니면 관음보살이냐 하는 점이라고 한건택 선생이 덧붙인다. 사실 이쯤 되면 너무 전문적이다. 유홍준 교수는 현세불인 관음과 미래불인 미륵이 좌우에 협시하는 것으로 보는 게 신앙 면에서나 논리 면에서 맞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문화재청 자료에는 제화갈라보살로 나온다.

웃고 있는 부처님을 '백제의 미소'로 표현

서산 마애불의 자비로운 미소
 서산 마애불의 자비로운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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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세 부처님은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다. 가운데 석가여래는 말을 하며 웃고, 오른쪽 관음보살은 머리를 약간 숙인 채 웃고, 왼쪽 미륵부처는 오른손으로 턱을 받힌 채 웃는다. 최근 보호각을 걷어내고 마애불을 세척해서 그런지 미소가 훨씬 밝아진 것 같다. 삼불 김원룡 교수는 '한국 고미술의 미학'이라는 글에서 이들 부처님을 '백제의 미소'로 부르자고 제안한다.

"백제 불상의 얼굴은 현실적이며 실재하는 사람을 모델로 쓴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그 미소 또한 현세적이다. (…) 그런 중 가장 백제적인 얼굴을 갖고 있는 것은 작년(1959)에 발견된 서산 마애불이다. 거대한 화강암 위에 양각된 이 삼존불은 그 어느 것을 막론하고 말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인간미 넘치는 미소를 띠고 있다. (…) 나는 이런 미소를 ‘백제의 미소’라고 부르기를 제창한다."

백제의 미소, 정말 기가 막힌 표현이다. 우리가 보는 부처님은 대개 근엄하거나 자비롭게 또는 무섭게 생겼지만, 이 마애삼존불은 웃음을 띠고 있어 자애롭게 보인다. 그 웃음은 우리의 키 높이에서 약간 올려다 볼 때 가장 완벽해 보인다. 그 은은한 미소가 우리로 하여금 부처님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웃음의 미학에 대한 자세한 고찰

가운데 있는 석가여래입상
 가운데 있는 석가여래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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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세 부처님은 모두 연꽃 대좌 위에 서 있거나 앉아 있다. 가운데 여래입상은 둥글고 살이 오른 얼굴에 반원형의 눈썹, 살구씨 모양의 눈, 얕고 넓은 코, 미소를 띤 입 등을 표현하였다. 전체 얼굴 윤곽이 둥글고 풍만하여 백제 불상 특유의 자비로운 인상을 보여준다. 옷은 두꺼워 몸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으며, 앞면에 U자형 주름이 반복되어 있다. 둥근 머리광배 중심에는 연꽃을 새기고, 그 둘레에는 불꽃무늬를 새겼다.

머리에 관(冠)을 쓰고 있는 오른쪽의 보살입상은 얼굴에 살이 올라 있으며 여래입상에 비해 얼굴이 긴 편이다. 눈과 입을 통해 나타나는 미소도 여래입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여래입상의 웃음이 좀 더 사실적이라면 보살입상의 웃음은 좀 더 이지적이다. 목에는 목걸이 장식이 있고 상의는 벗은 듯 제대로 표현하지 않았다. 하의는 치마 형태로 발등까지 길게 늘어져 있으며, 허리에는 매듭 장식을 했다.

왼쪽의 미륵반가사유상
 왼쪽의 미륵반가사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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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반가상 역시 만면에 미소를 띤 둥글고 살찐 얼굴이다. 그렇지만 코가 약간 훼손되었고 두 팔도 손상을 입어 두 부처님에 비해 조형성이 떨어진다. 머리에 쓴 관과 광배의 연꽃무늬 조각 그리고 그 밖의 불꽃 장식은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왼쪽 다리 위에 오른쪽 다리를 올리고, 왼손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 전형적인 반가상이다. 오른쪽 손가락으로 턱을 받치고 생각에 잠긴 듯 약간 위를 응시하는 모습이 정말 여유로워 보인다.

이들 세 부처님은 가운데 여래입상이 가장 커서 2.8m이고 오른쪽 보살입상이 1.7m이며 앉은 모습의 반가상이 1.55m이다. 이들 부처님은 동쪽에서 남쪽으로 30˚ 틀어진 방향을 향해 있다. 이 각도는 동짓날 해 뜨는 방향으로, 서산마애불은 해가 가장 남쪽에 있을 때 첫 햇살을 받도록 만들어졌다. 보편적으로 서산마애불의 미소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간은 오전 10시 경이라고 한다.

높낮이와 방향을 달리해 마애불을 보니...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마애삼존불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마애삼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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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을 조금 멀리서 보기 위해 마애불 앞 산기슭으로 올라갔다. 조금 높이 올라가 마애불을 내려다보니 느낌이 조금 달랐다. 전체적으로 부처님들이 몸을 앞으로 숙였고 미소가 덜 자애롭다. 미소에 약간 그로테스크한 요소가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 여래입상의 눈 때문인 것 같다. 보는 시선에 따라 이렇게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서산 마애불이다.

마애불을 새긴 바위 위에는 또 하나의 육중한 바위가 걸쳐 있었다. 바위에는 이끼가 끼어 있고, 한쪽으로는 소나무가 자란다. 마애불을 새긴 바위는 최근에 세척을 해서인지 깨끗하다. 바위 모양을 보면 마애불을 새기기에 좋은 조건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예술성과 종교성이 뛰어난 작품을 만든 걸 보면 석공의 솜씨가 대단했던 것 같다.

옆에서 본 마애삼존불의 모습
 옆에서 본 마애삼존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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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마애불을 옆에서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이들 세 부처님의 경건한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 같았다. 미소는 눈과 입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눈과 입의 옆모습만 보이기 때문에 미소보다는 경건함이 드러나는 것이다. 또 용현계곡 쪽으로 전망이 좋아 마애불을 보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본 여래입상의 모습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본 여래입상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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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세 부처님의 입체감이 드러나 더욱 웅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조각이 고부조로 이루어져 더욱 더 당당하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특히 가운데 여래입상은 지금은 사라진 아프카니스탄의 바미안 석불처럼 크게 보인다. 보는 방향에 따라 그리고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부처님은 우리에게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서산 마애삼존불을 떠나며

축대 너머로 바라 본 마애불
 축대 너머로 바라 본 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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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을 보고 나서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아쉬움이 남아 몇 번이고 뒤를 돌아다본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멀리서 다시 한 번 마애삼존불의 옆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축대 때문에 부처님의 위쪽 2/3 정도만 보인다. 여전히 웃고 있다. 멀리 옆에서 보니 이들 부처님이 앞으로 15˚ 정도 몸을 숙이고 있다.

올라갔던 길을 따라 삼불교로 다시 내려오니 벌써 오후 네 시다. 용현계곡을 따라 있는 음식점들은 여름 한철 장사를 끝내서인지 벌써 쓸쓸한 모습이다. 이곳 용현계곡은 물이 맑고 골이 깊어 내포 지역 사람들의 여름피서지로 인기라고 한다. 이곳 용현계곡은 그동안 대단한 오지였지만 이제는 피서객과 답사객들로 인해 꽤나 유명한 곳이 되었다.

최근에 새로 놓인 삼불교
 최근에 새로 놓인 삼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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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도착해 우리는 바로 차에 오른다. 그동안 우리는 서산의 동쪽 가야산과 상왕산의 서쪽과 동쪽 골짜기를 답사하면서 문화유산을 살펴보았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예산군 덕산면에 있는 남연군묘이다. 조선 말기를 주름잡았던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묘로 조선 최고의 명당이라고 한다. 풍수지리상의 명당 탐사, 요즘 문화답사의 한 패턴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서산 마애삼존불을 답사한 것은 지난 9월2일이다.



태그:#서산 마애삼존불, #석가여래입상, #관음보살입상, #제화갈라보살입상, #미륵반가사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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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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